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주춤한 사이…기업들 메자닌 발행 다시 고개
입력 2026.09.28 07:00

상반기 메자닌 호황, 증시 급랭 후 주춤
증시 변동성 줄면서 메자닌 발행 기지개
삼전닉스 쏠림 완화 따른 반사효과 기대

  • 최근 들어 기업들의 메자닌 발행이 다시 활기를 찾는 모습이다. 회사채와 차입을 통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가운데 증시가 급락 국면을 벗어나면서 주식연계채권을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다시 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 투자 쏠림이 완화되면서 투자자들이 다른 기업들에 시선을 두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는 연초부터 기업들의 메자닌 발행이 분주했다. 상반기 유례없는 증시 호황 속에 발행사와 투자자 모두 메자닌에 주목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환사채(CB)는 올해 상반기에만 약 5조7000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작년 전체 규모(약 5조5400억원)를 훌쩍 넘어섰다. 자사주를 활용해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기업도 많았다.

    증시가 6월 고점을 찍은 후 급냉각되면서 시장 기류가 바뀌었다. 코스피가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하면서 기존에 발행된 메자닌 투자자들의 상환 압박이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주가 상승 기대감이 꺾이니 발행 기업은 물론 투자자도 CB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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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들어 다시 메자닌 발행 사례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운영·시설 자금, 차입금 상환 등 자금 소요는 많은데 당국 눈치에 증자 카드는 활용하기 쉽지 않다. 시장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회사채나 대출을 활용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자연히 손쉬운 카드인 메자닌으로 시선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이달 KG모빌리티가 1545억원 규모 CB를 발행했고, 엘앤에프도 CB를 발행해 수천억원을 조달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하나머티리얼즈는 하나마이크론 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1000억원 규모 EB를 발행했고, LS전선은 상장 자회사 가온전선 주식에 기반해 5000억원 규모 EB를 발행하기로 했다.

    모두 사모로 이뤄진 거래들이다. 기업이 증권사를 통해 잠재 수요를 확인하면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PEF) 등이 십시일반으로 투자에 참여하는 형태가 많다. 현재도 주요 투자사엔 클럽딜 방식의 메자닌 투자 건들이 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은 대체로 발행사에 유리하게 협의되는 분위기다.

    이는 국내 증시가 급등락을 멈추고 박스권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코스피는 6500~700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여전히 하루 5% 가까이 움직이는 경우도 있지만, 예전보다는 변동성이 완화했다. 급격한 하락세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는 줄었고, 자금 조달을 더 늦출 수 없으니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까지는 증시가 좋지 않아 이 가격으로는 메자닌을 발행하기 어렵다는 기류가 강했다"며 "최근에는 주가가 빠질 만큼 빠졌다는 판단에 따라 다시 발행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던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른 종목으로 분산될 수 있다는 기대도 메자닌 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두 기업의 주가는 고점을 찍은 후 조정을 거친 가운데 대내외 변수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이익창출력에 비해 주가가 낮다는 시각이 있는데, 빅테크의 투자 여력과 AI 속도조절론 등 이슈는 제약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삼전닉스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주가를 지지한 형국이다. 대형주 쏠림 현상은 이전보다 약해졌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삼전닉스를 떠난 자금이 다른 곳으로 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전닉스로 재미를 보기 어렵다면 성장성 있는 다른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된 기업들도 이차전지, 전력, 반도체 장비·부품 등 '넥스트 삼전닉스'로 꼽히는 산업에 포함돼 있다. 민간에 유입된 정책성 자금이나 증권사의 모험자본도 이런 기업들의 메자닌 투자 수요를 뒷받침할 요소로 꼽힌다.

    최근 기업의 메자닌 투자에 참여한 한 투자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삼전닉스로만 자금이 몰렸지만 이제는 삼전닉스에서 발을 뺀 자금 중 일부가 증시의 다른 영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래 비전 있고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의 메자닌에 투자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