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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LG전자가 경영권을 보유한 로봇 계열사 베어로보틱스(Bear Robotics)는 현재 신규 투자자를 모집중이다. 나스닥 기업공개(IPO)를 위한 막바지 자금조달인데, 수익성을 증명해야 하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진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어로보틱스의 투자자 모집 흥행과 나스닥 IPO 성사 여부는 '국내 로봇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특히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미국 상장을 준비중인 현대차그룹의 관심도가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베어로보틱스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개월째 투자자를 모집중이다. 베어로보틱스는 서빙 로봇을 비롯해 산업용 자율이동 로봇을 제조하는 회사로, LG전자 2024년과 20205년 두 차례에 걸쳐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56.9%)을 갖고있다.
회사측이 원하는 기업가치는 최대 2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2017년 설립된 회사는 2020년부터 외부 투자자를 유치했는데, 시리즈A(2020년) 펀딩 당시엔 기업가치 약 1000억원,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 PE가 600억원을 투자한 시리즈B(2022년)에선 약 5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LG전자가 투자한 2024년엔 7000억원 수준까지 몸값을 키웠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업가치는 불어나고 있지만 회사는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약 6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는 손실 규모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언제 흑자 기조로 전환할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펀딩은 나스닥 상장 전까지 회사의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면 운영자금에 대한 부담을 덜어낼 수 있지만, 반대로 적자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상장마저 실패할 경우엔 또 다시 펀딩에 나서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단 지적도 있다.
국내 한 대형 PEF 운용사 대표급 관계자는 "베어로보틱스의 펀딩은 사실상 운영자금 사용을 위한 목적인데 나스닥 상장에 실패하게 되면 또 다시 펀딩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나스닥 상장이 유일한 엑시트 수단이기 때문에 불안 요인이 있는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불과 1~2년 새 전세계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폭증하면서 로봇기업들의 가치가 치솟는 현상이 발생하고는 있지만, 사실 국내 로봇 기업들 가운데는 유의미한 수익을 내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나라 로봇기업의 대표적인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두산로보틱스 역시 여전히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최근 들어 투자자들 사이에선 막연한 기대감을 걷어내고, 진짜 수익을 내는 로봇기업에 주목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중국 본토에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회사 유니트리(unitree Robotics)가 상장하자, 국내 로봇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유니트리는 연간 한화 약 500억원 이상의 이익을 기록하는 업체다. 이익 규모는 매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니트리의 상장 직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우리나라 로봇 업체들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고평가 돼 있다는 지적과 함께 밸류에이션을 적정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로보티즈를 비롯해 흑자를 내기 시작한 로봇기업들의 주가 적자 기업들에 비해 더 크게 오르는 모습도 나타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는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주가가 탄력을 받는 섹터들이 많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성장성이 있다고 무조건 인정받는 시장은 이미 지났다"고 평가했다.
시기를 예단할 순 없지만 베어로보틱스 역시 사업 및 판로 확장을 통해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단 평가도 있다.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로봇기업들이 진출하기 어려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등 수익성 확보 전략이 필수적이란 평가도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베어로보틱스가 소프트웨어 또는 로봇 플랫폼에 탁월한 강점이 있거나, 중국 기업들에 비해 제조 역량에서 앞선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도 "그나마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 강도가 약한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를 보여준다면, 나스닥 상장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그룹은 베어로보틱스 해외 상장과 관련해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공시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LG그룹 차원에서 베어로보틱스의 단독 상장을 추진하기 보단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로봇 사업 역량을 한 데 모으는 작업을 선행하는 게 중요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다른 PEF 운용사 대표급 관계자는 "중복상장 이슈를 무릅쓰고 적자기업인 베어로보틱스 해외 상장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보단 LG그룹이 집중하고 있는 다양한 로봇 사업을 한 곳에 집중시켜 명확한 사업 방향성을 보여주는 게 현재로선 더 중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일련의 평가들을 차치하고, 베어로보틱스가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국내 로봇 기업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특히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나스닥 상장을 고려하고 있는 현대차의 관심도는 여느 기업들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장은 현대차그룹 거버넌스 변화 과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베어로보틱스의 상장은 순손실을 지속하고 있는 로봇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유효한 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보스턴다이내믹스 또한 수익성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이번 LG그룹의 행보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