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설득 못한 카카오 인적분할…'김범수 승계 포석' 관측도
입력 2026.09.21 07:00

소액주주는 반발, 기관들은 '무관심'
분할 명분보다 실행력에 의구심 여전
사업·투자 분리…장기 지배구조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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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가 인공지능(AI) 사업과 투자 부문을 떼어내는 인적분할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좀처럼 돌아서지 않고 있다. 기업가치 저평가를 해소하고 각 사업의 성장성을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게 카카오의 설명이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분할 이후 두 회사의 성장 전략과 기업가치 제고 효과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이번 분할을 김범수 창업자의 승계 등 장기적인 지배구조 변화와 연결해 바라보는 시각도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 16일 소액주주 설득을 위한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인적분할의 배경과 카카오AI·카카오X의 성장 전략, 주주환원 정책 등을 설명했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전체 지분의 64.83%를 차지하는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반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 분할은 상법상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가 지난달 말 진행한 주주투표에서는 인적분할 반대 및 적극 대응을 요구하는 의견이 99.9%에 달했다.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인적분할 계획 발표 이후 기업가치 훼손의 원인이 복잡한 사업구조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며 반대 입장을 냈다. 반복된 경영 실패와 이에 책임지지 않는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평가 없이 법인을 나누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쇄신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21일 이사회를 열고 회사를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광고·커머스 사업을 담당하는 카카오AI는 신설회사로,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계열사와 투자 기능을 보유한 카카오X는 존속회사로 남는다.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카카오AI 36.5%, 카카오X 63.5%다. 오는 12월 1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1일 분할하고 같은 달 27일 카카오AI 재상장과 카카오X 변경상장을 추진한다.

  • '기업가치 제고·사업 효율화' 명분은 알겠는데…"제대로 될까?"

    카카오가 내세우는 핵심 명분은 '기업가치 재평가'다. 회사는 현재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보유 사업과 자회사 등의 합산가치에 비해 크게 할인돼 있다고 보고 있다. 김도영 카카오X 대표(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내정자는 인적분할 발표 당시 카카오의 합산가치를 34조2000억원으로 제시하면서 당시 시가총액 16조8000억원이 이에 비해 50% 이상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과 투자 기능을 분리하면 각 회사가 독립적인 의사결정과 자본 배분에 나설 수 있고 이른바 '복합기업 할인'도 해소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시장은 인적분할을 기업가치 상승의 계기로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발표 당일인 지난달 21일 카카오 주가는 7.49% 하락한 3만5800원에 마감한 데 이어 이후에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이 반응하지 않는 배경에는 인적분할 계획 자체보다 카카오의 실행력에 대한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다. 인적분할을 통해 여러 사업에 가려졌던 각 사업의 가치를 드러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문제는 지난 몇 년간 뚜렷한 성장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카카오가 이 같은 청사진을 실제 성과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이렇다 보니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도 불확실한 미래에 베팅하기보다 관망하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복수의 기관투자가들은 인적분할 이후에도 당분간 카카오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같은 인터넷·플랫폼 업종 내에서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고 신규 사업의 가시성이 있는 네이버 등에 관심이 더 쏠린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계획 자체의 좋고 나쁨을 떠나 지금의 카카오가 과연 이를 실행해낼 수 있는 곳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며 "회사를 분할한다고 해서 없던 성장성이 생기는 것은 아닌데, 지금까지 카카오가 보여준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데다 현 경영진이 AI나 미래 사업에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창업자든 경영진이든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여줘야 투자자들도 믿고 갈 수 있는데 지금의 카카오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죽하면 인적분할까지 하나 싶지만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는 분할 자체가 또 하나의 '노이즈'이자 다소 피로한 이벤트"라며 "현재로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무관심에 가까운 분위기가 강하다. 분할 이후 어느 회사의 지분을 가져갈지 등 전략적인 선택도 아직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전 단계"라고 덧붙였다.

    내부에서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AI 대표로 정신아 현 대표를, 카카오X 대표로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를 각각 내정했다. 분할 이후 기존 CA협의체와 같은 그룹 공동 조직을 두지 않고 양사가 독립적으로 경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구체적인 조직 배치와 의사결정 구조조차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일부 임원들은 본인이 카카오AI와 카카오X 중 어느 회사에 소속될지도 명확히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도영 대표 내정자 역시 경영자로서 내부의 충분한 검증과 지지를 거쳤는지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전산시스템 분리부터 각종 내·외부 사업 계약의 이전·재정비까지 분할 과정에서 실무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만큼 내부의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카카오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현재의 카카오는 사실상 책임지고 의사결정을 내릴 '경영진'이 없는 곳"이라며 "회사를 둘로 나누는 큰 작업을 진행하면서도 정작 내부에도 향후 누가 어디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왜 하필 지금' 남은 의문…향후 승계 위한 '선택지' 넓히나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기업가치 제고를 분할의 가장 중요한 명분으로 내세운 데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기업가치 저평가가 오랜 기간 지속됐다면 인적분할에 앞서 본업의 성장성을 회복하거나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서는 등 주가 부양을 위한 노력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한 수단을 충분히 동원했음에도 저평가를 해소하지 못했을 때 인적분할이 마지막 카드로 제시되는 것이 순서였다는 지적이다.

    시장과 카카오 안팎에서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김범수 창업자의 장기적인 승계 구도와 연결해 바라보는 시각도 나온다. 김 창업자는 2022년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뒤 2023년 말 그룹 위기 수습을 위해 경영 전면에 복귀했다. 이후 지난해 3월 방광암 초기 진단을 받으면서 CA협의체 공동의장직에서 사임하고 치료에 들어갔다.

    김 창업자가 공식적으로 승계 계획을 밝힌 적은 없다. 다만 2021년 초 아들 김상빈씨와 딸 김예빈씨에게 각각 카카오 주식 6만주를 증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에도 승계 준비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카카오 측은 이에 대해 "승계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김 창업자가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회사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 주요 주주로, 김 창업자의 자녀들도 과거 이곳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카카오는 인적분할에 앞서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투자사업 부문을 별도 회사로 물적분할하고, 존속회사인 카카오X인베스트먼트를 인적분할 이후 카카오X에 흡수합병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인적분할 이후 두 회사의 주가와 가치가 서로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광고·커머스 등 핵심 사업을 가져가는 카카오AI의 분할비율은 36.5%, 주요 계열사와 투자자산을 보유하는 카카오X는 63.5%다. 특히 카카오X는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는 투자회사 성격이 강한 만큼 상장 이후 시장에서 이른바 '지주회사 할인'을 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분할 이후 양사의 주가와 기업가치가 서로 다르게 형성될 경우 향후 지분 이전이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번 인적분할 자체로 김 창업자 측의 지분율이 높아지거나 승계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 주주들이 동일한 비율로 양사의 주식을 배정받는 구조인 만큼 김 창업자 측의 지분율 역시 원칙적으로 그대로 유지된다.

    이번 인적분할 과정에는 김앤장의 기업지배구조 관련 인력들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의 인적분할 역시 이번에 처음 논의된 것은 아니며, 과거에도 여러 차례 내·외부적으로 검토됐지만 실제 추진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인적분할만으로 지분율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지금 당장 승계와 직접 연결하긴 어렵다"면서도 "회사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명확하게 나누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한 뒤에는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아지는 만큼 장기적인 지배구조 변화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측은 "이번 인적분할은 승계와 무관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