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AI 파트너로 부상한 GS…잉여 발전자산이 핵심인프라로
입력 2026.09.03 07:00

GS동해전력, 1.19GW 발전능력에도 이용률 30% 안팎
美 빅테크와 파트너십·사업구조 조만간 구체화 기대감
유휴 전력에 SCM·제조 데이터까지 韓 직접 진출 유인
정부 분산특구 등 제도 지원 必…발전자산 가치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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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GS그룹과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DC) 협력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그룹이 보유한 발전자산의 활용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전력 확보 문제로 중단·지연되는 사례가 늘면서 잉여 발전설비와 전력 인프라를 이미 갖춘 사업자들이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새로운 파트너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현재 GS그룹은 미국 빅테크 중 한 곳과 강원도 동해시에 위치한 GS동해전력 인근에 대규모 AI DC를 구축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비롯해 전력구매계약(PPA)을 위한 분산에너지특화지역(분산특구) 지정 등 관련 행정·인허가 절차가 남아 있지만, 2028년까지 GS동해전력을 중심으로 동해 지역에 1.2GW 규모의 AI DC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투자업계에서는 목표 일정이 넉넉하지 않은 만큼 조만간 구체적인 파트너십과 사업 구조가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국내 원화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메타를 포함해 다수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잠재 협상 대상으로 거론된다. GS 측은 특정 기업과의 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고, 아직 계약을 체결하기 전이라는 입장이다.  

    애물단지로 여겨지던 유휴 발전자산이 AI 시대를 맞아 핵심 인프라로 재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GS동해전력은 2017년 상업가동을 시작한 국내 최초 민자 석탄화력발전소다. 595MW급 발전기 2기를 합쳐 총 1.19GW 설비용량을 갖추고 있다. 한때 70~80%에 달했던 이용률은 동해안 발전설비 증가와 송전망 제약 등이 겹치면서 현재 30% 안팎까지 떨어졌다. 전력을 생산할 여력이 있어도 외부로 실어나를 길이 막혀 사실상 유휴 상태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현지에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DC가 들어서고 직접 전력거래가 가능해질 경우 기존 송전망 제약의 영향을 줄이면서 유휴 발전능력의 활용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AI와 직접적인 접점이 크지 않아 보였던 GS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도 전력 확보가 AI 인프라 확보전의 최대 병목으로 떠오르면서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발전설비를 갖추고도 송전망 제약으로 생산한 전력을 외부 공급·판매하기 어려웠던 발전자산의 활용 가치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평이다.

    자문시장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테넌트(임차인) 확보 가시성 등 사업성 평가 측면에서 수도권 입지가 개별 DC 프로젝트의 핵심 변수였는데, 지금은 전력 확보가 핵심이 됐다"라며 "AI 빅테크들이나 하이퍼스케일러, 네오클라우드 업체 등 우량 테넌트들이 전력을 찾아다니는 형국이라서 GS를 포함해 동해나 서해안에 위치한 유휴 발전자산, 폐부지 등의 전략적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동·서부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유휴 발전자산이나 폐부지가 많다는 점 외 강점들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AI DC 구축에 필요한 ▲반도체·메모리와 전력기기, 건설·냉각 설비 등 관련 공급망(SCM)이 국내에 밀집해 있고, ▲제조 대기업들이 생산공정과 설비운영 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왔다는 점 등이다. 반면 상당수 대기업이 이를 자체적으로 AI 학습·추론에 활용할 인프라나 역량은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다.  

    글로벌 빅테크 입장에서는 대규모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발전 기반에 AI 하드웨어 공급망과 제조업 데이터까지 한데 모여 있는 미개척 시장인 셈이다. AI 활용이 범용 모델에서 개별 기업의 생산성과 업무 효율을 높이는 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한 만큼 국내에 직접 컴퓨팅 거점을 구축할 유인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평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유휴 전력에 고품질 데이터까지 패키지로 마련돼 있는데 국민성장펀드 등 국가 차원의 금융 지원까지 약속돼 있어서 매력이 크다"라며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나 정책펀드, 정부 인허가·심사 기준 완화 등에 대해서 안팎 기업들의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다만 사업이 현실화하기까지 정부를 비롯한 공공 영역에서도 제도 정비와 인허가에 속도를 내줘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원도는 지난해 정부가 처음 지정한 분산특구에 포함되지 못했다. 현행 분산에너지 제도는 일정 규모 이하의 발전원과 수요지 인근 전원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1GW를 웃도는 GS동해전력의 전력을 인근에 신설 예정인 AI DC에 직접 공급하는 데에도 제약이 있다. 향후 특구 지정과 함께 GS동해전력과 신설할 AI DC 간 PPA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별도의 규제특례가 필요할 것으로 거론된다. 

    증권사 에너지 담당 한 연구원은 "정확히 1년 전에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분산특구를 지정한 문제로 업계 우려가 폭증했던 적이 있다"라며 "SK그룹이 울산 지역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기반으로 AWS와 협력 논의를 하던 당시처럼 지금 GS그룹도 AI DC 파트너십을 차질 없이 구축하자면 유관부처가 관련 행정 업무를 제대로 진행해줘야 한다"라고 전했다. 

    투자업계에서는 GS 사례를 시작으로 대형 발전소나 유휴부지를 보유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파트너로 부상할 가능성도 거론 중이다. 포스코와 삼성물산을 비롯해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자회사 역시 잠재적인 후보군으로 꼽힌다.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을 둘러싼 속도전이 거세질수록 송전망 제약이나 수요 부족으로 활용도가 떨어졌던 국내 발전자산이 핵심 인프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