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신한 '밀월'에도 KB證 DCM 선두…회사채 가뭄에 손익 압박 커져
입력 2026.09.30 07:00

[2026년 3분기 집계][DCM 주관·인수 순위]
KB證 전체·회사채 주관 1위…NH와 격차 1.5조로
NH證, 신한과 금융채 접점 확대…KB-키움도 협업
하이닉스 빠지자 신한·SK·키움 박빙…중간 경쟁 치열
발행 감소에 인사 시즌 앞둔 DCM 부서 긴장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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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KB증권이 올해 3분기에도 채권자본시장(DCM) 전체 주관 1위를 지켰다. 일반회사채에서도 NH투자증권을 앞섰다. 다만 발행 물량이 줄어든 시장에서 증권사들이 서로의 금융채를 주관하며 실적을 쌓는 양상은 뚜렷해졌다.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의 접점이 확대된 가운데, 연말 인사를 앞둔 기업금융 조직에서는 순위뿐 아니라 수수료 수입과 부서 손익에 대한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2026년 3분기 DC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증권사가 주관을 맡은 무보증 공모회사채(일괄신고 제외) 발행 규모는 약 52조866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70조2310억원)보다 17조3650억원, 약 24.7% 감소했다. 

    전체 주관 순위에서는 KB증권이 11조3282억원으로 1위를 지켰다. NH투자증권은 9조8158억원으로 2위에 올랐다. 두 회사의 격차는 1조5124억원으로 2분기 말보다 소폭 벌어졌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약 4조원에 비하면 크게 좁아졌다. NH투자증권이 신한금융지주 계열 회사채 등에서 주관 물량을 확보하며 KB증권을 추격한 영향이다.

    실제로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서로의 금융채 발행에서 주관 물량을 확보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7월 신한투자증권이 발행한 5000억원 가운데 3350억원을 주관했고, 9월에는 신한지주 발행물 4000억원을 단독 주관했다. 앞서 4월 신한투자증권 발행물에서 맡은 물량을 더하면 올해 신한 계열 발행물에서 쌓은 주관 실적만 7700억원을 웃돈다.

    신한투자증권이 얻은 효과도 작지 않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NH투자증권의 6월·9월 발행물에서 약 2283억원을 주관했다. 이로 인해 전체 주관 순위는 6위에서 4위까지 올랐다. NH투자증권 발행물에서 확보한 주관액이 없었다면 키움증권에도 밀리는 실적이었다. KB증권을 추격하는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의 추격을 받는 신한투자증권이 서로에게 필요한 실적을 채워준 셈이다.

    이에 맞서듯 KB증권과 키움증권도 서로의 금융채 발행에 참여했다. KB증권은 올해 키움증권이 발행한 회사채 1조3000억원 가운데 약 8333억원을 주관했다. 키움증권은 KB증권과 KB금융 발행물에서 4790억원의 주관 실적을 쌓았다. 다만 키움증권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의 발행물도 맡아 거래 상대를 KB증권으로 한정하지는 않았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관계자는 "신한투자증권은 그동안 여러 증권사와 두루 거래하는 편이었지만 최근 키움증권이 순위 경쟁에 가세하면서 협업 상대를 고르는 데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워낙 발행 물량이 줄어든 시장이라 금융채 주관사단에서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순위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이런 밀월관계가 '고정된 동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증권사들은 서로의 채권을 맡으면서도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나 유동화증권(ABS)에서는 같은 주관 물량을 놓고 맞붙는다. 발행 규모가 줄어든 만큼, 개별 거래에서 확보하는 실적과 수수료를 둘러싼 경쟁은 최근 더 치열해졌다.

    다른 증권사 커버리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협업할 수 있겠지만, 증권사는 결국 수익을 내야 하는 경쟁 관계"라며 "서로 물량을 나누더라도 어느 쪽이 더 가져갈지를 놓고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위권에서는 한두 건의 거래에 따라 순위가 뒤집힐 만큼 격차가 좁아졌다. 한국투자증권이 전체 주관액 5조6853억원으로 3위를 지킨 가운데, 4위 신한투자증권(4조1777억원)과 5위 SK증권(4조1330억원)의 차이는 447억원에 불과하다. 6위 키움증권도 3조9698억원으로 4위 신한투자증권과의 격차가 2000억원 수준이다.

    SK증권으로서는 아직까지 캡티브 역할을 해주고 있는 SK그룹의 발행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올해는 특히 반도체 호황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SK하이닉스가 공모채 시장을 찾지 않으면서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금융채 주관 실적을 쌓으며 따라붙어 마지막 분기 중위권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증권사들이 금융채 한 건의 주관 물량에도 민감한 것은 일반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일반기업 공모 회사채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9개월 연속 순상환을 이어갔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누적 순상환액은 17조2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조9000억원 순발행했던 것과 대비된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에 회사채 발행 금리를 제시했을 때 은행 대출과의 금리 차이가 너무 크다"며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빠지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채권을 사려 해도 공사채 위주로 매입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3분기 실적이 정리되면서 증권사 DCM 조직의 관심은 연간 목표 달성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발행 규모는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지만, 연초 설정한 주관 목표와 시장점유율 관리 기준은 그대로인 것으로 전해진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처럼 큰 조직을 유지해 온 증권사일수록 순위를 지키는 것과 목표한 수수료 수입을 채우는 일 사이의 간극이 커졌다.

    연말 인사도 가까워졌다. 금융채를 서로 주관하며 리그테이블 실적을 쌓더라도, 개별 부서가 확보한 수수료에서 인건비와 영업비용 등을 제하고 얼마나 남겼는지는 별도로 평가받는다. 순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주관액을 늘리기 위해 들인 비용까지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앞선 증권사 관계자는 "연말 인사를 앞두고 순위뿐 아니라 부서의 손익까지 신경 써야 하는 분위기"라며 "일부 신디케이션 부서에서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적자라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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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