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에 에스원 지분 팔아라” 제안 받은 삼성 계열사…이사회 '안 팔 이유' 마련해야
입력 2026.09.23 07:00

행동주의 펀드 FCP, 23일까지 이사회 답변 요구
'팔 의무'도 없지만…개정 상법에 판단 부담 커져
FCP 자금조달 능력·거래 실행 가능성은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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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에스원 지분을 약 90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받으면서 각사 이사회가 매각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제안 가격이 당시 주가에 상당한 프리미엄을 얹은 수준인 데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명문화되면서다. 

    실제 거래 가능성을 따져보는 게 우선이지만, 매각하지 않을 경우 에스원 지분을 계속 보유하는 것이 회사와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판단 근거도 필요해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에스원은 향후 주주총회 등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가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에 대비해 외부 자문사 등과 대응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달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삼성SDI와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5개사 이사회에 이들이 보유한 에스원 지분 전량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전달했다.

    대상은 삼성 계열 5개사가 보유한 에스원 지분 20.6%(781만5656주)다. FCP가 제시한 가격은 주당 11만6000원, 총 9066억원이다. 에스원 전체 기업가치로 환산하면 약 4조4000억원으로 제안 당시 시가총액 대비 약 45%의 프리미엄을 얹은 수준이다. FCP는 오는 23일까지 각사 이사회의 답변을 요구한 상태다. 현재까지 삼성 계열사들은 해당 제안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관건은 지분을 보유한 삼성 계열사 이사회의 판단이다. 회사가 행동주의 펀드 등 주주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 의무는 없다. 다만 지난해 개정된 상법에 따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와 주주로 확대된 만큼, 현재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지분을 사겠다는 제안을 거절할 경우 에스원 지분을 계속 보유하는 것이 회사와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지 판단 근거를 갖출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FCP의 진정성이나 실제 거래 실행 가능성과는 별개로, 개정 상법에 따라 이사회가 주주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매각하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라며 “이번 사례처럼 향후 이사회가 시장과 주주의 요구에 대해 의사결정의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FCP가 약 9000억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을 실제로 조달할 수 있을지는 변수다. FCP 측은 삼성 계열사들의 매각 의사가 확인돼야 본격적인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잠재적 출자자(LP)들과 사전 논의를 진행해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아직 자금 조달이 확정된 단계는 아닌 만큼 거래 실행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FCP는 삼성 계열사들이 에스원 지분을 계속 보유할 명분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삼성SDI의 경우 대규모 설비투자 등에 지속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만큼 에스원 지분을 보유할 재무적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 역시 보험·증권·카드업과 보안업 사이에 직접적인 사업 시너지가 없어 에스원 지분을 비핵심 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FCP는 에스원 주가가 10년 전 고점 대비 30% 이상 낮고 배당수익률도 4% 수준이라는 점도 매각 근거로 들었다. 반면 이번 제안가는 주당 11만6000원으로 2016년 기록한 종가 기준 역대 최고가인 11만5000원보다 높다. 이 같은 조건에도 지분을 계속 보유하는 것이 주주에게 유리하다면 삼성 계열사 이사회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는 게 FCP 측 주장이다.

    에스원의 경영구조와 이사회 전문성도 FCP가 문제 삼는 부분이다. FCP는 에스원의 저평가 배경 중 하나로 경영 관리와 전문성 문제를 꼽고 있다. 보안산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갖춘 리더십이 필요한데 현재 경영진과 이사회에서는 이를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사회 역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지만 보안산업 전문성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FCP와 에스원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FCP는 지난 6월 에스원 이사회에 중장기 목표주가와 사업 비전, 잉여현금 활용 방안 등을 공개하라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전달했다. 이후 에스원 측의 답변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이번에는 주요 주주인 삼성 계열사들을 직접 겨냥한 셈이다.

    향후 FCP가 법적 절차에 나설 가능성도 변수다. FCP는 앞서 KT&G를 상대로 주주환원과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주주제안에 그지 않고 회계장부·서류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과 주주대표소송 등 법적 절차도 활용한 바 있다. FCP는 이번에도 삼성 계열 5개사의 주주라는 점을 강조하며 각사 이사회의 대응에 따라 상법상 주주 권리 행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