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계획 인가됐지만…"3개월마다 자금 바닥날 가능성 커"
입력 2026.09.03 10:36

자가점포 매각 계획, "지방 부동산 원매자 없다" 회의론
공익채권 납품대금만 5032억…분할상환 두고 채권자 반발
잔존사업부 M&A가 유일한 활로…"임직원 5000명 밑돌아야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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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이 관계인집회에서 가결되고 법원 인가까지 마쳤지만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회생업계에서는 이번 인가가 사태의 종결이 아니라 또 다른 자금난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점포 매각과 자금조달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2~3개월 단위로 추가 자금 요청이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자가점포 23곳을 2028년 2월까지 매각해 메리츠금융그룹의 신탁담보채권을 전액 상환하고 담보권이 풀리는 자가점포 38곳을 다시 담보로 잡아 2030년까지 6000억원 규모의 추가 대출을 받아 공익채권 변제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영업 측면에서는 2030년 매출 4조3000억원, 영업이익 1628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공익채권은 3년 내 100% 변제, 일반 회생채권은 6~10년에 걸쳐 상환하는 구조다. 잔존사업부 매각(M&A)도 인가 이후 과제로 남아 있다.

    다만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회생도산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점포는 대부분 지방에 몰려 있는데 현재 지방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원매자 자체가 마르다시피 한 상태"라며 "입지가 좋은 곳은 이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과정에서 하림그룹 쪽으로 넘어가서 남은 대형마트 부지는 대부분 비핵심지 물건이라는 점도 매각 매력도를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1년 안에 십수개 점포를 순차 매각한다는 목표에 대해 채권단은 홈플러스 측에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지만 홈플러스 측은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채권단 관계자는 "회생계획안 제출 초기부터 어떻게 빠른 시간 내 점포를 매각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문의했지만 홈플러스는 아직까지 정확한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홈플러스가 짊어진 빚 부담도 가볍지 않다. 급여와 퇴직금, 미지급 납품대금 등을 합한 공익채권 총액은 9300억원 수준이며 이 중 미지급 납품대금만 503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익채권은 회생절차 개시 이후 발생한 채권으로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율 조정 없이 수시로 우선 변제받는 채권이다. 회생채권과 달리 감액이나 장기 분할상환 대상이 아니라는 게 원칙인데 홈플러스는 이 공익채권조차 일시 변제 대신 분할상환 동의를 구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상거래채권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공익채권은 절차와 무관하게 수시로 변제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공익채권자들이 한꺼번에 즉시 변제를 요구하고 나설 경우 홈플러스로서는 치명적인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가 보유한 잉여현금 규모를 넘어서는 일시 변제 요구가 몰리면 회생계획 이행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상거래채권자협의회 관계자는 "회생계획안 가결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었다"면서도 "2028년까지 0.5%만 변제하고 나머지는 2030년에야 완제한다는 분할상환 구조에는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까지 회사가 버틸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데 어떻게 믿으라는 거냐는 게 업체들 공통된 반응"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가로도 자금난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생계획이 이뤄진다고 해도 홈플러스는 2~3개월 내에 운영 자금이 바닥날 가능성이 높다"며 "그때마다 홈플러스는 자금을 빌리는 상황이 되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홈플러스가 정상화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잔존사업부 M&A가 거론된다. 홈플러스 측도 인가 이후 영업양수도를 추진해 거래가 성사되면 그 대금을 반영한 변경회생계획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다만 그동안 매각 시도 때마다 소문만 무성했을 뿐 본입찰로 이어진 적이 없었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실제 원매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M&A가 불발되던 이유는 많은 수의 임직원이 꼽혔다"며 "현재 9000명까지 축소됐는데, 임직원 수가 5000명 이하가 될 경우에야 비로소 M&A가 현실적으로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