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 ADR 막은 카카오 이사회…중복상장 넘을 ‘주주보호책’ 없었다
입력 2026.09.23 10:17

TPG 주도 ADR에 거리 둔 카카오, 이사회가 반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상 모회사 주주보호 불가피
FI 투자회수·주주이익 모두 잡을 대안찾기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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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 이사회가 카카오모빌리티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에 반대하면서 관련 절차도 사실상 중단 수순에 들어갔다. 카카오모빌리티 2대 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TPG가 상장을 주도해왔지만, 모회사인 카카오 주주에게 돌아갈 실익이 없는 상황에서 중복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할인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23일 카카오에 따르면 회사는 이사회를 열고 현재 구조에 따른 카카오모빌리티 ADR 상장 추진에 반대하기로 결의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TPG가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기초로 ADR을 발행해 미국 시장에서 유동화하는 방안으로, 지난 7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등록신청서인 '폼 F-1'도 비공개 제출했다.

    시장에서는 이사회의 반대 결정으로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존 구조의 ADR 상장을 이어가기 어려워진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주주인 카카오의 협조 없이 SEC 심사와 후속 절차를 진행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사실상 상장 추진을 접는 수순이라는 분위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TPG가 의욕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 ADR 상장을 추진해왔지만, 중복상장에 부담을 느낀 카카오가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성사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TPG 측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UBS, 모건스탠리 등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ADR 상장을 준비해왔다. 상장 추진은 TPG가 주도했고 카카오는 관련 절차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 카카오 역시 그동안 ADR 상장이 TPG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정한 거리를 둬왔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카카오가 상장 추진에 관여하지 않는 것만으로 모회사 주주 보호 문제에서 자유로워지기는 어려웠다는 평가다. 최근 중복상장에 대한 주주 보호 요구가 강화되면서 카카오 이사회로서도 ADR 추진이 모회사 주주에게 미칠 영향을 판단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카카오 이사회가 반대 결정을 내린 핵심 배경 역시 모회사 일반주주의 이익이다. 현재 추진된 ADR은 TPG가 보유한 구주를 유동화하는 구조여서 상장이 이뤄져도 카카오나 카카오모빌리티에 새롭게 유입되는 자금이 없다. 반면 카카오 주주 입장에서는 투자 수요 분산과 순자산가치(NAV) 할인 확대 등 중복상장에 따른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강화된 중복상장 주주보호 기준도 이사회의 선택지를 좁힌 요인으로 꼽힌다.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은 모회사 일반주주의 권익을 고려하지 않는 중복상장을 제한하는 한편 불가피하게 상장을 추진할 경우 모회사 주주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ADR 상장을 추진하려면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맞춰 모회사인 카카오가 주주 보호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현재 준비된 방안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이런 상황에서 상장을 그대로 추진했다면 카카오 경영진이 모회사 주주 보호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모회사인 카카오가 이 같은 주주 보호 방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ADR은 조달 자금이 카카오나 카카오모빌리티로 유입되지 않는 데다 상장에 따른 경제적 이익도 TPG의 투자금 회수에 집중되는 구조다. 모회사 주주에게 별도의 경제적 편익을 제공하면서 중복상장에 따른 할인 우려까지 상쇄할 현실적인 수단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향후 재검토 가능성은 열어뒀다. 회사는 “이번 결의는 카카오모빌리티 재무적 투자자의 투자회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상장 구조 또는 당사나 당사 일반주주에 귀속되는 경제적 편익 등이 변경되는 경우, 또는 감독당국의 요청에 따라 재검토나 재결의가 진행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본 사안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공시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TPG의 투자금 회수 필요성을 충족하면서 동시에 카카오와 일반주주에게 돌아갈 경제적 편익까지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당장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ADR 구조를 상당 부분 손질하거나 이해관계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이사회가 상장을 승인했다면 어떤 주주 보호 조치를 마련했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된 데 이어 중복상장에 대한 주주 보호 요구까지 강화되면서 이사회가 자회사 상장을 판단할 때 모회사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카카오로서는 카카오모빌리티뿐 아니라 외부 투자자 자금이 유입된 주요 비상장 자회사의 투자금 회수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했지만 시장 상황과 기업가치 눈높이 등의 문제로 중단된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카카오엔터는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 투자청(GIC)으로부터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 같은 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에 더해 중복상장에 대한 주주들의 반감까지 커지면서 외부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한층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이번 결정은 향후 다른 기업들의 자회사 상장 판단에도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과거에는 자회사 자체의 성장성과 자금조달 필요성이 상장의 주요 판단 기준이었다면 앞으로는 모회사 주주에게 어떤 경제적 편익을 제공할 수 있는지, 중복상장에 따른 가치 훼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역시 이사회 단계에서 주요 판단 요소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