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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연금이 신임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선임하고 조직 재정비에 나선 가운데, 사모펀드(PEF)업계의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언제·어떤 방식으로 출자 사업을 재개할 것인지에 쏠려 있다.
국민연금의 출자사업은 규모와 영향력면에서 다른 투자기관을 압도하는 게 사실이지만, 지난해부터 올해 현재까진 출자를 진행하지 못했다. 이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등 2년 연속 정치적 이벤트가 발생했고, 이 와중에 전임 CIO의 임기까지 만료하며 뚜렷한 방향성을 수립하지 못했던 탓으로 풀이된다.
사실 사모펀드 출자를 비롯한 대체투자부문은 최근 주식시장 수익률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지만, 최근 1~2년을 제외하면 전통적인 투자자산(주식·채권 등)에 비해 높은 수익률로 연금의 자산을 지탱해왔기 때문에 기금 자산 배분에 있어 중요도가 낮다고 보긴 어렵다.
올해 4월에 치러진 지방선거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선 정국이 안정됨에 따라 국민연금이 CIO 선임절차에 속도를 내고 평년과 같이 출자사업을 추진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CIO 선임 과정이 다소 늘어지고, 각종 국민연금 자체적으로 각종 현안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역시 출자 사업에 나서지 못할 것이란 '회의론'이 다시 퍼지고 있다.
일단 국민연금이 당면한 과제는 내달에 열리는 국정감사에 대응하는 것이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연금 전반의 현안을, 신임 CIO는 기금운용과 관련한 각종 논란에 대해 답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국민연금 자산 리밸런싱 과정, 과거 홈플러스 출자 회수 논란과 MBK 사태와 관련한 후속조치 등이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임 이규홍 CIO는 민간부문에서 경력을 쌓고 사학연금 CIO를 역임한 투자전문가로 꼽히지만, 국민연금의 조직을 면밀히 파악한 이후 정상적인 투자 업무에 돌입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PEF업계 한 대표급 관계자(A)는 "CIO 선임 시기의 사실상 마지노선이었던 지난주 인선을 발표한 것을 보면 국감을 앞두고 각종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선 더이상 공석으로 방치해선 안된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와 조직을 파악하는 일부터 국감을 준비까지 고려하면 PEF 출자 자체는 연금의 현안에선 다소 밀린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출자 기관들은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엔 인사를 단행하거나 대규모 사업을 벌이는 걸 자제한다. 각 분야 실무진들을 총동원해 현안 질의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대형 사업 일정을 소화할 물리적 여유가 없다는 게 현실적인 이유다.
국민연금의 또 다른 과제는 내부 조직을 재정비하는 일이다. 올해 초 대체투자부문 내 실장급 인사가 대기발령 되는 등 작지 않은 내홍을 겪었는데, 김성주 이사장 역시 이규홍 신임 CIO에게 투자 조직 정비를 우선적으로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PEF업계 다른 대표급 관계자(B)는 "신임 CIO의 취임 이후 투자 관련 부서 직원들의 긴장도가 한층 높아졌다"며 "실무진들은 출자사업 추진에 대해 최종 결정만 내려지면 언제든 (사업에) 나설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체투자부문에 대한 CIO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언제·어떤 방식으로 나올 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연기금·공제회 등은 대규모 출자사업에 앞서 운용사(GP)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시장조사를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리그를 어떻게 구분할지 또는 각 리그별로 얼마를 배정할 지 등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자금을 배분하기 위한 목적이다. 국민연금 역시 지난달을 기점으로 수요 조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주요 대형 운용사들은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펀드결성을 마쳤거나, 기존 펀드 운용에 집중하는 곳들이 많아 연금의 존재감이 부각할 수 있는 라지캡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까지 국민연금이 사모펀드 자금을 출자하지 않는다면 2년 연속 사업을 건너뛰게 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 연속 PEF 출자사업을 매년 진행해왔다.
국민연금이 출자사업에 미온적인 기조를 이어감에 따라 펀드레이징 시장에도 경색이 올 수 있단 우려도 슬슬 나오고 있다. 이미 펀드 결성을 마친 몇몇 대형사를 제외하고, 중소·중견 운용사들 그리고 벤처캐피탈(VC)업계까지 국민연금의 출자금이 갖는 상징성은 상당히 크다. 국민연금이 앵커투자자로서 출자를 단행했다는 점만으로도 매칭 자금을 모으고 클로징하는데 훨씬 수월해진다.
블라인드펀드 출자사업과는 별개로 국민연금이 그동안 멈춰섰던 프로젝트 출자에 다시 나설 지는 살펴볼 이슈다. 홈플러스 사태 이후 국민연금은 프로젝트 출자 검토를 배제했다. 연금의 이런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주요 공제회들 역시 프로젝트 출자를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고, 이런 기조는 기존에 출자자(LP)로 참여했던 금융사들까지 퍼져있다.
최근 기금운용본부는 국내외 대체투자 프로젝트의 투자 타당성을 분석할 자문사 풀(POOL)을 구성하기 위해 공고를 내고, 현재 제안서를 접수 받고 있다. 부동산·인프라·사모투자 분야의 프로젝트투자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회계법인과 신용평가기관 총 6곳을 선정하겠단 계획이다. 연금의 운용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투자부문 역시 그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각종 잡음을 미연에 방지하고 투자에 대한 명분을 확립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프로젝트 시장에 복귀하면 각 공제회와 금융사들 역시 개별 투자건에 대해 긍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배경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외부 평가기관의 자문 결과가 국민연금 출자 여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기존 국민연금만 상대했던 운용사들 입장에선 자문사들까지 신경 써야 하는 부담이 가중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