하나·KB 훑은 조사4국…연말 금융권 세무조사 어디로 향하나
입력 2026.09.03 07:00

5월 하나·메리츠, 6월 농협 이어 8월 국민은행
7월 조사라인 교체 뒤 대형 비정기 조사 잇따라
KB 해외법인 등 점검…"통상 세무쟁점" 시각도
내부평가 이후 연말~내년 추가 조사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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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올해 금융권을 잇달아 찾으면서 다음 조사 대상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월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과 메리츠증권을 시작으로 6월 농협중앙회, 8월 KB국민은행까지 금융권을 중심으로 조사4국의 비정기 세무조사가 이어졌다.

    현재 진행 중인 국민은행 조사의 성격을 놓고도 여러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권과 세정가에서는 연말 이후 추가 금융회사에 대한 조사가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두는 분위기다.

    1일 금융권과 세무업계에 따르면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달 13일부터 국민은행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4국은 일반적인 정기 세무조사보다 탈세 혐의나 특정 사안을 들여다보는 비정기 조사에 주로 투입되는 조직이다.

    다만 현재까지 국민은행 조사에서 외부에 알려진 굵직한 세무 쟁점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해외법인과 관련한 세무처리 등을 살펴보는 데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조사를 특정 혐의를 겨냥한 이례적인 조사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금융회사, 특히 은행의 경우 일반 오너기업과 세무조사의 성격이 다르다는 게 세무업계의 설명이다. 오너 개인이나 특수관계회사와의 거래가 주요 세무 쟁점으로 부각되는 기업과 달리, 은행은 외부감사와 금융감독, 내부통제 등 여러 감시망에 노출돼 있다. 작은 세금을 아끼기 위해 의도적으로 탈세했다가 떠안을 감독·평판 리스크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을 세무조사하면 아예 추징할 것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오너기업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큰 건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세부적인 회계·세무 처리에서 과거 어떤 기준을 적용해왔느냐에 따라 국세청과 회사 사이에 이견이 생기는 정도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우리은행에서도 시장의 관심을 끌 만한 대규모 세무 이슈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손익을 어느 사업연도에 귀속할지, 특정 비용을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할지 등 세부 처리 과정에서 추징액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해외법인은 이 같은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는 영역이다. 해외 지점이나 현지법인은 국내 본사와의 자금거래와 이전가격, 이자와 용역비, 손익 귀속시기 등에 현지 세법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법인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는 점만 놓고 보면 오히려 금융회사 세무조사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범위"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금융권이 국민은행 조사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조사 주체와 시점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정기조사가 아닌 조사4국의 비정기 조사를 받고 있는 데다 KB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와도 시기가 겹쳤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지난 27일 발표된 차기 회장 최종 후보군에 포함돼 연임 여부를 가릴 절차를 앞두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사 배경을 KB금융의 경영승계 국면과 연결해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조사 대상 자체가 KB금융지주가 아닌 국민은행이고 현재까지 파악되는 주요 조사 범위도 해외법인 등 은행의 세무처리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를 전제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 "국세청도 은행을 털어서 오너기업처럼 무엇이 나올 수 있는지를 모르는 조직이 아니다"라며 "현재 알려진 조사 내용만 놓고 특정 경영진을 겨냥했다고 단정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향후 조사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되는지는 국민은행 조사의 성격을 판단할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해외법인이나 손익 귀속과 같은 전통적인 세무 쟁점을 넘어 경영진과 관련한 비용이나 광고·접대비 등 주변 항목까지 조사 범위가 넓어질 경우 금융권의 해석도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올해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금융권을 잇달아 찾고 있다는 점도 관심을 키우고 있다. 5월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과 메리츠증권, 6월 농협중앙회에 조사4국이 투입된 데 이어 8월에는 국민은행까지 조사 대상에 올랐다.

    지난 7월 조사라인 인사 이후 대형 비정기 세무조사가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세청은 7월 이성글 당시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을 본청 조사국장으로 이동시키고 김영상 국장을 신임 조사4국장에 배치했다. 이후 금호석유화학과 국민은행, 무신사, KCC 등 대형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4국의 세무조사가 잇달아 외부에 알려졌다.

    다만 이를 국장 교체와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세무조사 대상 선정과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신임 국장 부임 이후 시작된 조사가 모두 새 지휘부에서 결정된 사안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국세청 내부에서도 최근 대형 조사가 잇따르고 있다는 데 의미를 두면서도 인사와 조사 강도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정하는 데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국민은행 이후로 향한다. 금융권에서는 올해와 같은 금융회사 대상 조사 흐름이 이어진다면 신한금융 계열이 향후 후보군에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만큼 조사 시점이 상대적으로 가까운 반면 신한과 국민은행은 비슷한 시기에 정기조사를 받은 전례가 있다는 점 등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시점으로는 당장 가을보다 연말 이후가 주로 거론된다. 관련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세청 조사조직은 연말 성과평가에 앞서 통상 11월께 해당 연도의 실적을 사실상 정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규 조사에 들어가면 조사 건수에는 포함되는 반면 연내 고지와 징수까지 마치기 어렵다. 이 때문에 10월께 새로운 대형 조사에 착수하기보다는 연말 이후 다음 평가주기에 맞춰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세무조사 관행에 밝은 한 관계자는 "애매한 시점에 장기 조사를 새로 시작하면 건수에는 포함되지만 해당 연도에 결과를 만들기는 어렵다"며 "추가로 대형 금융회사를 들여다본다면 연말부터 내년 초가 오히려 자연스러운 시점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