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홈플러스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 이유는
입력 2026.09.18 07:00

홈플러스 인수 시 절대 1강 되지만
중복 인력 및 자산 정리 문제 부담
관심 보이면 정치권 인수 압박 우려
그룹 투자 시선도 대형마트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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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홈플러스는 이달 초 서울회생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아 사업 연장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점포 매각과 영업 정상화를 통한 채무 상환 계획을 내놨지만 그때까지 회사가 버티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많다. 결국 홈플러스의 문제는 재무여력이 탄탄한 회사를 주인으로 맞이할 수 있느냐는 물음으로 회귀한다.

    작년 농협중앙회의 등판 가능성이 거론됐다. 사업상 차이, 재무 부담 등을 이유로 없던 일이 됐다. 다음 후보로는 홈플러스와 가장 유사한 사업을 하는 이마트나 롯데마트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아직 유동성 위기의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내지 못한 롯데보다는 대형마트 사업에서 반등의 실마리를 찾은 이마트에 시선이 더 갈 수 있다.

    이마트는 대형마트 영업 규제 강화, 이커머스 성장 등으로 고전하다가 2023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는 이듬해 반등에 성공했고, 작년엔 홈플러스가 경쟁 구도에서 탈락한 반사 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이마트가 홈플러스가 차지하던 자리를 추가로 흡수한다면 매출을 크게 늘려 절대 1강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이마트의 홈플러스 인수는 과점 사업자 간 수평적 결합이다. 보통 때면 기업결합 승인을 얻기 어렵지만 홈플러스는 생존을 위해 M&A가 필요한 상황이다. 과거 현대자동차도 부실 기업의 회생과 산업 경쟁력 유지라는 논리를 통해 기아자동차를 인수한 바 있다. 홈플러스는 법원을 거치며 각종 채무도 줄었다.

    이마트가 나서기만 하면 홈플러스 문제는 일사천리로 풀릴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에서도 홈플러스 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다. 홈플러스 인수를 지렛대로 삼아 의무휴업 등 각종 규제 완화 문제를 논의해 볼 수도 있다. 조사위원은 물론 MBK파트너스 측에서도 여러 차례 이마트 수뇌부와 만남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가장 합리적인 인수 후보자로 꼽히는 이마트는 홈플러스 인수 가능성에 대해 손사래를 친다. 대외 언급을 아끼고 내부 검토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일부 매력적인 점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이 많고, 잠재적인 투자 부담도 가볍지 않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가장 큰 부담은 고용이다. 이마트는 2024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인력 효율화를 추진해왔다. 홈플러스를 인수하면 중복 인력 문제가 다시 발생한다. 홈플러스 노조는 지금까지 회사의 회생을 위해 양보해 왔지만 든든한 인수자가 나타난다면 전보다 좋은 조건을 바랄 수 있다.

    정치권에서도 홈플러스 고용 유지가 주요 관심사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 역시 가격보다는 고용 유지에 집중해서 진행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이 홈플러스에 눈길을 준다면, 정치권의 인수 회유가 쏟아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 같은 부담이 이마트와 MBK파트너스 간 접촉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양측의 만남도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면 절대적 1위가 되겠지만 고용 문제는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행여라도 관심을 보였다간 정치권의 압박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거리를 두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룹의 투자 시선도 국내 본업보다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등 새로운 사업으로 향하고 있다. 올 상반기 이마트는 자회사 신세계프라퍼티와 함께 'PACM 미디어 리미티드'에 2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PACM은 파라마운트 투자에 참여한 파트너사다. 이마트가 PACM과 추가로 해외 투자 거래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