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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채권시장이 기대했던 국고채 공급 감소폭이 제한됐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에도 초과 세수를 국채 상환보다는 미래대응기금 적립과 재정지출 확대에 투입하기로 하면서다.
내년도 국고채 순증 규모는 올해보다 줄지만 감소폭은 시장이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총발행액도 220조원대를 유지하면서 채권시장이 소화해야 할 공급 부담은 여전히 상당하다는 평가다.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2027년 예산안'을 심의해 승인했다. 내년도 총지출은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727조9000억원보다 12.8% 증가한다. 총수입은 880조8000억원으로 편성했다. 특히 국세수입은 584조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법인세 수입이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 101조30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당초 채권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법인세 증가가 국고채 발행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세수가 늘면 재정적자와 적자국채 발행을 줄일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예산안을 뜯어보면 세수 증가분 상당 부분이 국채 감축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정부는 최근 10년 추세를 웃도는 세수 162조3000억원을 미래대응기금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국채 신규 발행을 줄이는 데 쓰이는 규모는 12조5000억원이고, 104조4000억원은 향후 재정 여건에 대비한 여유자금으로 적립한다.
내년도 국고채 총발행액은 222조8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225조7000억원보다 2조9000억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순증 발행도 109조4000억원에서 96조3000억원으로 13조1000억원 줄지만, 시장 일각에서 기대했던 60조~90조원 수준의 순증 규모에는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총지출 증가폭을 보면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가 뚜렷하다. 내년도 총지출은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2.8% 늘어난다. 총지출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10.6%를 웃도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인프라 등 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청년, 지방, 교육 분야까지 재정 투입이 확대된다.
채권시장에서는 이 같은 재정 확대가 국고채 공급 측면에 이어 금리 경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고채 순증 규모 감소 자체는 금리 상승 압력을 낮추는 요인이지만, 정부 지출 확대가 민간 소비와 투자, 고용 등 실물경제로 연결될 경우 물가와 성장률 전망을 통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경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특히 3~5년물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0%까지 올린 상황에서 재정이 경기 하방을 받치는 역할을 강화하면 최종금리 수준이 높아지거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공급 감소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장기물보다 정책금리 기대에 민감한 3~5년물에 더 직접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세수가 크게 늘었다는 숫자만 보면 국채 발행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예산안을 보면 재정지출과 기금 적립으로 상당 부분 흡수됐다"며 "총발행액이 220조원대를 유지하는 만큼 시장이 체감하는 공급 부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2027년 세입 전망이 반도체 업황과 특정 대기업의 법인세에 크게 의존한다"며 "세수 호황이 예상보다 짧아질 경우 재정수지와 국채 발행 전망이 동시에 악화할 위험도 상존해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