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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5조8000억원을 투자하는 새만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DC) 건립이 인허가 단계에 들어서면서 금융권의 관심은 자금조달로 옮겨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금융기관들과 투자 및 금융지원 구조를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본격적인 자금조달이 시작되면 1차 파이낸싱 규모만 3조원대 중반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AI DC는 현재 건축심의와 함께 금융구조에 대한 사전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금융의 참여 방식과 규모가 정해지면 이를 토대로 금융주선사 선정과 민간 금융회사 모집 등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해당 사업은 최근 계획 단계에서 인허가 단계로 넘어갔다. 새만금개발청은 이달 22일 새만금 1산단 7공구에 들어설 현대차그룹 AI DC의 건축심의에 착수했다. 10월 중 심의 결과를 내고 연내 건축허가와 산업단지 입주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착공 목표는 내년 3월이다.
현대차그룹은 AI DC에 총 5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GPU 5만장급 연산능력을 갖추고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스마트팩토리, 로보틱스 등 그룹의 피지컬AI 인프라로 활용한다. DC는 한 번에 전체 설비를 구축하기보다 수요에 맞춰 단계적으로 GPU와 관련 설비를 확충하는 방식으로 조성된다.
이에 맞춰 자금조달 역시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우선 진행될 1차 사업의 파이낸싱 규모를 약 3조5000억원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 총 투자비 5조8000억원을 일시에 차입하기보다 현대차그룹의 자체 자금과 외부 에쿼티, 정책금융 및 민간 대출을 조합하고 후속 증설 과정에서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한 인프라금융 관계자는 "사업 규모를 감안하면 한 금융회사가 단독으로 가져갈 수 있는 딜은 아니고 정책금융기관과 여러 민간 금융회사가 같이 들어가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성장펀드의 참여 방식과 규모가 먼저 정해져야 이후 주선 구조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성장펀드는 이미 새만금 사업에 참여할 방침을 세운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새만금 첨단벨트를 국민성장펀드 2차 메가프로젝트에 포함했다. 당시 제시된 국민성장펀드 지원 규모는 2500억원+α로, 직접투자와 인프라 투융자, 대출 등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과 정책금융기관 사이의 금융구조 협의도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과 새만금 프로젝트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현대차와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대출과 투자, 보증 등을 결합한 금융구조와 자금지원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만금 사업의 경우 국민성장펀드의 참여 규모와 방식이 구체화되면 이를 마중물로 산업은행과 은행·보험사·증권사 등 민간 금융회사가 대주단을 구성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관건은 5조8000억원의 사업비를 어떤 자본구조로 나눌지다. 데이터센터 건물과 전력설비 등 장기 사용 자산은 프로젝트금융과 장기대출을 활용할 수 있지만 GPU를 비롯한 전산장비는 교체 주기가 짧아 같은 만기의 자금으로 묶기 어렵다. 이에 건축·전력 인프라와 GPU 등 전산장비의 조달 구조를 분리하거나 일부는 현대차그룹의 자체 자금 및 기업금융으로 충당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이 DC의 주요 실수요자라는 점은 금융구조를 짜는 데 유리한 요인으로 꼽힌다. 일반적인 DC PF에서는 장기간 안정적인 임대료를 지급할 신용도 높은 임차인을 확보하는 것이 대출 규모와 금리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새만금 DC는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 그룹 사업에 연산능력을 직접 사용할 계획인 만큼, 그룹의 장기 사용계약이나 비용지급 구조가 마련될 경우 이를 기초로 별도 특수목적법인(SPC)에서 장기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도 검토할 수 있다.
다른 인프라금융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실질적인 앵커 수요자가 된다면 일반적인 지방 DC와는 크레딧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며 "금융사 입장에서는 현대차의 신용이 어떤 방식으로 금융구조 안에 들어오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만금에서는 AI DC 이후에도 금융권이 참여할 수 있는 대형 사업이 이어진다. 현대차그룹은 태양광 발전과 수전해 플랜트 등도 구축할 계획이다. 새만금청에 따르면 DC가 내년 3월 먼저 착공하고 태양광 발전과 수소 생산시설은 내년 말부터 단계적으로 착공된다.
태양광 발전사업은 DC와 별도의 금융구조를 만들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GW급 태양광 발전설비에서 생산한 전력을 데이터센터와 200MW 규모 수전해 플랜트 등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발전사업 법인을 별도로 두고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등을 통해 DC나 그룹 계열사를 전력 수요처로 확보할 경우, 발전량과 전력판매 수입을 기초로 별도의 PF를 일으킬 여지가 있다.
수전해 사업 역시 DC와 분리된 프로젝트금융 대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새만금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AI 수소시티와 산업단지 등에 공급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산된 청정수소를 AI DC 운영에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새만금 사업을 단일 DC 금융이 아닌 연속적인 대형 금융 프로젝트로 보고 있다. 내년 초 1차 파이낸싱을 시작으로 후속 증설 자금, 태양광 발전 PF, 수전해 플랜트 금융까지 순차적으로 조달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DC와 태양광·수소 사업을 각각 별도 법인과 금융구조로 떼어낼지, 일부 사업의 현금흐름과 현대차그룹 신용을 연결할지가 향후 금융사들의 주선 경쟁을 가를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앞선 금융권 관계자는 "DC만 보더라도 수조원대고 뒤에 발전과 수소 설비가 붙어 있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한 번의 대출로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라며 "대형 금융사들이 사업 초기부터 참여 기회를 살펴보면서 산업은행에 줄을 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