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 이전보다 셌던 '20년 거래'…신한, 인천시금고 지켰다
입력 2026.09.18 09:53

청라 이전·협약 공세에도…하나은행, 인천시 고배
신한은행, 20년 운영 경험·기존 시스템 강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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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한은행이 인천시 제1금고 수성에 성공했다. 하나금융지주가 이달부터 청라 그룹헤드쿼터 입주를 시작하고 인천시와 잇따라 협약을 맺는 등 지역 밀착 행보에 힘을 실었지만, 20년 가까이 이어진 신한은행의 자리를 빼앗지는 못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천시는 전날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열고 차기 제1금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신한은행을 선정했다. 최종 약정이 체결되면 신한은행은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인천시 제1금고를 운영한다. 제2금고에는 단독 입찰한 NH농협은행이 선정됐다.

    신한은행은 2007년부터 인천시 제1금고를 맡아왔다. 이번에는 하나은행도 적극적으로 도전했다. 하나금융은 이달부터 지주와 은행 등 주요 관계사의 청라 이전을 시작했고, 인천시와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과 미래산업 육성을 위한 협약도 잇따라 맺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이 직접 심사에 참여하는 등 유치전에도 공을 들였다.

    다만 시금고 선정을 앞두고 인천시와 하나은행의 금융지원 협약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인천시는 다른 금융회사에도 같은 사업을 제안했고 해당 협약은 평가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은행권에서는 선정 직전 지역 협력 행보가 과도하게 부각된 것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거론한다.

    그럼에도 결과는 신한은행의 수성이었다. 신한은행은 오랜 금고 운영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기존 시스템을 바탕으로 자금 관리와 운영 안정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시금고는 지역 연고뿐 아니라 금융회사의 재무안정성, 금리, 시민 이용 편의성, 금고 관리능력 등을 함께 평가한다.

    하나금융의 청라 이전 역시 결정적인 변수까지는 되지 못했다. 지역 기여가 중요한 요소이기는 해도 그것만으로 장기간 이어진 금고 거래를 바꾸기는 쉽지 않았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본사 이전으로 인천의 지방세 수입이 늘고 지역 내 고용과 소비, 금융지원 확대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맞지만 그룹 전체 세금이 인천으로 이전되는 구조는 아니란 해석도 나온다.

    시금고 자체의 경제성이 과거보다 낮아지면서 은행들의 계산에 영향을 미쳤을 거란 해석도 나온다. 지자체 예산 규모가 크더라도 자금이 금고 계좌에 오래 머물지 않고 빠르게 집행되면 은행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평균 잔액은 줄어든다. 외형상 수십조원 규모의 자금을 관리하더라도 은행 입장에서 얻는 조달 효과는 이보다 작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시금고를 확보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적지 않다. 신규 사업자는 기존 금고은행을 밀어내기 위해 금리뿐 아니라 협력사업과 지역 기여 측면에서도 경쟁력 있는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하나은행 역시 이번 경쟁에서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사업의 실제 수익성과 별개로 무한정 출혈경쟁을 벌일 수는 없는 구조다.

    신한은행은 이미 구축한 시스템과 영업 기반을 활용할 수 있어 신규 사업자보다 추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금고를 내줄 경우 인천시를 중심으로 쌓아온 기관영업 기반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수성 필요성도 컸다. 신규 진입을 노리는 하나은행과 기존 시장을 지키는 신한은행의 출발선 자체가 달랐던 셈이다.

    한편 신한은행은 지난 5월 약 51조5000억원 규모의 서울시 제1·2금고를 지킨 데 이어 이번 인천시 제1금고까지 수성했다.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핵심 지자체 금고를 연이어 지키면서 기관영업 기반도 유지하게 됐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청라 이전의 상징성과 별개로 기존 금고은행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특별히 더 나은 조건이 있지 않으면 기존 거래관계를 굳이 바꿀 유인이 크지 않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