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장 속 커버드콜에 24조 뭉칫돈…'질적 고도화' 시험대
입력 2026.09.16 07:00

3년 만에 순자산 200배 폭증…변동성 피난처·월배당 내세워 리테일 자금 흡수
상방 열자 얇아진 하방 쿠션…'주식-옵션 미스매칭'에 기저 위험 노출
거래소 섹터 파생 인프라 확충·분배율 산식 표준화 등 '설계 인프라 개선' 필요

  • 국내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가파르게 팽창하고 있다. 상방이 막히는 초기 상품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자산운용사들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으나, 급격한 외형 성장에 걸맞은 파생 인프라 확충과 공시 체계 정비 등이 요구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커버드콜 ETF 순자산은 올해 5월 말 기준 24조549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 1223억원 수준이었던 시장 규모가 불과 3년 반 만에 200배 가까이 폭증한 모습이다.

    이처럼 자금이 급격히 쏠린 배경에는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와 금융당국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 요건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 기초자산 역시 미국 대표지수 중심에서 국내 코스피200과 반도체·고배당주 등으로 넓어지며 투자자 선택지를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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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특히 '연간 배당률 20%' 보장을 앞세운 고배당 상품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매달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자금을 투입한 모습이다.

    다만, 커버드콜 상품 특유의 '비대칭 손익 구조'는 여전히 한계로 꼽힌다. 주식을 보유하면서 콜옵션을 매도하는 구조상 주가가 급등할 때는 차익이 제한된다. 반대로 주가가 급락할 때는 옵션 프리미엄을 초과하는 주가 하락분을 막지 못해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고배당과 반도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커버드콜 ETF는 최근 조정 국면에서 두 자릿수 낙폭을 기록하는 등 하방 취약성을 드러냈다. 순자산가치(NAV)가 깎인 상태에서 고정 분배금을 지급하면 원금을 헐어 돌려주는 '자본 환급'이 발생해 기준가 회복이 지연되는 점도 부담이다.

    운용업계는 이와 같은 상품 취약점을 꾸준히 보완해 왔다. 초기 상품은 월간 옵션을 전량 매도해 분배금을 높였으나 상승장 동참률이 20~30%대에 머물렀다. 이후 행사가격을 현재 주가보다 높여 잡는 외가격 콜옵션 매도를 거쳐 최근에는 옵션 만기를 주간·일간으로 줄이고 기초자산 대비 콜옵션 매도 비중을 30% 안팎으로 낮춘 구조가 대세를 이뤘다.

    이와 같은 방식은 주가 상승 참여율을 100% 안팎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매도 비중을 줄인 만큼 프리미엄 쿠션이 얇아져, 급락장 방어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다시 노출한 모습이다.

    이에 운용사가 시장 흐름에 따라 옵션 매도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율하는 '동적 액티브 모델'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한화자산운용은 기초자산 70% 추종에 옵션 30%를 결합해, 강세장에서는 옵션 행사를 줄이고 약세장에서는 행사를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역시 고배당주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0%씩 편입해 지수 연동성을 높이고 옵션 매도 상한을 30%로 제한하며 시장 국면별 조절에 나서는 등 방어력 복원에 집중하고 있다.

    기초자산과 매도 옵션 간 불일치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시장에는 반도체나 고배당 포트폴리오를 담으면서 코스피200 위클리 옵션을 파는 상품이 다수다. 이는 순환매 장세 등 업종과 지수 흐름이 어긋나는 상황에서 주식 손실과 옵션 배상이 겹쳐 손실이 커지는 '기저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우려다. 실제로 지난 5월 지수 급등 국면에서 고배당주에 코스피200 옵션을 결합한 일부 상품이 월간 25% 손실을 보기도 했다.

    여기에 커버드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위클리 옵션 프리미엄이 월평균 0.8%대에서 0.4%대로 낮아지는 유동성 잠식 현상도 관측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장내 옵션 시장에서 유동성이 풍부하고 비과세 혜택이 있는 상품이 코스피200뿐이라 미스매칭이 불가피하다"며 "기저 위험과 프리미엄 왜곡을 완화하기 위해 거래소 차원의 섹터 옵션 인프라 확충과 시장조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단기 수치에 치우친 분배율 표시 방식도 정비 대상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5개 자산운용사에 분배금 재원 오해 소지를 없애라며 규약 보완을 요구한 가운데, 업계 전반의 공시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직전 달 분배금을 단순 연환산하거나 연평균 순자산가치 대비 목표치를 내거는 등 운용사마다 산정 기준이 달라 일시적인 프리미엄 왜곡을 가릴 수 있어서다.

    미국처럼 실제 지급 실적을 바탕으로 분배율을 일원화하고 목표 분배율은 별도로 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운용사들이 규제 당국 제출용으로 이미 산출하고 있는 '원금 초과분배 자료'를 투자자에게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금융투자협회 모범규준 등을 통해 자율적인 필수 공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배당률뿐만 아니라 기준가 변동이 결합된 누적 토털리턴(총투자수익률)을 함께 명시해야만 실질 성과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표시 분배율만으로는 실질 투자 성과를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투자자가 분배 재원과 총투자수익률, 옵션 운용 조건을 일관된 기준에서 비교할 수 있는 제도적 정보 제공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