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10년 과점주주 체제 종료 수순...차기 회장 선임권은 누가?
입력 2026.09.09 13:45

유진PE 지분 매각에 독립이사 추천권 회수 전망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기존 4명에서 3명으로
한투·키움·푸본 지분 매각 시 지배구조 변화
CEO 선임 견제축 사라지나…승계 투명성 새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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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최근 지분을 대거 처분한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의 독립이사 추천권을 회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향후 다른 과점주주들의 지분 매각이 이어질 경우, 2016년 민영화 이후 유지되어 온 과점주주 중심의 지배구조도 자연스럽게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시선은 최고경영자(CEO) 선임 구조로 향한다. 그동안 과점주주 추천 이사들이 CEO 인선에서 견제축으로 역할해온 만큼 이들의 비중이 줄어들면 향후 이사회 내부의 승계 절차가 폐쇄적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과점주주의 경영 개입 여지는 줄어드는 대신,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분율을 2%대로 낮춘 유진PE의 독립이사 추천권을 회수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현재 4명인 과점주주 추천 독립이사가 3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춘수 독립이사의 후임 추천권을 유진PE에 다시 부여하지 않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과거 유진PE 추천으로 우리금융 이사회에 합류해 현재 우리은행 독립이사로 재직 중인 신요환 전 신영증권 대표도 내년 3월 임기 종료 이후 연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거론된다.

    우리금융 한 고위 관계자는 "과거 과점주주들이 지분을 매각했을 때 독립이사 추천권을 철회한 사례가 있다"며 "형평성을 고려하면 유진PE가 추천한 독립이사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이후에는 추천권 역시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푸본생명 등의 추천권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향후 지분을 처분할 경우 추천권도 차례로 소멸할 가능성이 크다. 내부에서는 새 재무적투자자(FI)가 들어오더라도 4% 안팎의 지분만으로 독립이사 추천권까지 부여할 필요가 있는지는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6년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도입된 과점주주 체제는 특정 대주주 없이 경영진을 견제하는 독특한 구조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영향력이 가장 두드러졌던 분야는 CEO 인사였다. 개별 주주나 이사의 표결 방향과는 별개로 과점주주 추천 독립이사들은 우리금융의 CEO 선임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2020년 권광석 우리은행장 선임 당시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손태승 당시 회장과 과점주주 추천 독립이사 5명으로 구성됐다. 당시 손 회장과 가까운 인사도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후보를 둘러싼 이견으로 결론이 한 차례 미뤄진 끝에 권 전 행장이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

    2023년 임종룡 회장 선임 때도 과점주주 추천 인사들이 중심에 있었다. 최종 후보를 결정한 독립이사 7명 가운데 6명이 당시 또는 과거 과점주주 추천으로 이사회에 합류한 인사였다. 임 회장은 4대3 표결 끝에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특히 우리금융은 독립이사 7명 전원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해 대표이사 후보와 독립이사 후보를 모두 추천한다. 유진PE 몫이 빠질 경우 임추위 내 과점주주 추천 인사는 현재 4명에서 3명으로 줄어 과반을 밑돌게 된다. 과점주주들이 이사회 구성과 CEO 선임 과정에서 동시에 행사해온 영향력이 함께 약해지는 셈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새 임기는 2029년 3월까지로 당장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사이 과점주주 추천 이사들이 추가로 줄어들 경우 차기 회장 선임 때는 지금과 크게 달라진 이사회 구도에서 승계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과점주주 추천 이사가 줄어들면 외부 주주가 이사회 구성에 직접 목소리를 낼 통로도 함께 줄어든다. 후임 독립이사 후보 추천부터 차기 회장 선임까지 현 이사회 중심으로 이뤄지는 구조가 더욱 강해지면서 다른 금융지주에서 제기돼온 폐쇄적인 CEO 승계 논란이 우리금융에서도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남은 과점주주의 향방도 변수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남은 세 과점주주가 당장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오프라인 채널 및 IB 측면에서 우리금융과 협업 필요성이 있고, 한국투자증권 역시 당장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엑시트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며 "푸본 역시 한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2016년 투자 당시와 비교하면 증권사 주주들의 전략적 보유 명분은 다소 약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에는 우리은행과의 IB·리테일 시너지가 주요 투자 이유였지만 최근 우리투자증권이 출범하면서 일부 사업에서는 협력 관계가 경쟁 관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결국 과점주주들이 점진적으로 지분을 정리할 경우 별도의 폐지 절차 없이도 기존 과점주주 중심 이사회 체제가 자연스럽게 소멸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CEO 인선에서 작동해온 견제축이 약해질 수 있는 만큼 향후에는 후보 발굴과 평가, 최종 선임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이 한층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점주주 추천 이사가 줄어들수록 누가 회장이 되느냐 못지않게 어떤 후보군을 만들고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를 시장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