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L 시장에 부는 '유암코 공백' 기회?…회수 지연에 발목 잡혀
입력 2026.09.25 07:00

유암코 빈자리 커진 NPL시장
가격 내려도 공격적 매입은 부담
회수 지연에 전업사 자금 묶여
대신F&I는 상대적 투자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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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실채권(NPL) 시장의 최대 매수자인 유암코가 투자를 크게 줄이면서 전업 NPL사들이 가져갈 수 있는 물량이 늘고 있다. 경쟁이 약해지면서 매입 가격까지 낮아졌지만 정작 전업사들은 신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기존 투자자산의 회수가 늦어지면서 자금이 묶이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암코의 NPL 시장 매입 비중이 크게 낮아지면서 우리금융F&I와 하나F&I, 대신F&I 등 전업사에 돌아가는 NPL 투자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유암코가 올해 상반기 인수한 NPL은 미상환원금잔액(OPB) 기준 57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6494억원보다 약 65% 감소했다. 시장점유율 역시 같은 기간 43.2%에서 16.4%로 떨어졌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유암코의 점유율은 5.8%까지 낮아졌다.

    은행권에서 나오는 NPL 물량 자체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도 아니다. 올해 2분기 NPL 전업사 6곳이 인수한 채권 원금은 1조9259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9614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평균 낙찰가율은 70.6%에서 66.2%로 4.4%포인트 떨어졌다. 유암코의 매입이 줄면서 다른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낮은 가격에 자산을 확보할 여지가 커진 셈이다.

    상반기에는 우리금융F&I 등이 유암코의 빈자리를 일부 채웠다. 우리금융F&I는 상반기 OPB 기준 8063억원의 NPL을 매입했고, 2분기 시장점유율은 30%대를 기록하며 전업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하나F&I도 2분기 20%대의 점유율을 기록해 다음으로 높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매입 확대가 계속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유암코가 투자를 줄인 배경과 다른 전업사들이 처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기존에 매입한 NPL의 회수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NPL사는 부실채권을 할인된 가격에 사들인 뒤 담보 부동산을 경·공매로 처분하거나 채권을 회수해 투자금을 돌려받는다. 확보한 회수자금을 다시 신규 NPL 매입에 투입하는 구조여서 자산 회전 속도가 투자여력을 좌우한다.

    최근에는 부동산 매수세가 약해지면서 담보자산 처분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과거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매입한 자산 가운데 현재 가격으로 처분하기 어려운 물건도 적지 않다. 매각 가격을 크게 낮추지 않는 이상 거래가 성사되지 않지만, 손실을 감수하고 자산을 처분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기존 자산은 쌓이는 반면 현금 회수는 늦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기자본 규모가 한정된 NPL사가 투자자산을 계속 늘리기는 어려운 만큼 유암코가 흡수하지 못한 물량을 다른 전업사들이 모두 받아내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우리금융F&I 지표에서도 이같은 부담이 나타난다. 회사의 연결기준 총자산은 지난해 말에서 올해 6월 말 사이 29.1% 늘어난 1조6422억원으로 확대됐고, 레버리지배율도 4.9배까지 높아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기존 NPL의 매각과 회수가 지연되는 데다 부동산 호황기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매입한 NPL의 회수 수익성도 낮아지면서 상반기 4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금융지주 계열사라는 점도 투자 확대에 제약으로 작용한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은행을 비롯해 증권 등 다른 계열사에도 위험가중자산(RWA)을 배분해야 한다. 최근 환율 하락 등으로 지주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개선됐더라도 늘어난 자본여력을 NPL 계열사에 모두 투입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하나F&I 역시 올해 들어 외형 확대보다는 자산 회수와 레버리지 관리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1분기 말 영업자산은 2조717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4% 감소했다. 하나F&I는 레버리지배율을 5배 안팎에서 관리하면서 기존 자산 정리와 신규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유암코의 여력 또한 넉넉하지 않다는 평가다.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NPL 투자자산의 회수가 지연되는 가운데, 기업구조조정(CR) 부문에서도 STX엔진 등 피투자기업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며 실적 부담이 커졌다. 유암코는 올해 상반기 약 3300억원의 공정가치 평가손실을 반영하면서 79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그나마 대신F&I의 신규 투자여력이 상대적으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월 말 기준 대신F&I의 레버리지배율은 약 4.3배로 우리금융F&I(4.9배), 키움F&I(5.1배) 등 경쟁사보다 낮다. 같은 기간 NPL 투자자산은 2조777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2% 늘었지만, 레버리지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거래가 회복되지 않는 한 유암코와 주요 전업사 모두 기존 자산을 빠르게 회수하기 어려워 신규 NPL 투자여력이 제한되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가격을 산정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NPL 입찰가격 역시 당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NPL업계 한 관계자는 "유암코의 비중이 줄면서 시장에서 투자할 수 있는 물량은 확실히 늘었다"라며 "다만 기존 자산이 팔리지 않아 전업사들의 자산 규모도 이미 많이 늘었기 때문에 투자 기회가 늘어난 만큼 신규 투자여력이 같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