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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적투자자(FI)들의 장기 표류 지분을 정리하려는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 구상이 시작부터 '몸값 미스매치'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FI들이 요구하는 30만원대 회수가격을 충족하려면 교보생명은 기존 상장 생보사 평균을 크게 뛰어넘는 '금융지주급' PBR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주요 금융지주와의 뚜렷한 이익 격차와 배당 여력을 제약하는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 속에, 시장 투자자들을 설득할 정교한 에쿼티 스토리를 완성해야 하는 중책을 안게 됐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IMM프라이빗에쿼티(PE), EQT파트너스 등 FI들과 IPO를 통한 엑시트 방안을 협의 중이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의 경영권을 보호하면서도 FI들이 자금을 회수할 유력한 카드로 IPO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넘어설 수 있도록 FI들과의 분쟁을 깔끔히 정리하는 데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 측은 FI와의 협의 과정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며 IPO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교보생명은 지난 6월부터 국내 주요 증권사들과 만나 예상 기업가치, 공모 구조, 상장 가능성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해왔다. 정식 주관사 선정 전이지만 코너스톤 투자자 활용 가능성을 포함해 공모 제반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특히 풋옵션 분쟁 과정에서 FI 지분 매입 및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지원했던 신한투자증권이 상장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교보생명 지분은 IMM PE와 EQT가 각각 5.23%씩 보유하고 있다. 두 FI는 주당 30만~31만원 이상을 적정 회수가격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PEA(현 EQT) 컨소시엄이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할 당시 가격은 주당 24만5000원이었다. 투자 기간이 10년을 넘긴 데다 금융비용이 누적되면서 FI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두 FI가 요구하는 주당 31만원을 기준으로 역산한 교보생명의 목표 기업가치는 약 6조4000억원이다. 2019년 단행한 5대 1 액면분할을 감안하면 현 주식 기준 주당 6만2000원 수준이다. 올해 6월 말 교보생명의 지배기업 소유주지분(약 10조1600억원) 대비 목표 PBR은 약 0.6배로 산정된다.
이는 기존 상장 보험사들과 비교하면 현격히 높은 밸류에이션이다. 빅3 생보사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최근 PBR은 각각 0.36배, 0.26배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신창재 회장에게 피어그룹(비교기업) 밸류에이션 현황을 그대로 보고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는 뒷말까지 나올 정도다. 반면 금융지주의 경우 KB금융이 1배를 상회하고, 시총이 가장 작은 우리금융조차 0.6배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결국 교보생명이 FI의 눈높이를 맞추며 IPO 흥행을 이끌어내려면 전통 생보사 멀티플에서 벗어나 ‘금융지주급’ 평가를 받아야 한다. 내부적으로도 금융지주 수준의 PBR 적용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정작 금융지주 체제를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래 전환 구상만으로 높은 밸류를 정당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고민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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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지주급 멀티플을 증명하기 위해 넘어서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이익 체급 차이가 명확하다. 교보생명의 올해 상반기 연결 순이익은 7048억원으로 주요 금융지주(KB금융 3조8846억원, 신한금융 3조4427억원, 하나금융 2조4029억원, 우리금융 1조6090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
이익 격차는 곧 주주환원 여력의 격차로 직결된다. 최근 금융지주 주가가 PBR 1배 안팎까지 오른 배경에는 탄탄한 이익 체력을 기반으로 한 보통주자본(CET1) 비율 관리와 높은 주주환원율이 있었다. 반면 교보생명의 지난해 연결 지배주주 순이익은 7523억원, 현금배당액은 약 1195억원으로 배당성향은 15.9%에 그쳤다. 같은 기간 4대 금융지주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병행하며 총주주환원율을 36.8%~52.4%까지 끌어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금융지주 수준의 자본정책을 내놓는 것은 물론, 이를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느냐가 금융지주 밸류에이션을 받기 위한 핵심 근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주주환원을 대폭 확대하기는 녹록지 않다.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보험사들의 실제 배당 가능 한도가 줄어들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걸림돌은 해약환급금준비금이다.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는 보험계약부채 등이 지급해야 할 해약환급금에 미달할 경우 차액을 이익잉여금 내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해당 준비금은 배당 재원으로 쓸 수 없어 적립 부담이 커질수록 회계상 이익이 늘어도 배당 여력은 쪼그라든다. 최근 이 준비금 적립액이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교보생명의 올해 6월 말 해약환급금준비금 기적립액은 1조2559억원이며, 상반기 적립예정액 1조8474억원을 더하면 준비금은 3조1033억원까지 불어난다. 특히 상반기 새로 적립해야 할 예정액만 상반기 순이익을 크게 웃돈다. 회계상 이익이 늘더라도 이를 온전히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여기에 2027년 기본자본 K-ICS 규제 도입까지 앞두고 있어 주주환원 여력을 당장 증명하기는 더욱 까다로워졌다. 이 때문에 시장과 교보생명 간 기업가치 눈높이 격차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결국 교보생명이 IPO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려면 금융지주급 밸류를 입증할 중장기 성장성과 구체적인 자본 활용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최근 SBI저축은행 인수를 계기로 비보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점은 유용한 스토리라인이 될 수 있지만, 이를 실질적인 이익 성장과 주주환원 결실로 증명해내는 것이 관건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FI의 회수 눈높이와 공모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기업가치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게 핵심"이라며 "금융지주에 준하는 멀티플을 인정받더라도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할인이 불가피한 만큼, FI가 원하는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시장 투자자들에게 설득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