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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잇따라 조 단위 해외 거래에 나섰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주주환원으로 금융 계열사의 자금 여력이 개선된 가운데 그룹 차원에서도 계열사들의 해외 확장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이번 거래가 임기 만료를 앞둔 두 사장의 경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과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은 2024년 3월 임기를 시작했고 내년 3월까지 회사를 이끈다. 홍 사장은 만 60세를 넘긴 2024년 정기 인사에서 유임에 성공했고, 이 사장은 내년 초 만 60세가 된다. 만 60세가 되면 사장에서 물러나는 '60세룰' 원칙은 전보다 약화한 분위기다. 나이보다 경영 역량이 연임 여부를 가를 주요 기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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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생명은 올해 상반기 1조967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늘었다. 본업인 보험서비스손익은 주춤했지만 투자손익이 대폭 개선된 덕을 봤다. 삼성화재 역시 전년보다 10% 이상 늘어난 1조373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보험이익과 투자이익이 고르게 늘었다. 3분기까지 성적표가 인사에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홍원학 사장은 화재, 생명을 거치며 실적 개선을 이끌어 그룹 내 신뢰가 높다. 금융당국과 일탈회계 문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대응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60세룰이 완화됐지만 60대 중반에 가까워지는 나이가 제약 요인이 될 것이란 시각은 있다. 작년 인사에서 이승호 금융경쟁력제고T/F장(1968년생)이 사장에 오른 것도 변수로 꼽힌다.
이문화 사장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다. 손해보험 영업 환경이 악화한 상황에서도 손익 관리에는 성공했다는 평이다. 나이도 상대적으로 젊은 만큼 회사 안팎에서 유임 가능성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본업인 보험사업의 경쟁력이 약화됐고, 영업조직 변경 후 실적 개선도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원학 사장과 이문화 사장 모두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일각에선 각자의 경력과 성과를 인정받아 두 사람이 자리를 맞바꿔 연임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호실적은 증시 호황이나 계열사 투자 지분 가치 상승, 일회적 이익 등 영향을 받은 면도 있다. 입지를 더 확고히 하려면 실적 외에 눈에 뜨이는 치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홍원학 사장은 그룹 내 신뢰가 높고 이문화 사장도 손익 관리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어 딱히 흠을 잡을 만한 곳은 없다"면서도 "지금까지 누적된 계리적 가정 변경 효과가 하반기 손익 관리에 난제로 꼽히는 만큼, 연임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대규모 해외 금융사 투자에 나섰다. 삼성생명은 미국 프린시펄파이낸셜그룹(PFG) 지분 인수에 나서기 위해 자문사 선정 절차에 나섰다. 삼성화재는 영국 특종보험사 캐노피우스(Canopius)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모두 조 단위 규모의 대형 거래다.
최근 삼성그룹은 삼성전자가 막대한 현금을 벌어들이기 시작하면서 적극적인 확장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전자로부터 배당을 받거나 대규모 계약을 수주하는 계열사 모두 재무 상황이 개선됐다. 그룹에서는 계열사들에 각자의 사업 영역에서 M&A 기회를 찾으란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해외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금융 계열사들의 자금 사정도 나아졌다. 삼성전자는 3분기 중 30조원 규모 배당을 진행할 예정인데 주요 주주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로 갈 자금만 3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규모는 이를 넘어설 전망이다. 자본적정성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는 것보다는 활용할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 계열사 역시 이전까지는 삼성전자처럼 M&A를 검토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룹 차원의 재무 관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니 지난 수년간 해외 금융사에 소수지분 투자를 집행하는 정도 외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삼성생명은 최근에도 수백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그룹 수뇌부에 보고했지만 결국 실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금융 계열사들도 사실상 그룹 차원의 독려 속에 대형 거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수백억원 투자도 절차를 거치는 마당에 수조원짜리 거래를 그룹의 재가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규모' '해외' 주제에 맞추기 위해 그간 검토해온 투자처 중 실현 가능성이 큰 카드를 꺼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보험사 임원은 "삼성 금융 계열사들은 작은 투자 건도 일일이 그룹에 보고하고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며 "이제는 그룹에서 왜 확장에 나서지 않느냐 독려하고 있어 대형 거래에 나서게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화재가 한 발짝 앞서있는 모양새다. 캐노피우스는 이미 2019년부터 지분 투자를 해온 곳이라 회사 및 현지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당초 이달 중 이사회를 열어 캐노피우스 투자를 결정할 예정이었는데, 늦어도 한두 달 안에는 결론이 날 것으로 점쳐진다. 이문화 사장이 분주하게 출장길에 오르는 등 이 사안을 적극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상대적으로 신경 쓸 것이 많아 보인다. PFG는 삼성생명보다 운용자산 규모가 큰 회사다. 투자 규모 역시 삼성화재의 캐노피우스보다 훨씬 크다. 1대 주주 자리에 오르려 한다면 미국 당국의 까다로운 심사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자문사의 이름값보다는 현지 당국 및 회사와 네트워크가 더 중요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인수 구조를 짜고 승인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경영진의 역량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