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차 이찬진, 부원장회의 활용 확대
입력 2026.09.23 13:22

취임 1년차 조직 파악·체계 정비 힘 실어
하드웨어 갖춘 금감원, 남은 건 체감 성과
부원장단 소통 강화해 지휘체계 재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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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2년차를 맞아 부원장회의 활용을 늘리고 있다. 취임 이후 1년간 금감원 업무 체계를 파악하고 정비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기존 채널을 활용해 정책 방향을 조직에 체계적으로 전달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운영 방식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최근 부원장들과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정책 방향을 공유하는 자리를 취임 초기보다 조금씩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례적으로 회의를 확대하는 방식이라기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부원장단과 현안을 공유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식으로 활용도를 높이는 분위기다.

    이는 원장이 개별 부서의 현안을 일일이 직접 챙기기보다 부원장들과 큰 방향을 공유하고, 각 부원장이 이를 소관 부문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풀어내는 방식이다. 현장의 의견과 실행 방안을 다시 원장에게 전달하는 과정도 거치면서 정책 결정과 집행의 연결고리를 강화할 수 있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이 원장이 취임 1년을 넘기면서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고민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은행·보험·자본시장·금융소비자보호 등 성격이 다른 부문을 아우르는 대형 감독조직인 만큼 취임 초기에는 조직의 업무 흐름과 주요 현안을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조직을 새롭게 뜯어고치기보다 현재의 지휘체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지에 고민의 무게가 옮겨가는 분위기다. 원장이 모든 사안을 직접 챙겨야 하는 부담을 덜면서도 각 업무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메시지가 흐려지는 것을 줄이는 데 부원장단의 역할을 활용하는 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 원장은 변호사와 각종 공적위원회 활동을 중심으로 경력을 쌓아온 만큼 규모가 크고 지휘체계가 복잡한 조직을 직접 운영한 경험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며 "취임 초기 내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조직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조직 효율성을 높이고 실질적 성과를 내는 데 조금 더 무게를 두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방식은 이복현 전 원장 시절에도 활발하게 활용됐던 것이란 설명이다. 이 전 원장은 주 1~2회 부원장회의를 비롯해 주요 현안별로 부원장 회의를 수시로 개최해 자신의 판단과 문제의식을 임원들과 공유하고 후속 대응 방향을 구체화했다.

    당시 회의가 잦아지면서 부원장들의 업무 부담이 상당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다만 원장의 판단과 문제의식을 부원장들이 정확히 공유한 뒤 이를 실행 방안으로 풀어내 소관 조직에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효율적인 조직 운영 방식이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 원장이 이 같은 운영 방식을 고민하는 배경에는 취임 이후 강조해온 금융소비자보호 등 주요 정책을 실제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는 과제도 자리하고 있다. 조직과 제도를 마련하는 단계를 넘어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 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후 첫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소비자보호 부문에 감독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기능을 부여한 '소비자보호총괄' 부문을 원장 직속으로 배치했다. 이후 첫 임원 인사에서도 신규 부원장 3명 가운데 2명을 금융소비자보호처 출신으로 발탁하는 등 소비자보호 조직에 힘을 실었다.

    지난 17일 열린 '금융소비자보호 성과 대국민 보고대회'에서도 지난 1년간의 정책을 점검하는 동시에 향후 과제로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 체계의 현장 내재화가 제시됐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소비자보호를 위한 조직과 제도 등 이른바 '하드웨어'를 상당 부분 갖춘 만큼 이제는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결과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최근 보고대회와 관련해 "그동안 감독원이 노력해온 모습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지만 이제는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학계와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왔다"라며 "원장의 메시지가 실무부서와 팀원들까지 제대로 전달돼 실제 업무로 구현되는 것이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이 내부 메시지 전달 방식을 보다 체계화할 필요성은 취임 첫해 여러 현안을 거치면서 더욱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직원들과 직접 의견을 주고받는 등 비교적 수평적이고 소탈한 소통을 중시해왔지만, 금감원장의 발언은 금융시장과 정책 당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메시지 관리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됐다.

    이 원장은 취임 당시부터 청와대와 가까운 인사로 분류되며 금융권의 관심을 받았다. 그만큼 개별 발언 역시 감독정책 차원을 넘어 정권의 정책 기조와 맞물려 해석될 여지가 상대적으로 컸다.

    실제 이 원장은 지난 6월 금감원 지방 이전 가능성을 두고 "공사판 현장 감독이 어디를 가겠다는 건지"라며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금감원장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면서 정책 당국 간 온도차에도 관심이 모였다.

    같은 자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두고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후회한다"고 언급한 것도 적지 않은 파장을 낳았다. 금융당국이 제도를 마련해 도입한 상품을 두고 금감원장이 뒤늦게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당혹감과 함께 금융위와 금감원 간 '엇박자' 논란도 제기됐다.

    이런 경험을 거치면서 원장의 생각을 정책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내부 조율 기능을 보다 활용할 필요성도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원장은 지난달 취임 1주년에도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열지 않고 주요 성과와 향후 과제를 담은 자료를 배포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최근 이 원장이 대외적으로 직접 메시지를 내는 데는 다소 신중해진 반면, 내부적으로는 부원장단 등 기존 지휘체계를 활용해 정책 방향을 보다 정확하게 공유하고 전달하려 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직접 소통을 중시해온 기존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메시지 전달과 실행 과정에는 체계를 덧붙여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출신 한 관계자는 "원장이 모든 현안을 직접 챙기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며 "중요도가 높은 사안은 직접 챙기되 나머지는 부원장에게 일정 부분 권한을 위임하고, 필요한 사안은 함께 논의하는 구조가 조직 운영 안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이같은 차원에서 고민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