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교보증권이 25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2029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진입을 위한 몸집 키우기인 동시에, 모회사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 및 금융지주회사 전환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보생명이 금융그룹 수준의 기업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비보험 계열사의 체급과 이익 기여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만큼, 교보증권의 종투사 육성이 그룹 차원의 과제로 떠올랐다는 해석이다.
2500억 RCPS 발행 검토…종투사 진입 앞당기나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교보증권은 최근 25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을 검토하고 있다. RCPS는 만기 때 투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환권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이 부여된 우선주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만큼 사실상 증자 효과를 낸다. 구체적인 발행 구조와 시기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RCPS 발행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교보증권의 자기자본은 약 2조2700억원이다. 이번 25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이 마무리되면 단순 계산상 자기자본은 2조5200억원 수준으로 늘고, 3조원까지 남은 격차는 5000억원 안팎으로 좁혀진다. 여기에 연간 2000억원 안팎의 이익이 자본으로 축적된다고 가정하면 3조원 달성 시점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이번 증자를 계기로 2029년으로 잡았던 종투사 진입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교보생명 IPO·지주사 전환 시계와 맞물려
시장에서는 이번 자본 확충의 시점에도 주목한다. 교보증권은 그간 대형 증권사들이 잇따라 자본을 확충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는 동안 상대적으로 몸집 키우기에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증자를 검토하기 시작한 시점이 공교롭게도 모회사 교보생명이 IPO 재추진과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속도를 내는 시기와 맞물렸다.
이번 증자를 단순히 교보증권의 종투사 진입을 위한 자본 확충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교보생명이 IPO 과정에서 금융지주사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생명보험에 집중된 사업 및 이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비보험 금융계열사의 규모와 이익 기여도를 키울 필요가 있다.
올해 상반기 교보생명의 별도 순이익은 4786억원으로 연결 순이익 7048억원의 약 68%에 해당한다. 여전히 교보생명 본체가 그룹 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구조인 셈이다. 금융그룹으로서의 성장성을 시장에 설득하기 위해서는 비보험 계열사의 외형뿐 아니라 실질적인 이익 창출력을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SBI저축은행·교보악사자산운용 이어 교보증권 체급 확대
실제로 교보생명은 최근 비보험 금융계열사를 빠르게 보강하고 있다. 올해 SBI저축은행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저축은행 부문을 확보했고, 교보악사자산운용 지분도 100% 확보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여기에 현재 악사손해보험 인수를 위한 실사도 진행하고 있다. 생명보험 중심이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저축은행과 자산운용, 손해보험 등으로 넓히며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밑그림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증권 부문의 체급을 키우는 작업도 중요해졌다. 저축은행과 자산운용, 손해보험 등 금융 포트폴리오를 갖추더라도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증권사의 사업 규모와 이익 기여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금융그룹으로서의 성장성을 시장에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교보증권은 교보생명의 비보험 계열사 가운데 이익 기여도가 큰 핵심 계열사다. 올해 상반기 교보증권의 연결 순이익은 1585억원으로, 교보생명의 연결 순이익 7048억원과 비교하면 20%를 웃도는 규모다. 같은 기간 SBI저축은행의 순이익 376억원과 비교해도 4배 이상 많다. 교보증권의 종투사 육성 역시 금융지주 전환을 뒷받침하는 주요 축으로 부상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이 같은 비보험 계열사 육성이 향후 교보생명의 IPO 밸류에이션을 좌우할 변수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은 현재 재무적투자자(FI)들과 IPO를 포함한 투자금 회수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상장 과정에서 생명보험사에 머무르지 않고 종합 금융그룹으로서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최근 확충한 비보험 포트폴리오가 실제 성장성과 이익 창출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는 것만으로 금융그룹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렵다”며 “결국 각 계열사가 얼마나 성장하고 이익을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이미 비보험 계열사 중 이익 규모가 큰 교보증권을 종투사급으로 키우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