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18곳, 의무공개매수 정무위안에 이견…'선행매수' 두고 밥그릇 싸움
입력 2026.09.29 14:22

10월1일 본회의 처리 보류 촉구
50%+1주 자체보다 '선행매수' 문제 제기
"지배주주 포함 모든 주주에 동일 안분비례 적용해야"
운용사 보유지분 매각 기회도 확대…이해관계 맞닿는 측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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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을 앞두고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이 국회 정무위원회가 마련한 이른바 '50%+1주' 방식의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개매수 물량 자체보다 지배주주가 보유 지분을 먼저 전량 매각할 수 있도록 한 '선행매수' 구조가 일반주주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주주 형평성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성명에 참여한 운용사 중 일부는 지배구조에 문제를 제기해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행동주의를 운용 기조로 삼고 있다는 점이 회자된다. 결국 '내 지분도 사달라'는 밥그릇 싸움 양상이라는 것이다.

    라이프자산운용·VIP자산운용·신영자산운용·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자산운용·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국내외 18개 운용사는 29일 공동성명을 내고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안의 10월1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보류하고 추가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안은 지난 17일 정무위에 이어 28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운용사들은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이나 '50%+1주'라는 매수 범위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문제로 지목한 것은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취득한 뒤 50%+1주에 부족한 수량만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지배주주가 지분 40%를 가진 회사라면 인수자는 해당 지분을 먼저 전량 인수한 뒤 일반주주가 보유한 나머지 60% 가운데 10%+1주만 추가로 공개매수하면 된다. 운용사들은 이 경우 일반주주가 모두 응모해도 각자 보유 주식의 약 6분의 1만 매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배주주가 이미 과반을 보유한 회사에서는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한 공개매수 물량이 남지 않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대안으로는 지배주주 역시 공개매수에 함께 참여시키는 '비례적 공개매수' 방식을 제안했다. 50%+1주라는 총매수 규모는 그대로 두되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모두에게 동일한 안분비례 원칙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인수자가 매수해야 하는 총수량은 변하지 않아 추가적인 인수자금 부담 없이 주주 간 매각 기회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운용사 측 설명이다. 

    해외 사례도 근거로 들었다. 일본은 일정 지분 이상을 취득하는 거래를 원칙적으로 공개매수로 진행하도록 해 지배주주 지분의 선행매수를 제한하고, 영국·EU·홍콩·싱가포르는 선행 취득을 허용하더라도 잔여주식 전부에 대해 매수를 제안하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운용사들은 현재 정무위안은 부분매수와 선행매수를 동시에 허용한다는 점에서 일반주주 보호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만 운용사들 역시 의무공개매수제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라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비례적 공개매수가 도입될 경우 운용사들이 펀드를 통해 보유한 일반주주 지분 역시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에 매각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질 수 있다. 고객 자산을 맡은 수탁자로서 일반주주의 매각 기회를 확대하자는 요구인 동시에, 운용자산의 회수 조건 개선과도 방향이 맞닿아 있는 셈이다.

    이번 성명문에 참여한 일부 운용사는 지분 취득 후 지배구조에 문제를 제기해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하는 곳으로 분류된다. 성명문의 요구사항대로 개정안이 재정비될 경우, 직접적인 수혜를 볼 수도 있는 당사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제안이 밥그릇 다툼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향후 논의의 초점은 '50%+1주'라는 매수 규모보다는 경영권을 넘기는 지배주주의 전량 매각을 어느 정도 보장할지, 그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매각 기회를 어떻게 배분할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정무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상장사 지분을 취득해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등을 의무공개매수 대상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