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첫발 뗀 텍사스...원전·LNG 협상은 이제 시작
입력 2026.09.23 11:37

텍사스 엔시날, 전력 판매처·가격 확보가 수익성 관건
웨스팅하우스 지분 협상…의결권·별도 재원 부담
알래스카 LNG 실사 착수…공사비·위험 분담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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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미투자 1호 사업이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발전사업으로 정해졌다. 원전과 알래스카 LNG는 각각 협력 틀 마련과 실사에 착수하는 단계다. 첫 사업을 선정한 이후에도 한국이 확보할 수익과 권리, 직접 부담할 자금 규모를 둘러싼 협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통상부는 22일 국회에 사업관리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거쳐 추진을 결정한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발전사업을 보고했다. 원전과 알래스카 LNG는 아직 투자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후속 검토 사업으로 설명했다.

    엔시날 프로젝트는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늘고 있는 텍사스에 6.3GW 규모의 발전소를 짓는 사업이다. 총사업비 223억달러를 투자해 20년간 432억9000만~454억300만달러를 회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2026~2032년 총사업비를 매년 균등하게 투자하고, 이후 20년간 예상 회수액을 매년 같은 금액으로 받는다고 단순 가정하면 IRR은 약 5.3~5.8%다.

    정부는 사업에 상업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장기 전력 구매계약 등 수익을 뒷받침할 조건을 신중히 따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북미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공급 확대에도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CBRE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북미 주요 시장의 데이터센터 공급은 전년 동기보다 33.7% 늘었지만, 공실률은 1.4%로 낮아졌다. 대규모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설을 둘러싼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전력시장의 수요 또한 강하다는 평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력 수요는 전년보다 2% 늘었다. 이는 직전 10년 평균 증가율의 3배 이상이다. 데이터센터는 미국 전체 전력 소비 증가분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미국 전체의 전력 수요 증가가 엔시날 사업의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전력을 누구에게 얼마에 팔지가 남은 과제다. 엔시날 사업은 2030년 1.4GW 규모의 우선 가동을 계획하고 있지만, 인근 데이터센터에 입주할 임차인(테넌트)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 상무부가 테넌트 유치를 지원하기로 했으나 전력 구매를 보증하는 조건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가동까지 테넌트를 확보할 시간은 남아 있다. 하지만 구매계약보다 한국의 투자확약이 앞선다면 판매처 확보와 가격 협상에 따른 위험을 부담할 수 있다. 정부는 2027년 장기 전력 구매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의 참여가 발전소 투자에 그친 점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발전소가 들어서면 인근 데이터센터는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고, 가스 생산업체는 새로운 판매처를 얻는다. 한국도 이들 사업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가스 공급 등에 참여했다면 발전소 외에서 이익을 얻을 기회가 생겼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산업부는 원전과 알래스카 LNG에 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추진 의사를 결정하지 않았다. 원전은 미국 내 대형 원전 건설과 웨스팅하우스 지분 참여를 포함한 협력 틀을 논의하고 있다. 알래스카 LNG는 실사를 통해 사업성을 검토하는 단계다.

    원전 협상에서는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보다 이를 통해 어떤 권리를 얻느냐가 관건이다. 정부는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를 인수하는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 이사회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지분율에 따른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소수지분만으로 주요 결정에 영향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은 지분 참여를 계기로 기존 IP 합의에 따른 원전 수출 제약을 완화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분 인수와 기존 합의 변경은 별개다. 웨스팅하우스가 합의 변경에 동의하지 않으면 지분을 확보해도 수출 조건은 그대로 남을 수 있다.

    인수가격과 자금 조달도 변수다.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자금은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 재원과 별도로 마련한다. 한수원의 투자 비중을 최소화하고 국내 원전 관련 기업과 펀드 등 민간 자금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민간 투자자를 확보하려면 원전 수출 확대라는 정책적 목적과 함께 지분 인수 자체의 수익성도 뒷받침돼야 한다.

    알래스카 LNG는 미국의 에너지 공급 필요성과 한국의 투자수익을 나눠 따져야 하는 사업이다. 북부 노스슬로프의 천연가스를 남부로 운송해 쿡인렛 지역의 가스 생산 감소에 대응하는 목적이 있다. 미국 내 가스 공급을 위한 파이프라인을 먼저 건설하고, 이후 액화설비를 갖춰 LNG 수출로 확대하는 구조다.

    가스 공급과 시공, 인력 확보 등 사업 준비는 진행되고 있다. 약 1300㎞의 파이프라인과 액화설비를 건설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 부담이다. 한국의 투자수익은 참여 단계와 비용 분담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따지는 것과 함께 공사비가 늘어날 경우 한국이 얼마를 더 부담해야 하는지도 실사에서 따져야 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금 조달 방식에 대한 한미 양국의 생각이 서로 다르다"며 "미국은 한국의 출자 비중을 높이길 원하는 반면, 한국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사업에 현지 PF 대출 등을 활용해 직접 출자 부담을 줄이길 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