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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제이알글로벌리츠가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 효력을 두고 벌인 영국 법원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이 현지 감정평가의 유효성을 인정함에 따라 현금 유보(캐시트랩) 상태가 이어지게 됐지만, 회사는 그간 확보한 시간을 바탕으로 정상화 수순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국 고등법원은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벨기에 현지법인(GVBF)이 대주단 대리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감정평가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기존 감평사 나이트프랭크는 파이낸스타워의 자산가치를 10억7100만유로로 평가했으나, 이후 감정평가사로 선정된 JLL은 이보다 약 14% 낮은 9억2000만유로를 제시했다. 이에 담보인정비율(LTV)이 캐시트랩 기준을 넘어서면서 현지에 현금이 묶였고, 법적 공방을 통한 단기 반전은 무산됐다.
당초 승소 시 감정평가를 재산정해 현지 유보금을 국내로 들여올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으나, 판결이 패소로 확정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결국 현금이 묶인 상태 그대로 정상화 방안을 찾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일각에서는 항소를 통한 대응 가능성도 거론하지만, 실익과 소송 비용 등을 감안할 때 회사의 셈법이 복잡해진 상황이다.
법원 지도하의 자율구조조정(ARS) 협의 기간이 오는 14일 만료를 앞둔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회사가 제시한 채무 변제 및 정상화 시나리오로 쏠린다.
가장 먼저 밟아야 할 수순은 ‘임차인과의 장기 임대차 계약 연장’이다. 파이낸스타워는 벨기에 연방정부가 사용하는 대형 오피스 자산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소송을 진행하며 확보한 시간 동안 벨기에 건물관리청과의 장기 임대차 연장 협의에서 유의미한 진전을 이뤄낸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차 장기 계약이 가시화되면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입증돼 금융권 재협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핵심 고비는 ‘미국 자산 매각을 통한 LTV 낮추기’와 ‘대주단 교체(리파이낸싱)’다. 변제계획안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미국 맨해튼 자산 매각에 따른 예상 유입금(약 1446억원) 전액을 벨기에 파이낸스타워 선순위 대출 상환에 투입할 계획이다. 선순위 대출 일부를 갚아 LTV를 낮춘 뒤, 오는 2027년 10월 약 2837억원 규모의 대출 증액 및 리파이낸싱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맨해튼 자산 매각의 속도와 몸값’이다. 회사 측 변제계획안에 설정된 맨해튼 자산 매각대금 유입 시점은 2027년 6월이다. 파이낸스타워 대출약정상 캐시트랩 발생 기준(LTV)은 대출 연차에 따라 강화돼 올해 52.5% 수준에서 2027년에는 50%로 한층 낮아진다.
이에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 필요한 대출 상환액은 올해 약 7830만유로에서 2027년 약 1억130만유로로 늘어난다. 1유로당 약 1555원을 적용하면 약 1200억원대에서 1500억원대로 증가하는 셈이다.
만약 2027년 6월까지 맨해튼 자산 매각이 완료되지 못하고 지연될 경우, 벨기에 선순위 대출 일부 상환이 차질을 빚으면서 강화되는 LTV 기준을 맞추기 어려워진다. 현금 유보 상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물론, 내년 말 도래하는 만기까지 차환이 불확실해져 선순위 대주단이 기한이익상실(EOD)을 선언하고 파이낸스타워 담보권 처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현재 진행 중인 채무조정 협의와 최근 원화 강세에 따른 외화 표시 채무 규모 변동 등을 반영해 기존 변제계획안을 수정·보완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하락으로 외화 표시 채무의 원화 환산액이 줄면서 채무 상환 및 이자 부담도 일부 낮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제이알글로벌리츠 관계자는 "맨해튼 자산 매각과 벨기에 리파이낸싱을 진행해 캐시트랩을 해소하고 ARS 졸업과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