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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10,000,000,000,000(10조)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두고 증권사가 챙길 것이라 지목한 액수다. 실제로 그랬을까. 현재 확인된 수치는 이 원장이 제시한 추정치의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투자협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27일부터 7월31일까지 증권사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거둔 위탁매매수수료 수익은 약 931억원이다. 유동성공급자(LP) 인건비와 교육세 같은 숨은 비용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실제 증권사가 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금액은 이보다 훨씬 적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이후 각종 규제가 도입되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량은 급감했다. 금융당국이 기본예탁금을 상향하면서 거래대금은 하루 만에 4분의 1로 줄었다. 현재 일평균 거래량은 6월 최고치 대비 10분의 1 이하로 내려왔다. 증권사들이 거둔 수수료 역시 급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회전율이 최대 200%에 달한다며 "증권사 매매 수수료는 적게는 5조원, 많게는 10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당시 금융투자업계는 즉각 반박했다. 폭발적 거래량이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수수료를 벌어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들어간 비용은 얼마나 됐을까. 마케팅비는 애초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논란 이후 광고·이벤트성 마케팅 자체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새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도 없었다. 이에 따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수익 구조는 통상의 ETF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LP라는 지적이다. LP 수익은 매수·매도 호가 차이, 즉 스프레드에서 나오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상품 출시 때부터 괴리율을 눈여겨 봤고, 지난 8월부터는 허용 기준을 기존 3%에서 2%로 좁히기도 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LP 마진을 깎게 된 셈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괴리율도 좁히라는 얘기가 계속 나오니 LP가 더 자주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며 "수익이 발생하는 스프레드가 적다 보니 LP 쪽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세금도 숨은 비용으로 꼽힌다. 특히 교육세는 매매가 이뤄질 때마다 표면적 매매익에 매겨진다. 헤지 거래가 잦은 상품 특성상 LP 업무는 매출 대비 세 부담이 크게 잡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비용을 감안하면 증권사들의 실제 수익은 알려진 것보다 적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의원실에서 집계한 수수료 수익은 직간접비는 계산이 안 된 수치"라며 "생각보다 안 남는 장사라는 해석이 나오는 게 무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증권사가 손해를 봤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이 수익이 정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덕분인지는 별개 문제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B증권사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없었다면 고객이 다른 상품을 거래하지 않았겠느냐"며 "자연스럽게 발생한 거래 수익을 특정 상품 하나에 귀속시킬 수 있는 지는 계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수수료 자체가 증권사에 미치는 영향도 과대 해석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삼성·키움증권 등 5대 증권사가 2분기에 벌어들인 위탁매매수수료는 2조4153억원에 달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 전체에서 두 달여간 걷힌 수수료(931억원)는 이의 4%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C증권사 관계자는 "2분기 증권사들의 실적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때문에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전반적인 증시 활황의 영향이 컸고, 투자한 기업의 지분 가치나 해외법인 등의 실적이 다방면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오는 국정조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증권사만 배불린다'는 프레임으로도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증되지 않은 숫자로 여론을 흔들어 놓은 '10조원' 발언이 신중했는지 다시 도마에 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