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팅하우스가 원전 족쇄를 풀 열쇠?…韓·美·주주 이해관계 얽힌 고차방정식
입력 2026.09.11 15:48

韓, 지분·의결권 확보해 수출 운신폭 확대 기대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호응 여부는 미지수
원전 호황에 몸값 상승…인수가격도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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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웨스팅하우스(WEC) 지분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 정부 그리고 주주들의 셈법은 상당히 복잡하다. 우리나라 정부 입장에선 원전 수출의 '족쇄'를 풀고 원전 산업의 해외 사업 구조를 바꿀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원전 시장의 부활로 웨스팅하우스의 기업가치가 높아진 만큼 최대주주 브룩필드와의 가격 협상이 관건이다. 인수 주체로 거론되는 한국전력의 재무 여력 역시 변수로 꼽힌다.

    정부는 현재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 간 포괄적 협력 체계를 담은 프레임워크 서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한국 측의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방안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8월 25일 "한·미 양국이 공동출자해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다만 이후 비공개 당정협의에서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여전히 협의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지분 인수 검토의 배경에는 지난해 1월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결하며 맺은 합의가 자리하고 있다. 이 합의에 따라 한국은 향후 최소 50년간 해외에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에 기자재 구매와 기술 사용료 등 총 8억2500만달러(약 1조1000억원)를 지급해야 한다.

    국내 원전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한국형 원전 APR1400의 독자적인 해외 진출을 제한하는 '족쇄'로 평가해 왔다. 합의 이후 한수원의 해외 사업 전략 역시 웨스팅하우스와의 관계를 전제로 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입장에서 웨스팅하우스 인수의 전략적 가치는 상당하다.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의미 있게 확보할 경우 기존 합의 내용을 완화하거나 향후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국 측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며 "만들어 놓고도 해외에서 마음대로 사업하지 못하는 APR1400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의 지분 인수 구상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작년 합의를 통해 한국의 해외 원전 수출에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한 만큼 기존 구도를 흔들 이유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에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기존 합의에 손대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대주주인 브룩필드와의 가격 협상도 변수다. 현재 웨스팅하우스는 브룩필드가 51%, 캐나다 우라늄 기업 카메코가 49%를 보유하고 있다. 브룩필드는 웨스팅하우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이듬해인 2018년 회사를 약 46억달러에 인수했다. 이후 2023년 카메코에 지분 일부를 넘기며 투자금 상당 부분을 회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 사이 원전 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어졌던 탈원전 기조가 약화했으며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신규 원전 사업 기회가 커지고 있다. 대형 원전 원천기술과 글로벌 공급망을 보유한 웨스팅하우스의 희소성도 높아졌다.

    향후 사업 기회와 지식재산권(IP), 기업공개(IPO)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웨스팅하우스의 적정 기업가치를 산정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IB업계의 평가다. 브룩필드 입장에서는 투자금 상당 부분을 회수한 만큼 남은 지분을 높은 가격에 매각할수록 투자수익률이 크게 올라간다. 원전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든 데다 한국의 전략적 필요성까지 큰 만큼 매각 협상에서 상당한 프리미엄을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높아진 몸값을 감당할 국내 인수 주체의 자금 여력도 문제다.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는 대미 전략투자와 별개로 추진되는 사안으로 전해진다. 인수가 현실화할 경우 대미 전략투자펀드가 아니라 한전·한수원 등 참여 기업이 직접 자금을 마련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민간 기업들이 대규모 인수대금을 부담할 여력이 크지 않은 만큼 결국 한전이 앞단에 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전 역시 송배전망 확충 등 대규모 투자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의 전력망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향후 5년 치 전기요금 25조원을 선납해달라고 제안했을 정도다. 한전과 산하 발전공기업의 통합 논의 역시 자본 보강보다는 비용 효율화 성격에 가까워 웨스팅하우스 인수를 위한 재무여력이 많이 늘어나는 구조는 아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입장에서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수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한 번에 풀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해법이지만 브룩필드의 판단 기준은 결국 수익률"이라며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가격을 맞출 수 있느냐가 거래 성사의 핵심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