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분사 한투운용, 인력 분산ㆍ비용 부담 '과제'
입력 2026.09.17 13:58

오너십 앞세워 '액티브 떼내기' 강수…타사는 '단일 법인' 유지
450조 ETF '치킨게임'에 돌파구 모색…AUM·비용 부담은 '우려'
"구조 바꾼다고 능사는 아니다"…분할 후 인적 자본 확보 '관건'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상장지수펀드(ETF) 사업 고도화를 위해 액티브 사업 부문을 분할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과감한 시장 선점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자칫 사업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도 제기된다.

    한투운용은 지난 11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유가증권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를 포함한 전통 액티브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계열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넘기는 안건을 최종 의결했다.

    분할합병 기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한투운용은 'ACE ETF'를 앞세운 패시브 전문 하우스로 남고, 한투밸류운용은 전통적인 종목 발굴 중심의 액티브 하우스로 역할을 재정립하게 될 전망이다.

    사측은 지수 추종형 패시브와 초과수익을 노리는 액티브 조직 간의 상이한 운용 문화를 분리해 사업 전문성을 극대화하겠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면에는 포화 상태에 이른 ETF 시장의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국내 ETF 순자산은 연초 대비 50% 이상 급증해 450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코스피200 등 대표지수 패시브 시장은 상위 운용사 양강(삼성, 미래) 구도가 뚜렷하다. 두 운용사의 합산 시장 점유율은 전체의 70% 이상에 달한다. 

    여기에 총보수율을 1bp(0.01%)대까지 깎아내리는 출혈경쟁 탓에 추가적인 마진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결국 보수율이 상대적으로 높은(1% 안팎) 액티브 ETF가 돌파구로 떠오르며 고강도 조직 개편 압박을 자극한 모습이다.

    주목할 대목은 운용사 경쟁의 승부처로 부상하고 있는 '액티브 ETF' 조직의 행방이다. 한투운용은 이번 분할에서 액티브 ETF 부문을 밸류운용으로 넘길지를 공식적으로 확정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조직 편제는 오는 11월 말에나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액티브 ETF 조직이 본체에 잔류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한투운용의 전체 ETF 순자산(32조6000억원) 가운데 액티브 ETF는 9조6600억 원으로 약 30%에 달한다. 이 자산을 떼어낼 경우 ETF 순자산 순위에서 5위 신한자산운용(22조3000억원)에 턱밑까지 쫓기게 된다.

    아울러 전산과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관리 등 막대한 고정비가 투입되는 관리 조직을 모회사에 묶어둠으로써 분사 법인의 수치상 수익성을 관리하려는 복합적인 셈법도 거론된다.

    이와 같은 구조는 과거 삼성자산운용의 행보와 흡사하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017년 전통 액티브 주식 운용 조직을 삼성액티브자산운용으로 분사시켰다.

    반면 한투운용의 경쟁사 대다수는 법인을 쪼개지 않는 전략을 택했다. 단일 법인 안에서 운용·전략·마케팅 기능을 세분화하는, 이른바 '원하우스' 모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ETF 운용부문 산하에 지수 개발과 거래소 대관을 전담하는 전략본부를 신설하고 마케팅 기능을 독립시켰다. KB자산운용과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역시 운용과 상품마케팅 조직을 세분화해 대응하고 있다. 공통 인프라를 유지하며 전산과 인건비 및 고정비를 줄이려는 실리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한투운용이 법인 분할을 선택한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오너십 결단과 내부 자원 배분 정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초기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향후 개화할 액티브 ETF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장기 베팅'이라는 시각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대표지수 패시브 시장은 이미 판도가 굳어져 후발주자가 판을 뒤집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한 지붕 아래서 벌어지는 펀드 조직 간 마케팅 예산 집행 갈등을 정리해 ETF 쪽에 추진력을 불어넣으려는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현장의 시선은 우려 쪽에 조금 더 기울어 있다. 자산운용업계의 원칙으로 자리 잡은 '규모의 경제' 논리를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지적이다.

    ETF는 압도적인 운용자산(AUM) 규모가 받쳐주지 않으면 독자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해석이다. 이에 따라 섣부른 외형 분할은 손익분기점 달성을 더 늦추고, 양 법인의 필수 관리 비용 '중복 부담'으로 재무적 기초체력을 갉아먹는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형 분리에 따른 비용 부담과 맞물려, 실제 추진 과정에서도 한투운용 일부 인력의 이탈 조짐이 나타나는 등 전통 펀드 데스크를 중심으로 동요가 감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내부 동요가 치명적인 이유는 액티브 비즈니스의 경쟁력이 철저히 개별 매니저라는 ‘인적 자본’에 기대고 있어서다. 시스템과 지수에 의존하는 패시브와 달리 액티브의 본질은 운용역 개인의 종목 발굴 역량과 누적된 실적에 전적으로 좌우된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액티브는 철저히 매니저 역량에 달려 있는데, 오랜 기간 운용 성과로 시장의 신뢰를 입증한 곳이 아니라면 평판을 쌓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기존 회사를 쪼개 다른 곳에 붙인다고 스타 매니저가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 만큼, 독보적 신뢰 자산 없이 외형만 나눈다면 양사 모두 체급만 줄어들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이번 한투운용의 조직 개편 시도는 분할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평가다. 구조를 바꾼다고 초과수익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 만큼, 인재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영입해 승부수를 띄우느냐가 향후 분할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으로 꼽힌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이관되는 펀드의 운용 전문성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만큼, 조직 개편 윤곽이 나오면 관련 인력들도 이에 맞춰 배치될 예정"이라며 "그 이외에 인적 자원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채용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