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국채가 미국 국채 고금리 장기화와 헤알화 강세를 틈타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7년 전 대규모 원금 손실의 상처가 낫지 않은 상황에서 마케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2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슨 증권사 자산관리(WM) 창구에서는 정기적인 현금 흐름을 보유한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 자산가를 중심으로 브라질 국채 편입 수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자산 규모에 여유가 있는 투자자들에게 두 자릿수 비과세 이자 수익은 유효한 '절세 카드'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표면금리(쿠폰)이 10% 안팎인데다, 올해 들어 브라질 헤알화(BRL)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 또한 투자 요인으로 꼽힌다. 보장 금리에 환차익이 겹치면 기대 수익이 20~30%대로 크게 뛰는 까닭이다. 실제로 2016년 브라질 국채는 연 7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업계에 '대유행'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간 해외 채권 자산 중 가장 선호도가 높았던 미국 국채의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점 역시 브라질 국채에 관심이 모이는 배경이 되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장중 5% 넘게 치솟으며 1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뒤, 연 4.9% 안팎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긴축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금리 정점 시 장기채를 매수해 자본차익을 노린다"는 채권 투자 공식이 한계에 부딪힌 모습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만 37억 달러(약 5조원) 넘는 순매수를 쏟아부었던 국내 미국 채권 투자자들의 장부상 평가손실도 불어났다.
-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브라질 국채 유입세를 두고 지난 2019년 전후 발생했던 대규모 투자 손실 사태의 기시감을 지적한다.
2016년 당시 헤알화 강세로 브라질 국채의 수익률이 연 70%까지 치솟자, 약 7조원 규모의 투자 자금이 몰린 바 있다. 그러나 2018년 30%의 환차손이 발생한 데 이어, 2019년 헤알화 가치 급락으로 브라질 국채 투자자들은 원금이 반 토막 나는 부침을 겪었다. 두 자릿수 표면이율과 비과세 혜택의 매력도 급격한 통화 가치 하락을 버텨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 WM 부서에서는 헤알화 자산에 대한 일방적인 투자를 경계하고 있다. 변동성이 큰 로컬 통화 대신 연 금리 6~7% 수준의 달러 표시 브라질 국채를 편입해 '통화 변동성 위험'을 낮추는 방식이 거론된다.
한 증권사 WM사업부 고위 임원은 브라질 국채 투자에 대해 "10년 만기를 모두 채우기보다는 단기간 보유하다가 환차익이나 채권 가격 반등으로 수익 구간에 진입했을 때 중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오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브라질 국채를 선진국 장기채의 손실을 방어할 '대체재'로 간주하는 시각에 선을 긋는다. 발행국의 거시경제와 재정 건전성 위험을 수반하는 만큼, 포트폴리오 내 '수익 다변화 자산'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환율 변동성 리스크를 낮춘 달러 표시 브라질 국채 역시 신용위험에 대한 가산금리가 반영된 상품이다. 브라질 달러채 금리가 미국 국채 대비 100~200bp가량 높은 것은 국가 신용도와 유동성 제약에 따른 '위험 프리미엄'이라는 것이 업계 해석이다.
달러 대비 헤알화 환율(USD/BRL) 흐름을 살펴보더라도 통화 변동성은 여전히 유효한 변수다. 달러당 헤알화 환율은 2025년 1월 6.2헤알까지 상승했던 고점 구간을 지나 최근 5.1헤알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헤알화 가치가 바닥을 통과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해 진입을 타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2016년 헤알화 반등 직후 재차 환율이 급등하며(헤알화 가치 폭락)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던 과거의 극심한 변동성을 감안할 때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업계 관측이 나온다.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이 여전히 투기등급(BB)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채권 시장에서 통용되는 '만기 보유' 전략 역시 평가손실을 장부상에서 뒤로 미룰 뿐, 헤알화 가치 하락에 따른 실질적인 환손실과 발행국의 신용위험 자체를 해소하지는 못하는 셈이다.
최근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을 통한 채권 투자 접근성이 대폭 확대된 가운데, 시장 충격 발생 시 일반 투자자의 피해가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기적인 현금 흐름으로 환율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고액 자산가와 달리, 일반 투자자들은 손실 완충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흥국 장외 채권 특성상 시장 위기 시 매수-매도 호가 스프레드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면, 투자자들이 채권 자산을 합리적인 가격에 매각하지 못하고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크레딧 연구원은 "브라질 국채 투자는 단순한 확정금리 채권이라기보다 환율과 신흥국 경기 사이클에 베팅하는 하이일드 자산군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신흥국 통화와 장외 채권은 시장 충격 시 가격 왜곡과 유동성 경색이 동시에 덮칠 수 있는 만큼, 기대 수익률 뒤에 숨은 실질 회수 리스크를 철저히 계산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