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발행어음 시장의 고객 확보 경쟁이 고금리 특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규 사업자들이 기존 증권사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금리 혜택을 앞세우면서다.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를 통한 투자자금 확대가 우량 기업금융 딜 확보 경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고객 유치 이후 운용 마진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최근 발행어음 1호 상품을 출시하며 연 5.5% 특판을 내놨다. 9월 이후 신규 고객과 지난 8월 말 기준 총잔고가 100만원 미만인 고객에게 2~90일물 기준 연 5.5%(세전)의 금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발행어음 인가를 앞둔 메리츠증권도 출시 상품의 금리로 연 5%대 후반에서 최대 6% 수준까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는 오는 23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인가 이후 상품 조건이 구체화되면 후발주자 간 고객 확보 경쟁도 한층 뚜렷해질 전망이다.
고금리 특판은 후발주자가 신규 고객과 거래를 트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된다. 이미 다른 증권사에서 금융상품을 거래하는 고객에게 추가 계좌 개설과 자금 이동을 유도할 수 있어서다. 가입 금액과 판매 규모를 제한하면 비용 부담을 관리하면서 고객 접점을 넓힐 수 있다.
후발주자들의 고금리 상품은 기존 사업자와의 고객 기반 격차를 좁히기 위한 방법이라는 평가다. 다른 증권사와 거래하던 고객의 신규 계좌 개설과 자금 이동을 유도할 수 있어서다. 소액 한정 특판이라면 대규모 자금조달보다는 신규 고객과의 거래를 트는 데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고객 확보 이후에는 조달자금의 운용수익률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고객에게 약정한 이자를 지급하고, 조달한 자금을 기업대출과 채권 등에 투자하는 구조다. 원금을 보장해야 하는 상품인 만큼 무작정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기도 어려워, 모집 규모가 커져도 적정 수익률을 낼 투자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이익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가 늘면서 우량 기업금융 자산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사항으로 꼽힌다. 운용할 자금이 늘어나는 만큼 우량 기업의 자금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한된 딜에 증권사들이 몰릴 가능성이 있어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을 공급하려는 금융회사가 많아질수록 유리한 조건을 골라잡을 여지가 커진다. 반대로 증권사는 딜을 확보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낮추거나 투자 조건을 양보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운용수익률이 낮아지면 조달비용 대비 마진 확보도 어려워질 수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처는 한정적인데 발행어음과 IMA로 인해 투자자금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증권사 조건이 불리해져도 물량을 담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판으로 유입한 고객이 만기 이후에도 거래를 이어갈지도 과제다. 일반 금리의 발행어음에 재가입하거나 같은 증권사의 다른 금융상품으로 자금을 옮긴다면 고객 확보 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금리 혜택만 받은 뒤 다른 회사로 이동하면 일회성 거래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딜을 확보하려고 금리나 투자 조건을 양보하다 보면 기대한 수익률을 내기 어려울 수 있다"며 "얼마나 많은 돈을 모으느냐만큼 어느 정도 마진을 확보하며 운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