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얼라인, 애초에 무리였던 BNK-JB 합병론
입력 2026.09.11 07:00

취재노트
얼라인, JB-BNK 합병 검토 요청 접어
이사회 설명도, 주주 지지도 얻지 못해
지방은행 위기 공감대 속 실행 전략은 숙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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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두 달 가까이 밀어붙인 JB금융지주-BNK금융지주 합병 캠페인을 결국 빈손으로 접었다. 양사 이사회는 사실상 무반응이었고, 노동조합으로부터 '투기자본'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234조원 규모의 최대 지방금융지주가 탄생할 수 있다"며 공개서한을 던졌던 지난 7월14일과 비교하면 씁쓸한 뒷모습이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10일 JB금융-BNK금융간 합병 타당성 검토를 더 이상 요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주서한을 각 금융지주에 발송했다.

    얼라인은 지난 7월14일 양 금융지주에 합병 타당성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합병 시 총자산 234조원의 국내 최대 단일 지방금융지주가 출범할 것이란 계산이었다.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1.83%, 자기자본이익률(ROE) 12.8%, 영업경비율(CIR) 38.7% 등의 구체적 재무 시뮬레이션까지 제시했다.

    이후 업계에선 어색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지방은행의 구조적 위기라는 문제의식이나 지방금융지주 간 합종연횡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이미 낯설지 않은 얘기였다. 일각에선 업계 안팎에서 여러 차례 논의된 것을 정리한 뒤 대대적인 공개 캠페인으로 포장한 데 반감을 보이기도 했다.

    막연한 아이디어를 숫자로 뒷받침한 점은 긍정적이었지만, 정작 알맹이는 빠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얼라인의 낮은 지분율론 해당 이슈를 주도할 수 없는 데다 지역정서나 조직통합 리스크 등 실무적인 고민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실제 부산·경남 계열 은행들 사이에서 통합 시도가 있었다. 2020년 김지완 당시 BNK금융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통합 검토 의사를 밝혔다가, 경남은행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물러선 바 있다. 계열사 간 통합조차 벽을 넘지 못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지주 간 합병이라는 훨씬 더 큰 규모의 구조개편을 외부 주주가 밀어붙이는 구상 자체가 무리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체면을 구긴 건 JB금융과 BNK금융 모두 외부에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회사는 7월28일 공시를 통해 합병 타당성 검토에 착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다. 다만 그 판단에 이르게 된 이유나 이사회의 인식, 대안에 대한 설명은 담지 않았다. BNK금융은 그나마 정식으로 안건을 상정해 표결까지 진행했지만, JB금융은 이와 관련한 언급이 없었다.

    노동조합은 강경하게 대응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부산은행지부는 얼라인의 제안을 "오로지 단기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을 노린 투기자본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한 시도"라고 반박했다.

    이들의 반응이 어느정도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면, 주주들의 반응은 뼈아팠다. BNK금융과 JB금융의 주가 흐름은 이번 이슈와 사실상 거의 무관하게 움직였다. 이 모든 소동을 시장에서는 애초에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이슈는 행동주의펀드로 이름을 알리던 얼라인의 평판에도 악영향을 줄 거라는 게 운용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앨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 공격 이후 국내 자본시장에서 '주주행동주의'는 꺼림직한 단어가 된 것이 사실이다. 얼라인 역시 행동주의보다는 '관여주의'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주주관여주의는 경영진 및 이사회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개혁적 주주제안을 통해 회사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일련의 주주활동을 뜻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의도'와 '진정성'이라는 것이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개혁적인 주주제안은 개별 펀드가 아니라, 전체 주주 및 경영진ㆍ임직원 모두를 위한 것임을 납득시켜야 한다. 회사와 업황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혜안이 담겨 있어야 이사회는 물론, 주주들과 임직원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라인이 처음 이번 제안을 내놨을 때부터 증권가에선 대부분 '현실성이 없다'며 평가절하했다. 합병을 통해 얻어질 이득 역시 논리적으로 연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주주들이 가져갈 이득은 모호했고, 임직원들에겐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만 심어줬다는 평가다. 업계 일각에선 '이창환 대표가 설익은 아이디어를 급하게 밀어부친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얼라인 입장에선 되면 좋고 안돼도 합병 기대감에 주가가 오른다면 평가이익이 생기니 나쁘지 않았을 거란 계산을 했을 수 있다"며 "현 시점에선 앞으로 얼라인이 어떤 주주제안을 하더라도 '제대로 고민을 한 것인지'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