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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AI 생성 이미지(편집)
10월 국정감사를 앞둔 국회가 예상보다 조용하다. 정치권 관계자들을 상대로 국감 분위기를 물어도 돌아오는 답은 대체로 비슷하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잇따르면서 각 상임위원회의 관심과 역량이 국감 준비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정감사는 다음달 6일 시작한다. 2주도 채 남지 않았지만 기업과 금융권을 겨냥한 주요 증인 명단은 이제야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름만 놓고 보면 금융·재계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인물은 적지 않다.
현재 가장 분명하게 국감장으로 향하는 인물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다. 산자위는 김 회장을 오는 10월 7일 중소벤처기업부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홈플러스 사태에 따른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출과 입점상인 피해 등이 질의 사유다. 정무위에서도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홈플러스 대주주 책임을 묻기 위해 김 회장을 별도로 증인 신청했다.
김 회장이 국회 증언대에 서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홈플러스 기업회생을 둘러싼 MBK의 책임 문제가 다뤄졌다. 올해는 상황이 한 단계 더 진행됐다. 홈플러스가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를 받아 정상화 절차에 들어간 만큼 이제 시장의 관심은 책임론 자체보다 회생 과정에서 MBK가 실제 어떤 부담을 질 것인지, 추가 자금 투입과 향후 매각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쏠린다.
공교롭게도 MBK의 다른 장기 투자자산인 딜라이브에서도 대주주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최근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딜라이브가 제출한 재무구조 개선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의 과정에서는 MBK와 맥쿼리의 인수 이후 이뤄진 배당과 대주주의 자본확충 여부가 직접 거론됐다.
홈플러스와 딜라이브는 업종과 투자구조, 경영난의 배경이 달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다만 국감 직전 MBK가 투자한 두 기업에서 동시에 대주주 책임과 자본확충 문제가 제기됐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 회장의 출석을 계기로 논의가 홈플러스 한 회사의 책임 공방을 넘어 사모펀드(PEF)의 피투자기업 관리와 자본확충 문제로 확대될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자본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새로운 국감 소재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취합한 증인 신청 명단에는 김용범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비롯해 박현주 회장과 김남구 회장,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등이 포함됐다. 아직 의원실 신청 단계인 만큼 실제 출석 여부는 여야 간사 협의를 거쳐야 한다.
국감에서 확인할 대목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어떤 과정을 거쳐 정책 과제로 올라왔는지다. 올해 초 관련 논의에 참여한 인사들이 증인 신청 명단에 오르면서 정부와 금융투자회사 사이에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상품 도입 과정에서 각각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도입 과정과 투자자 손실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이 나오고 있고, 금융권에서는 당국의 정책 방향에 맞춰 상품을 준비했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국감에서 금융회사 경영진의 출석 자체보다 정책당국과 민간 금융회사가 각각 어느 단계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가 확인될지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린다.
은행권도 비켜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무위에서는 5대 금융지주 회장과 5대 은행장에 대한 증인 신청이 이뤄졌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와 가계대출, 금융권의 사회적 역할 등이 이유다. 아직 일반증인을 확정하지 않은 데다, 매년 그랬듯 금융지주 회장들의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 일정도 국감 기간과 겹쳐 실제 출석 여부는 미지수다.
최근 보건복지위에서는 국민연금의 부동산 투자 논란도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부동산 투자자산은 약 75조원에 달하지만 이를 총괄하는 부동산투자실장은 지난 7월 중순 이후 내부 감사로 직무에서 배제돼 있다. 운용사 교체 추진 과정과 의사결정의 적정성 등을 놓고 내부 감사가 진행 중이고, 보건복지부에 이어 일부 의원실에서도 해당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특정 인물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단계는 아니지만, 연금이 운용사를 교체할 때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 대체투자위원회가 어떤 근거로 이를 부결했는지 등 투자 의사결정 과정이 국감 의제로 이어질 경우 운용업계의 관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증인 신청 명단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사안은 제각각이지만 결국 기업과 금융회사의 자본배분과 그 의사결정 과정이 국회의 질문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홈플러스에서는 PEF 대주주의 추가 자금 투입을, 레버리지 ETF에서는 금융회사의 상품 출시 결정을 묻는다. 삼성전자와 SK그룹에는 투자 지역을 결정한 배경을 묻겠다며 총수들의 증인 채택 요구가 나왔다. 한화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대를 두고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김종출 KAI 사장 등이 국방위 증인 신청 명단에 거론된다.
투자업계가 국감을 신경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사회와 투자위원회, 투자심의위원회 안에서 이뤄지던 판단이 국회로 넘어오면 수익성과 재무적 타당성 외의 기준도 함께 따라붙는다. PEF에는 대주주 책임을, 금융회사에는 투자자 보호를, 연기금에는 수탁자 책임과 절차적 정당성을, 대기업에는 지역균형과 산업정책을 함께 묻게 된다. 올해 증인 명단에 투자 의사결정권자들이 동시에 등장하는 것을 단순한 '기업인 줄소환'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물론 재계 총수들의 출석 여부는 아직 변수다. 국민의힘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용범 전 정책실장,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증인으로 요구했지만 의결 명단에서는 빠졌다. 김성원 산자위원장은 채택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여야 간사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국감철이면 기업들은 국회에서 날아오는 출석요구서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시장에서 궁금해하는 것은 누가 한 명 더 증언대에 서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홈플러스 정상화에 필요한 돈을 누가 댈지, 레버리지 ETF는 누구의 판단으로 시장에 나왔는지, 삼성전자와 SK의 반도체 투자지는 어떤 논리로 결정되는지.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답들이 있다.
그럼에도 국회 안에서는 올해 국감 준비가 예년보다 늦다는 말이 반복된다.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느라 국감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 필요한 것은 증인 이름을 더 채우는 것보다 질문을 채우는 일에 가깝다. 국감장에 누가 앉느냐보다, 무엇을 물을지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