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감사위원 표대결 최윤범 측 승리…이사회 12대7로
입력 2026.09.09 13:42

백인규 감사위원 선임…집중투표 독립이사는 양측 2명씩
최윤범 측 이사회 9대5에서 12대7로…과반 우위 이어가
영풍·MBK 지분 우위에도 이사회 열세…내년 3월 재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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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임시주주총회에서 다시 맞붙은 가운데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백인규 후보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집중투표 방식으로 진행된 독립이사 4명 선임에서는 양측이 각각 2명씩 이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이사회는 기존 최윤범 회장 측 9명, 영풍·MBK 측 5명에서 12대7 구도로 재편됐다.

    9일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제53회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을 선임했다. 고려아연 측은 백인규 단국대 교수를, 영풍·MBK 측은 박유경 전 네덜란드연기금 APG자산운용 본부장을 각각 후보로 추천했다.

    표결 결과 백인규 후보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백인규 후보 선임 안건에는 509만2815주가 찬성해 출석 의결권 수의 약 81.8%를 기록했다. 박유경 후보 선임 안건에는 173만9065주가 찬성해 27.94%에 그쳤다.

    이에 따라 백 후보는 출석 의결권 수의 과반 찬성 요건을 충족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독립이사로 선임됐다. 박 후보는 과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감사위원 선임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로 제한하는 이른바 '합산 3%룰'이 적용됐다.

    집중투표 방식으로 진행된 독립이사 4명 선임에서는 이형규·서은숙·이준봉·심혜섭 후보가 선임되면서 양측이 각각 2명씩 이사회에 진입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서은숙 상명대 교수를, 영풍·MBK 측은 이준봉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심혜섭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이사회는 임시주총 이전 최윤범 회장 측 9명 대 영풍·MBK 측 5명에서 12명 대 7명으로 바뀌었다. 전체 지분에서는 영풍·MBK 측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이사회에서는 최 회장 측이 과반을 유지하며 우위를 이어가게 됐다.

    앞서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 안건도 출석 주식의 사실상 100% 찬성으로 가결됐다. 개정 상법에 따라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2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같은 안건은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는 영풍·MBK 측의 반대로 부결된 바 있다.

  • 이번 표 대결에서 지분 5%대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양측 후보에게 고르게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은 감사위원 후보인 고려아연 측 백인규 후보와 영풍·MBK 측 박유경 후보 모두에 찬성했다. 집중투표로 선임하는 독립이사 4명에 대해서도 양측 후보들에게 의결권을 각각 4분의 1씩 균등하게 행사했다. 주총에 앞서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 9곳 가운데 8곳은 백 후보 선임에 찬성 의견을 냈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 측 우군으로 분류되는 한화그룹과 LG화학, 크루서블JV 등이 고려아연 측에 표를 보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날 주총에는 한화와 LG 측 관계자가 참석한 반면 현대차그룹의 HMG Global은 불참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주총 직전까지 양측의 법정 공방도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과 최윤범 회장 측 주주, 피23파트너스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영풍·MBK 측은 피23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지분 41만9082주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차입처와 담보계약 상대방 등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중요 사항을 누락했다며 해당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해달라고 요구했다. 법원은 이를 의결권 제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임시주총 이후에도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는 현 이사 8명과 감사위원 1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특히 임기가 끝나는 이사 8명 가운데 최 회장 측 인사가 5명인 만큼, 영풍·MBK 측으로서는 지분율 우위를 바탕으로 집중투표제에서 최대한 많은 이사 자리를 확보해 이사회 내 격차를 좁히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임시주총 이후 영풍·MBK 측은 “추천한 심혜섭·이준봉 후보가 독립이사 집중투표에서 각각 득표 1·2위로 선임돼 추천 이사가 총 7명으로 늘었다”며 “이사회가 독립적인 견제·감시 기능을 수행하라는 주주들의 주문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백인규 감사위원 선임은 최윤범 회장 관련 의혹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라 감사 책임의 시작”이라며 "내년 정기주총이 이사회 판도 재편의 실질적인 분기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