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공사 4사 통합, 사장 3명 줄여도 재정 부담은 확대 우려
입력 2026.09.09 07:00

4개 공사 통합해 조직 효율화 추진
항만별 사업·고객사 달라 조정 난항
독립채산 약화에 형평성 논란 우려
절감 효과보다 재정 부담 커질 수도

  • 정부가 추진 중인 항만공사 4사 통합안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나타나고 있다. 공사간 과당경쟁을 억제하고 비효율 요소를 줄인다는 취지인데 비용 절감 효과보다는 각 지역별 세수 투입 요구가 더 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로 사업 영역과 고객이 다른 조직을 한 지붕 아래 결합시키는 작업도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지난 3일 정부는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AI 대전환 및 글로벌 위기 상시화로 국가 차원의 대응 전략이 중요해졌고, 중복 관리비용을 줄일 필요성도 커졌다고 추진 배경을 밝혔다. 작년 8월 '나라 살림 절약 간담회' 이후 이런 논의가 시작됐고, 올해 들어 각 부처산하 공공기관 통합 검토가 본격화했다. 

    해양수산부가 주무부처인 항만공사들도 통합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를 한국항만공사(가칭)로 통합하기로 했다. 기존 공사들은 한국항만공사 산하 4개 지역지사로 편입된다. 정부 측이 가진 공사지분들이 한 곳으로 모이게 된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통합의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조직 효율화와 경영진 축소다. 4개 공사마다 사장과 임원, 이사회 및 기타 조직이 별도로 있는데 이를 하나로 모을 수 있다. 항만 개발·운영·관리, 물류·마케팅 등 공통 기능을 본사 차원에 수행하면 고정 비용이 줄어든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해외 선사와 협상력을 키울 수도 있다.

    다만 통합의 실익보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선 공사들의 사업 양태가 다르다. 부산항은 세계적인 컨테이너·환적항이고 인천항은 수도권 물류와 대중국 교역의 거점 역할을 한다. 울산항은 석유화학, 여수광양항은 철강과 석유화학 등을 기반으로 한 산업물류의 중추다. 고객 선사와 노선도 제각각이다.

    해운업계에서 공사간 비교를 통해 사업성을 개선하려는 고민도 있었지만 실익은 없었다. 이름만 비슷할 뿐 사실상 '이종 사업자'들이라 분석이 무의미했다. 부산만 봐도 북항(구항)과 신항, 여객터미널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부산 내 조정도 신경쓸 것이 많은데 타 지역까지 묶는 것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세계 주요 항만 가운데는 소재 도시나 지방 정부가 운영에 깊이 관여하는 곳이 많다. 각 도시와 사업의 특성을 살려 지역 경제를 키우기 위해서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항을 비롯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미국 LA항 등도 지방 정부와 깊이 연결돼 있다. 2007년 오사카·한신항과 통합했던 일본 고베항의 세계 시장 지위는 약화했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 이후 항만공사들이 세워지던 시기에는 통합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인력이나 재정 자립도가 취약해 서로 경쟁할 상황이 아니었다. 다만 지금 공사들은 저마다 사업 체제를 갖추고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항만공사는 항만별 재정자립도를 감안하여 '독립채산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혀 왔다.

    통합 항만공사의 경영 효율성이 높아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본사 조직과 인력은 전보다 비대해지고 실제로 사업을 챙기는 현장조직은 오히려 쪼그라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항만공사 노조들은 통합에 반발하고 있다. 각종 비효율은 정부와 공사가 참여하는 '항만공사운영협의회'를 통해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각 항만공사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성격이 강해졌다"며 "항만마다 고객 해운사와 노선, 물동량과 재무 여력이 다 다른데 이를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항만공사 통합 후 정부의 부담이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각 공사가 자체 여력과 사업성을 살펴 투자에 나선다. 앞으로는 지역별 투자 격차를 조정하는 것이 통합공사의 핵심 과제가 될 수 있다. 사실상 정부가 항만의 직접 운영 주체로서 각 지역의 요구를 듣고 투자 재원도 마련해야 한다. 중요성이 큰 곳에 투자하자니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균형을 맞추자니 사업성이 악화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항만공사 통합보다는 터미널 운영 시장을 조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시각도 있다. 각 항만마다 증설 경쟁에 나서면서 하역 역량이 크게 늘어난 반면, 하역비는 감소했다. 공사끼리의 경쟁보다 항만 내부 운영사 간 경쟁이 국가 항만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항만은 세계적으로도 대부분 지방도시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국가가 나서서 고생을 하려는지 모르겠다"며 "공사 통합으로 아낄 수 있는 사장 월급은 얼마 되지 않지만 각 지역에서 바다 깎아달라, 항만 키워달라는 요구가 들어오면 정부에서 나갈 세금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