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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홈플러스에 이어 중앙그룹까지 크레딧 이벤트가 이어지자 금융권에서 '다음은 어디냐'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조달시장에선 이랜드그룹의 향후 차환 여건을 둘러싼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당장 자금을 갚지 못한다는 의미라기보다, 만기 때 기존 대주가 빠질 경우 이를 대체할 신규 자금을 얼마나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최근 금융권에선 이랜드 관련 신규 대주 모집이 예전보다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사가 물량을 인수하더라도 기관과 리테일(개인) 등 최종 투자자에게 셀다운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홈플러스 사태 이후 금융회사들이 관련 익스포저를 보수적으로 보기 시작한 데다 최근 비우량 크레딧 전반에 대한 경계가 높아진 영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규 대주 모집은 예전보다 어려워졌고 이랜드는 사업 전망이 밝지 않다고 보는 곳들이 있다"며 "이미 부동산 담보가 많이 잡혀있는 상황이라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시선은 이랜드의 만기구조에 쏠린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이랜드월드 별도 기준 총차입금은 1조4308억원이다. 이 가운데 58.2%인 8323억원의 만기가 1년 안에 돌아온다. 현금성자산은 2034억원으로, 만기도래 차입금의 상당 부분을 기존 대주의 만기 연장이나 신규 조달로 대응해야 하는 구조다.
최근 계열사들의 금융구조에서도 대주단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랜드파크는 지난해 말 기존 SPC에 설정돼 있던 600억원 규모 담보가 올해 상반기 사라지고, 같은 기간 3개 SPC에 합계 600억원의 담보가 새로 설정됐다. 해당 구조에는 한국투자저축은행·대백저축은행·상상인저축은행 등이 대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랜드리테일에서도 투자자가 일부 교체됐다. 경남은행에 제공했던 부동산 담보설정이 사라진 반면 제주은행과 부산은행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예금 담보가 새로 설정됐다.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대주가 바뀌는 것 자체는 이례적이지 않지만, 최근에는 기존 대주의 이탈보다 이를 대체할 신규 자금을 얼마나 원활하게 확보하느냐가 크레딧을 가르는 변수로 꼽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대주 하나가 빠지면 그 물량을 다른 곳에서 채워야 하는데 신규 대주 모집이 어려워지면 차주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줄어든다"며 "한두 번은 대체할 수 있어도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금리나 담보 조건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의 평가도 빠르게 달라졌다. 이랜드월드는 지난 4월 1년물 회사채 300억원 모집에 730억원의 주문을 받아 개별민평 대비 31bp 낮은 수준에서 물량을 채웠다. 넉 달 뒤인 8월에는 200억원 모집에 180억원만 들어와 미매각이 발생했다. 주문도 개별민평 대비 30bp 높은 수준에 그쳤다. 최종 발행금리는 연 7.341%까지 올랐다.
같은 달 만기가 돌아온 이랜드월드의 기존 무보증사채는 600억원이었다. 공모채로 만기물량 일부만 차환하고 나머지 상환재원은 별도로 마련했다. 불과 넉 달 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두 배가 넘는 주문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자본시장에서 이랜드를 바라보는 온도차가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랜드그룹만의 문제는 아니다. 홈플러스와 중앙그룹 등에서 크레딧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융회사들은 최근 비우량 기업에 대한 익스포저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있다. 회사채를 주관하는 DCM 부서뿐 아니라 담보대출을 취급하는 신디케이션 부서에서도 인수한 물량을 최종 투자자에게 넘길 수 있는지를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특히 홈플러스 사태 이후에는 담보가 충분하면 차환이 가능하다는 인식도 예전만 못하다. 이랜드 역시 보유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을 이미 차입에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이랜드월드의 담보차입금 실제 사용액은 9330억원에 달한다. 계열사 차입에도 토지·건물과 부동산담보신탁수익권, 장래매출채권, 계열사 지분 등이 담보로 제공돼 있다.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파크 등의 부동산이 금융기관 차입을 위한 담보로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담보차입 자체가 곧 유동성 위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최근 크레딧 경계가 높아진 만큼 추가 담보를 제공할 수 있느냐보다 기존 담보를 기반으로 한 금융을 계속 연장하거나 새로운 대주로 대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담보를 얼마나 설정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내가 만기에 빠지고 싶을 때 다음 대주가 들어올 수 있느냐까지 본다"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을 홈플러스와 같은 선상에 놓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랜드그룹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2조8398억원, 영업이익은 231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4%, 48% 증가했다. 본업 부진과 함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홈플러스와 달리 이랜드는 영업실적 자체는 개선되고 있다.
그럼에도 차입부담은 상당하다. 이랜드월드 별도 기준 총차입금은 1조4000억원을 웃돌고 절반 이상이 1년 내 만기를 맞는다.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도 추진하고 있지만 매각 성사 시점과 실제 유입되는 현금 규모에 따라 차입금 감축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도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과 금융환경 악화로 매수자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어 단기간 내 매각대금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신용등급과 연계된 금융계약도 변수다. 올해 6월 말 이랜드월드의 금융조달 가운데 신용등급 변동에 따라 조건이 달라지는 트리거(Rating Trigger) 적용 금액은 5745억원이다. 1노치 하락과 연계된 금액은 80억원, 2노치 하락은 3165억원, 3노치 이상은 2500억원이다.
현재 한국기업평가는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을 BBB,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당장 EOD를 전제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금융권은 차환 여건 악화와 신용도 저하가 맞물릴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조달비용 상승과 대주풀 축소가 이어질 경우 차환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일정 수준 이상의 등급 하락은 신용등급과 연계된 금융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랜드 측은 시장의 우려가 실제 자금조달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랜드 측은 "이랜드월드의 올해 만기도래 금융차입금 중 98%는 이미 조기 차환하거나 만기를 연장했으며, 현재 진행 중인 리파이낸싱이나 만기 미대응 건은 없다"며 "이랜드파크 역시 신규 비은행권 조달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기존 대주의 만기차환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차입금 절대규모도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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