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웃는 포스코, 국내선 노조 파업 가시화에 촉각
입력 2026.09.08 09:33

아르헨티나 리튬 첫 흑자·美 루이지애나 8조 제철소 기공
3일 임단협 결렬, 대표 나서도 못 풀어…58년 무파업 흔들
"쟁의 장기화 땐 조단위 비용 가능"…포스코 실적 부담 우려

  • 포스코그룹이 올해 아르헨티나 리튬 공장에서 첫 흑자를 거두고 미국 합작 제철소까지 기공하며 해외에선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노조가 변수로 떠올랐다. 창사 58년 만의 첫 파업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노동쟁의가 장기화될 경우 조단위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포스코는 현대제철과 손잡고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드슨빌에 고로 대신 전기로 방식의 합작 제철소를 짓기로 하며 지난 4일 기공식을 열었다. 연산 270만톤 규모로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짓는 첫 제철소다. 총 투자 규모는 7.8조원이며 지분 20%를 가진 포스코 몫은 1조5600억원이다. 미국의 50%에 달하는 철강 관세를 피하고 현지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다. 여기에 꾸준히 투자를 진행했던 아르헨티나 리튬 사업은 올해 흑자로 돌아서며 신사업 중 처음으로 성과를 냈다.

    투자 여력도 쌓아뒀다.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DX 지분을 활용한 주가수익스와프(PRS)를 통한 자산유동화로 2조5000억원을 조달했다. 2026년부터 2028년까지 29조1000억원 규모 투자와 주주환원계획을 밀어붙일 실탄을 일부 마련해 둔 셈이다.

    이렇게 재원을 마련하고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내는 포스코 앞에 변수로 등장한 것이 노조다. 포스코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으면 오는 9일 창사 58년 만에 첫 부분파업에 들어가겠다고 공표했다.

    지난 3일 임단협에서 사측은 노조 측에 "제시한 안이 최선의 안"이라며 "이번 제시안을 거부하면 더 이상 대화를 해야 하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포스코 측은 이 발언에 대해 "교섭장 내 노사 간 발언은 대외비로 관리돼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 7일에는 이희근 포스코 대표이사가 미국 출장 일정까지 취소하고 직접 노조를 찾았지만 역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기본급 2% 인상과 일시금 400만원(현금 350만원, 지역사랑상품권 50만원)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지급, 명절상여금 200%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이 추산한 노조 요구안 총액은 1조4000억원 규모다. 노조는 "올해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2018년과 2019년, 2021년 실적이 좋았던 해에도 임금 인상률이 2~2.5%에 그쳤다는 게 근거다.

    파업이 현실화되고 노동쟁의가 장기화되면 포스코는 생각보다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 2위인 현대제철이 지난해 노동쟁의 비용을 회계장부에 반영할 때 수천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추산된다"며 "포스코는 사업 규모가 더 큰 만큼 쟁의가 장기화되면 비용이 조단위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철강산업 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도 포스코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포스코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2조91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7511억원으로 32.96%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5811억원에서 3558억원으로 38.78% 줄었다. 노동쟁의 비용까지 더해지면 실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포스코의 실적 악화는 그룹 전체의 재원 사정으로 번질 수 있다. 포스코가 철강에서 번 현금은 배당을 통해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로 올라가 그룹 신사업 재원이 된다. 포스코는 2023년 5890억원, 2024년 6300억원, 2025년 8000억원으로 홀딩스에 지급하는 배당금을 매년 늘려왔는데 파업으로 실적이 흔들릴 경우 이 배당 여력부터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포스코그룹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철강 사업에서 나오는 현금이 여전히 그룹 내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며 "파업이 현실화되고 장기화되면 포스코 실적과 그룹 투자 여력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신사업이 아직 이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으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이 보호무역주의로 성장 여력이 막힌 상황에서 리튬과 희토류 등이 대안으로 꼽히지만 리튬은 아직 투입 자금 대비 실적이 충분히 받쳐주지 못하고 희토류는 유의미한 성과가 없는 초기 단계인 것으로 전해진다"라고 말했다.

    포스코 측은 노사 갈등에 대해 "노사가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이라며 "지난 3일 교섭에서는 노조가 회사 제시안을 수용하지는 않았으나 지속적으로 소통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