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마일리지 통합 고비 넘겼는데…풀기 쉽지 않은 한진그룹 과제들
입력 2026.09.22 07:00

조회장, 호반과 지분 격차 0.4%포인트…상법 개정도 변수
한진칼, 자사주 출연 배임 혐의로 경찰 압수수색
GGK·대미 투자·LCC 통합에 자금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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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과정에서 마일리지 통합이라는 고비를 넘겼지만 한진그룹에 남은 과제는 산적해 있다. 호반건설의 경영권 위협은 현재진행형이고 지주사 한진칼은 경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 정리와 대미 항공기 투자, 저비용항공사(LCC) 통합에 따른 재무 부담도 남아있다.

    한진그룹이 마주한 큰 과제는 경영권 위협이다. 한진칼 지분 구조는 조원태 회장 및 특수관계인 20.58%, 호반건설 외 20.15%, 델타항공 14.90%, 한국산업은행 10.58% 순이다. 호반은 2022년 KCGI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아 2대 주주가 된 뒤 매입을 이어왔고 지난 7월에는 보유 지분을 18.46%에서 20.15%로 끌어올렸다. 조 회장 측과의 격차는 0.4%포인트 남짓이다. 인수 과정에서 조 회장 측에 우호적인 구도를 만들어준 산업은행 지분도 통합이 끝나면 투자 목적이 달성되는 만큼 향후 처리 방향이 변수다.

    좁혀진 지분 격차에 상법 개정이 더해지며 호반 측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개정된 상법으로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진칼도 올해 3월 주총에서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집중투표제에서는 주주가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어 20%대 지분을 가진 호반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열린다. 감사위원 선임에서는 지분 격차가 더 좁혀진다. 최대주주인 조 회장 측은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산해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반면 호반 측은 호반건설 11.50%, 호반호텔앤리조트 8.34% 등으로 분산돼 있어 주주별 3% 한도를 적용하면 6%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델타항공 등 조 회장 측 우호주주도 각각 3%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표 대결 결과는 유동적이다. 

    이 가운데 한진칼은 경찰 수사도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최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한진칼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한 자사주 44만44주(0.66%)가 쟁점이다. 출연 당시 평가액은 527억6000만원이다. 회사가 보유하는 동안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는 기금으로 넘어가며 의결권이 생겼고 기금이 조 회장의 특별관계자로 추가되며 합산 지분은 0.66%포인트 높아졌다. 기금 보유분은 호반과의 격차보다 크다. 한진칼은 임직원의 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을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기내식 사업 인수와 대미투자로 인해 소요될 자금으로 재무적 부담도 존재한다. 대한항공은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대한항공C&D서비스 지분 80%를 7500억원에 인수한다. 2020년 유동성 확보를 위해 넘겼던 기내식·기내면세 사업을 5년여 만에 되사오는 것이다. 매각 당시 대한항공C&D의 기업가치(EV)는 99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지만 이번 거래에서는 1조7000억원으로 평가된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문제 또한 해결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시절인 2016년 스위스 기내식 기업 게이트그룹과 합작으로 GGK를 설립하고 2018년부터 30년간 기내식을 독점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게이트그룹 계열사는 금호 측 회사에 약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무이자로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고 그 대가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독점 공급권을 확보했다. 

    계약은 이후 배임 논란과 국제중재 분쟁 등으로 이어졌지만 효력 자체는 유지되면서 대한항공은 흡수합병으로 계약상 권리와 의무를 그대로 승계할 전망이다. GGK와의 협의 외에 정리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추가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6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도 부담이다. 대한항공은 362억달러 규모의 보잉 차세대 항공기 103대 구매 계약을 16일 체결했다. GE에어로스페이스와 CFM인터내셔널(CFM)과는 약 86억달러 규모의 예비 엔진 구매 및 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을 완료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계약 규모 자체는 카탈로그 가격 기준이기 때문에 대한항공이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투자 규모는 발표된 것보다 적을 것"이라며 "대미투자로 인해 단기적인 재무적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엔진 효율과 유류 감축 등 효율성이 개선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LCC 통합 과정에서의 비용도 주목된다.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에어서울을 합치는 작업이 남았는데 업황이 좋지 않다. 항공유 가격은 최근 한 달 새 14% 넘게 올랐고 원·달러 환율도 1380원대로 반등했다. 여객 의존도가 높은 LCC는 연료비 상승분을 운임에 반영하면 수요가 위축되고 운임을 유지하면 수익성이 나빠진다.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는 상반기 15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LCC를 통합하면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통합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이 상당할 수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부산시의회가 지난 11일 통합 LCC 본사의 부산 유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지역 정치권의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12월 합병 주주총회를 앞두고 LCC 통합 조율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