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자산가 60%는 기업에"…'법인 개척'으로 WM-IB 선순환 추구
입력 2026.09.22 07:00

[이재열 NH투자증권 WM사업부 대표 인터뷰]
브로커리지 한계 직면…"내년 상반기까지 박스권 대응"
'K자 양극화' 속 우량 판매사 공략…중견 법인서 '해답'
기업 딜 IMA 담고 오너 락인…'플로비즈니스' 체질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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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NH투자증권, 그래픽=윤수민 기자)

    <편집자주> 국내 증권사 리테일(소매금융) 자산 1000조원, 운용사 운용자산(AUM) 2200조원,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500조원의 시대가 열렸다. 알파(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를 원하는 시중 자금의 규모는 천문학적 수준으로 늘어났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산다는 추종매매의 틀을 깨지 못하고 있다.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왜 투자해야 하는지 길잡이를 해줘야 하는 자산관리(WM) 사업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이유다. 인베스트조선은 주요 증권사 WM 리더들을 만나 시장 전망과 영업 전략을 들어봤다.

    상반기 증시 랠리가 멈추고 변동성 장세가 닥치면서 증권사 자산관리(WM) 부문이 시험대에 올랐다. 브로커리지 수익성의 한계가 명확해진 가운데, NH투자증권은 기업금융(IB)과 연계한 '법인 개척'을 돌파구로 제시했다.

    WM 전체 성과의 절반 이상을 창출하는 초고액자산가의 원천이 법인에 있다는 판단에 따른 전략이다. 기업의 자금조달과 승계 등 IB 수요를 선제적으로 풀어, 오너 일가의 개인 자산까지 흡수하는 'IB-WM 선순환' 모델로 기초체력을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상반기 호황으로 고객과 증권사 모두 성과를 거뒀지만, 지난 7월 급격한 조정 이후 하반기 상승 반전은 다소 회의적으로 본다."

    이재열 NH투자증권 WM사업부 대표의 하반기 및 내년 시장 전망이다. 실제로 7월 이후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전월 대비 48.8% 급감하며 연중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고, 상반기 실적을 견인했던 브로커리지 특수도 빠르게 소멸했다.

    이 대표는 "미국 중간선거와 환율 변동성, 금리 향방, 전쟁과 유가 불안 등 '4대 악재'가 산적해 내년 상반기까지는 시장이 박스권 등락에 머물 것"이라며 "증권사 실적 또한 본격적인 회복세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세 변화 속에서 이 대표가 꺼내 든 카드는 '법인 영업'이다.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가 WM 전체 성과의 60% 이상을 견인하고 있는데, 이들이 가장 밀집한 거점이 '기업'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NH투자증권은 국내 실물경기가 업종별로 극명하게 갈리는 ‘K자형 양극화’ 국면에서 새로운 고객군을 발굴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내수 부진과 업황 둔화에 직면한 화학·철강 등 전통 제조업보다 반도체·AI, 방산, 조선, 자동차 등 수출과 글로벌 산업 성장의 수혜를 입고 있는 업종의 우량 1차 협력사(벤더)와 중견·중소 외감기업을 중심으로 잠재 자산가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대기업은 본사 대기업 전담 부서(홀세일)에서 접근하더라도, WM은 자금력과 기술력이 풍부한 중견 기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며 "법인을 개척해야 운용자금과 퇴직연금은 물론, 그 뒤에 있는 오너 일가의 개인 자산까지 흡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 금융상품 판매를 넘어선 '플로비즈니스(Flow Business)'로 구현된다. 일선 PB가 법인의 자금조달(메자닌, 인수금융) 수요를 발굴해 본사 IB에 넘기는 '소개(레퍼럴) 영업'을 펼치면, IB가 검증해 구조화한 우량 자산을 다시 종합투자계좌(IMA)나 패밀리오피스 상품으로 공급하는 선순환 구조다.

    이 대표는 "IMA에 CP나 단순 메자닌을 담는 것과 달리, NH는 본사 IB가 실사하고 검증한 우량 인수금융과 CB 등을 60~70% 사전 편입한 뒤 상품을 출시한다"며 "최근 패밀리오피스 고객에게도 본사 IB의 우량 지분투자 기회를 배정해 즉각 완판을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급락장 이후 자산가들의 자금 흐름에 대해서는 '지키는 자산관리'를 역설했다. "주식은 팔기 전까지 내 돈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원금 보존과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노리는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증시 변동성에 대응할 대안 중 하나로 대형주를 활용한 주가연계증권(ELS)을 꼽았다. 지난 8월 급락 당시처럼 옵션 프리미엄이 치솟아 연 30~40%대 고쿠폰이 형성되던 최적의 진입 시점은 지났지만, 지수가 갇힌 현 박스권 장세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투자 수단이라는 진단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대표 종목이 단기 급등하기는 어려워도 추가 폭락 가능성이 제한적인 만큼, 원금 손실 기준선(녹인)을 대폭 낮춘 상품을 통해 변동성을 방어하며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처방이 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비과세 혜택이 있는 달러 표시 브라질 국채를 포트폴리오 분산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연 14% 안팎의 높은 표면이자를 바탕으로 비과세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다만 신흥국 채권인 만큼 환율 변동성이 크고 시장 상황에 따라 채권 가격이 하락할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직 운영에서는 디지털 부유층 흡수와 평가·보상 체계 개선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모바일(나무) 플랫폼을 이용하는 10억원 이상 자산가가 1만2400명까지 늘어난 만큼, 복합 상담 수요가 있는 고객에게 오프라인 우수 PB를 일대일로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현장 PB에 대한 본사 차원의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세무·법무 전문가로 구성된 본사 ‘어드바이저리 본부’가 현장 PB의 요청에 따라 동행 상담을 지원하는 체계를 상시 가동하고 있다. 급락장에서 손실을 본 고객 계좌를 선제적으로 진단하고 리밸런싱을 지원하는 등 사후관리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임직원 평가·보상 체계 역시 조정장에서 고객 자산의 이탈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인 자산관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재정비 수순을 밟고 있다.

    이 대표는 "오프라인 WM은 1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에게 전문 대면 서비스를 집중하고, 대중 고객은 디지털 플랫폼이 전담하는 투 트랙 종합 플랫폼을 완성할 것"이라며 "시장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NH투자증권'만의 독보적인 자산관리 색채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최근 증시 변동성을 고려할 때, 향후 WM 부문 수익성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

    "7월 급격한 조정을 거치며 거래대금과 WM 수익원이 상반기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미국 중간 선거, 환율 변동성, 금리 향방, 전쟁과 유가 불안 등 대외 변수들이 산적해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불확실성을 소화하며 에너지를 비축하는 박스권 구간이 될 것이며, 본격적인 회복세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나타날 것으로 본다."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회사가 WM사업부에 요구하는 역할이 바뀌었는가.

    "급락장 이후 손실을 본 고객들의 자산 진단과 리밸런싱 등 고객 케어가 최우선 과제다. 이에 맞춰 디지털 플랫폼(나무)의 10억원 이상 자산가 1만2400명을 오프라인 PB와 매칭하는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추진, 법인 영업 강화, 고객 자산의 안정적인 관리와 유지를 위한 영업 체계 정비 등 세 가지 핵심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

    -법인 영업을 강조하는 배경과 타깃 기업은 어디인가.

    "WM 전체 성과의 60% 이상을 창출하는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가 법인에 가장 많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화학·철강 등 전통 제조업보다는 반도체·AI, 방산, 조선, 자동차 등 호황 산업군의 우량 1차 벤더들이 탄탄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기업은 본사 전담 부서가 맡더라도, WM은 중견·중소 외감기업에서 충분히 답을 찾을 수 있다."

    -경영자원의 배분이 IB 중심으로 재조정되는 흐름이 있는가.

    "각자대표 체제 전환 이후에도 특정 부서로의 자본 쏠림은 없으며, 정해진 한도 내에서 효율적으로 배분된다. 오히려 WM사업부는 발행어음과 IMA를 통해 IB 투자 원천을 조달하고, 법인의 인수금융이나 메자닌(CB·BW) 발행 수요를 발굴해 IB로 넘기는 레퍼럴 영업을 펼치며 새로운 핵심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다."

    -IMA 출시 이후 고객 기반과 수익구조에 나타난 변화는 무엇인가.

    "법률상 '원금보장형 실적배당 상품'으로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고객 기반을 대폭 넓혔다. NH는 본사 IB 부서가 실사하고 검증한 우량 인수금융과 CB 등을 발행 전 60~70% 이상 사전 편입해 안정성을 높였다. 모험자본 조달과 운용이 맞물리는 가장 이상적인 시너지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라 고객들의 자산배분 전략은 어떻게 달라졌나.

    "7월 조정 이후 안전자산 배분 수요가 뚜렷해졌다. ELS는 변동폭이 완만해졌으나, 대형주의 추가 폭락 가능성이 낮아 중위험·중수익 대안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비과세 혜택이 있는 브라질 국채 역시 높은 표면이자를 바탕으로 환손실 위험을 감내하며 접근하는 자산가들의 분산 수요가 있다. 아울러 환율 하락 국면을 활용해 달러 자산을 선제 매집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브로커리지 호황기에 유입된 고객을 장기 자산관리 고객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고액자산가들은 일방적 마케팅보다 프라이빗 세미나와 전문가의 체계적인 맞춤 조언을 선호한다. 세무·법무 전문가로 구성된 본사 어드바이저리 본부를 통해 현장 요청 시 일대일 동행 지원을 상시 제공하고 있으며, 이벤트성 관리가 아닌 체계적 툴로 정착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신흥 자산가와 기존 자산가의 투자 성향 차이점은.

    "근로소득 기반의 대기업 성과급 자산가가 예금과 주식을 선호한다면, 사업 과정에서 레버리지를 체감한 테크 뉴리치는 벤처캐피털(VC) 펀드 출자, 직접 지분 투자, 인수금융 참여 등에 관심이 높다. 전통적인 상품 제안이 아닌 NH의 강력한 IB 딜 소싱 인프라를 연결해 직접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공략하고 있다."

    -향후 패밀리 오피스 비즈니스 사업을 어떻게 고도화할 계획인가.

    "세무·법무 등 비금융 컨설팅을 넘어 '기관투자자급 상품'을 소싱해 배정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최근 IB 지분투자 딜을 연계해 완판을 기록했듯, 사업부 간 장벽을 허물고 우량 대체투자 기회를 지속 공급할 것이다. 아울러 고객군별 폐쇄형 네트워크인 'N2 프라이빗 클럽'을 구축해 커뮤니티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이재열 NH투자증권 WM사업부 대표 약력: 1972년생, 영남대 무역학과 졸업. 2016년 NH투자증권 두류센터장, 2020년 범어동WM센터장, 2022년 대구금융WM1센터장, 2023년 동부본부장, 2026년 WM사업부 대표(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