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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롯데건설이 2000억원 규모의 공사대금채권 유동화를 추가로 추진한다. 지난 5월과 7월 각각 3000억원을 조달한 데 이은 세 번째 발행이다. 연내 추가 발행 가능성도 열어두면서, 과거 고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교체하고 조달수단을 다각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최근 약 2000억원 규모의 공사대금채권 유동화증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올해 공사대금채권을 활용한 조달액은 총 8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시장에선 이후에도 추가 유동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롯데건설 측은 "신규 2000억원 발행을 준비 중이나 구체적인 발행 시점과 조건은 공개가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롯데건설은 지난 5월 분양이 완료된 주택사업장의 공사대금채권을 기초자산으로 3000억원을 조달했다. 7월에는 준공이 임박한 주택사업장과 롯데그룹 계열사가 발주한 건축사업장 등으로 기초자산 범위를 넓혀 다시 3000억원을 조달했다.
건설사는 공사 과정에서 인건비와 자재비 등을 먼저 투입하고 발주처로부터 공사대금을 나중에 받는다. 롯데건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차를 활용해 향후 들어올 공사대금채권을 먼저 현금화하는 구조를 짰다. 분양을 마쳤거나 준공을 앞둬 회수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의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고 금융기관의 신용보강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구조의 핵심은 롯데건설의 기업신용과 개별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의 신용을 분리하는 것이다. 롯데건설이 무보증 회사채를 발행하면 투자자는 회사 전체의 차입금과 PF 익스포저 등을 감안해 신용위험을 평가한다. 반면 공사대금채권 유동화는 회수 가능성이 높은 채권만 별도로 떼어내 금융기관의 신용보강을 더한다. 실제로 롯데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이지만 앞선 유동화증권은 AAA 등급으로 발행됐다.
회사 입장에선 A급인 자체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대신 우량 사업장의 현금흐름을 활용해 더 높은 신용등급의 증권을 발행할 수 있다. 은행 신용보강 수수료와 유동화 비용 등을 부담해야 하지만, 이를 포함한 전체 조달원가가 기존 차입보다 낮다면 고금리 자금을 교체하는 차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롯데건설은 2차 발행 당시 공사비를 먼저 투입한 뒤 대금을 회수하기까지 통상 2~6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화를 통해 내년 1분기까지 회수할 약 7700억원의 공사비를 조기에 현금화할 수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해당 구조는 롯데건설 자금부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 설계한 것으로 전해진다. 첫 거래 이후 다른 건설사들이 금융회사에 롯데건설의 구조를 문의하는 사례도 있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진 경우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동화가 가능한 우량 공사대금채권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가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나 포스코이앤씨 등 다른 대기업 계열사들은 유동화할 만한 사업장 풀이 크지 않거나 분양이 끝나 대금 회수가 확실한 사업장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이 이처럼 회사채 밖의 조달수단을 적극적으로 찾는 것은 최근 기업 자금조달 시장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금리 부담으로 장기 회사채 발행을 줄이고 은행대출이나 단기자금시장으로 이동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일반기업의 올해 1~7월 은행대출을 통한 조달액은 57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31조4000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CP·단기사채 역시 같은 기간 8조8000억원에서 12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회사채는 지난해 1~7월 5조5000억원 순발행에서 올해 같은 기간 16조2000억원 순상환으로 돌아섰다.
회사채 시장 안에서도 1~3년물 발행 비중이 늘고 장기물 비중은 줄었다. 높은 금리로 장기간 비용을 고정하기보다 은행과 단기시장을 활용하려는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건설은 여기에 2022년 PF 시장 경색 당시 높아진 조달비용을 낮춰야 하는 과제가 겹쳐 있다. 당시 PF 우발채무 확대와 단기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계열사 지원과 금융권 차입 등으로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다. 이후 PF 익스포저를 줄여왔지만 당시 높아진 금융비용과 차입구조를 다시 손보는 작업은 이어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높은 금리에 있던 자금들을 계속 갈아 끼우면서 비용을 줄이는 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의 자체 신용을 활용한 조달비용은 여전히 낮지 않다. 국내 신용평가 3사가 부여한 회사채 신용등급은 모두 A다. 올해 1월 발행한 전자단기사채 금리는 연 5.7~6.0%였고, 3~5월에도 연 5.2~5.25% 수준이었다.
이에 롯데건설 재무라인도 직접 시장과 접촉하고 있다. 올해 롯데쇼핑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김원재 전무가 롯데건설로 이동해 재경외주본부장을 맡았고, 내부 자금팀장 출신인 송명철 CFO가 재경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연초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연간 자금운용 방향을 설명했고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도 재무담당 임원이 직접 투자자들을 만나고 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CFO가 직접 나와 30분가량 IR을 진행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시장과의 소통을 늘리고 있다"며 "건설이 과거 높은 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갈아 끼우느냐가 당분간 재무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