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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우리나라 기업들의 자금조달 방식이 비교적 만기가 짧은 은행대출 또는 단기사채 발행에 쏠리고 있다. 회사채 금리가 기업어음(CP)과 은행대출보다 높아진 탓인데, 만기가 짧아진 상태에서 반복 차환이 이어지면 유동성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7월 일반기업 회사채는 16조2000억원 순상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5조5000억원 순발행을 기록한 바 있다. 같은 기간 은행대출은 31조4000억원에서 57조2000억원으로, CP와 단기사채는 8조8000억원에서 12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총조달금액은 57조3000억원으로 전년(55조2000억원)과 비슷했지만 조달수단은 단기성으로 쏠렸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단이 단기물과 은행대출에 쏠린 이유는 장단기 금리차 확대가 배경이다. 9월 A1등급 CP(91일) 금리는 3.2%, AA-등급 회사채 3년물은 4.5%로 차이가 약 130bp(1bp=0.01%)에 달한다. 2024년까지 이어진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된 뒤 2025년 중반부터 격차가 벌어졌고 올해 들어 빠르게 확대했다. 회사채 금리는 A+급이 2월, AA-급이 5월부터 대기업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를 웃돌았다.
NICE신용평가는 단기조달 확대의 일정 부분을 장기금리 상승에 대응한 브리지 성격의 조달로 봤다. 높은 장기금리를 확정하기보다 단기로 먼저 조달한 뒤 장기금리가 안정되면 장기조달로 전환하는 전략의 경제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회사채 시장 안에서도 신규 발행의 1~3년물 비중이 커졌다.
은행대출로의 이동도 조달 만기를 짧게 만들었다.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금융당국의 생산적 금융 기조로 은행이 기업대출 공급을 늘리면서 회사채 수요 상당 부분을 흡수했다. 대출 증가가 시설자금보다 운전자금에 집중됐다는 점이 위험요소로 꼽힌다. 운전자금 대출은 통상 만기가 짧고 만기 도래 시 차환으로 연장되는 비중이 높다. 장기 회사채로 조달하던 자금이 만기가 짧은 은행대출로 대체된 셈이다.
기업들의 장기물 복귀가 늦어지는 경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설비투자나 인수합병(M&A) 등 회수기간이 긴 자산을 단기자금으로 조달하면 자산에서 현금이 회수되기 전에 부채 만기가 먼저 돌아온다. 단기차입이 수 분기에 걸쳐 반복 차환되면 만기불일치가 쌓이고 유동성 위험이 터질 수 있다. 이 경우 기업 유동성은 보유현금이나 영업현금창출력보다 같은 규모와 조건으로 외부자금을 계속 조달할 수 있느냐에 좌우된다.
장기물 복귀 여건은 신용도에 따라 갈리고 있다. 2분기 무보증 일반회사채 발행액 기준 AA급 이상 비중이 84.5%에 달했으며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A급 발행액은 72%, BBB급 이하는 65%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올해 BBB급 이하 기업의 수요예측 14건에서는 모집예정액 4950억원 중 1030억원이 미매각되는 상황도 나타났다.
NICE신용평가는 “장기물과 은행 대체 조달 여력 두 경로가 함께 약화된 기업에서는 단기화가 차환위험 확대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비우량 기업의 발행 공백이 길어지면 시장 재진입도 어려워진다. 기존 투자자와의 접점과 시장가격의 연속성이 약해져 신규 발행 때 더 높은 금리와 유동성 프리미엄을 부담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반에서 만기가 동시에 짧아진 점도 부담이다. 자본시장 이벤트가 발생하면 여러 기업의 차환수요와 은행 대체자금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유동성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다.
CP와 단기사채 급증을 주도한 증권사도 전이 경로가 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CP, 단기사채 발행액 기준 증권사의 비중은 52%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29%에서 크게 늘었다. 시장이 경색되면 증권사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회사채와 CP 인수, 채권 재고보유, 기업신용공여를 줄이게 되고 이는 일반기업의 조달여건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2022년에도 PF-ABCP 차환 부담이 증권사 유동성 부담으로 번지면서 단기금융시장과 회사채 시장의 경색을 키웠다.
다만 NICE신용평가는 현재의 단기화가 신용위험으로 전이됐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봤다. 2022년과 달리 단기자금 수요기반이 유지되고 있고 시장안정 프로그램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단기조달 급증 역시 증시 활황에 따른 신용융자와 증거금 등 영업자산 확대에 대응한 운전자금 성격이 강하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