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전략투자공사, 달러 차입 난관…정부보증 없어 글로벌IB '신중'
입력 2026.09.23 07:00

KUIC, 외국계 IB와 차입 협의…위험 관리가 변수
한국은행 외화자산 활용은 환율 부담에 제약
직접 차입과 달리 달러채는 정부보증 가능
첫 달러채 최대 20억弗…외국계 주관사 선정

  • 한미전략투자공사(KUIC)가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집행하기 위한 달러 확보에 나선 가운데 금융기관 직접 차입을 통한 자금 조달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금융기관에서 직접 빌리는 돈에는 정부의 원리금 상환보증 근거가 별도로 없어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신용위험을 따져보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보증이 가능한 달러채 발행은 주관사 선정 작업이 진행되는 등 상대적으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대규모 투자를 실제 집행하려면 안정적으로 달러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한미전략투자기금은 ▲위탁 외화자산 ▲채권 발행 ▲KUIC 출연금 ▲정부·금융기관 차입금 등으로 재원을 조성한다. 기금은 20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계정과 1500억달러 규모 조선협력투자계정으로 나눠 운용된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과 외국환평형기금의 외화자산을 대미투자에 대규모로 활용하는 데는 부담이 따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달러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달러가 대미투자로 빠져나갈 경우 외환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어서다. 한미 합의에서 2000억달러 투자를 한꺼번에 집행하지 않고 연간 200억달러 한도에서 사업 진척에 맞춰 자금을 납입하도록 한 것도 이런 외환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이에 KUIC는 금융기관에서 직접 달러를 빌리는 방안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계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달러 차입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보증이다. 특별법은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금을 기금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해당 차입금에 대해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증한다는 별도 규정은 두지 않았다.

    외국계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정부보증 없이 기금에 달러를 빌려줄 경우 상환 재원과 신용위험을 따져야 한다. 투자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하거나 기금의 상환 재원이 부족해질 경우 해당 위험을 어떻게 평가하고 관리할지가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되는 셈이다. 실제 금융기관별로 차입 참여 여부를 두고 온도차가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채권 발행 쪽은 분위기가 다르다. KUIC는 첫 외화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난주 해외 IB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발행 규모는 최대 20억달러로 내년 초 발행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에 따르면 KUIC는 외화채 발행을 맡을 외국계 주관사 선정도 상당 부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선정된 주관사들이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수요를 확보하고 발행 규모와 금리 등 구체적인 조건을 결정하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차입과 채권 발행의 가장 큰 차이는 정부보증 여부다. 특별법은 한미전략투자채권에 대해서는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증할 수 있도록 별도의 근거를 두고 있다. 정부보증이 실제 붙는다면 신설 기관인 KUIC의 자체 신용위험을 상당 부분 덜 수 있어 해외 투자자 확보에도 유리할 수 있다. 정부가 실제 보증에 나설 경우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환율 불안으로 공공 외화자산 활용에 제약이 있는 가운데 민간 자금 조달에서도 정부보증 유무에 따라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며 "정부보증이 없는 금융기관 차입이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보증이 가능한 채권 발행은 첫 발행을 위한 절차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