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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 절차에 본격 착수한 무신사가 시장에서 10조원 안팎의 몸값을 입증할 수 있을지를 두고 투자은행(IB)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회사가 원하는 고밸류를 정당화하기 위해 상장 주관사단이 어떠한 기업가치 산정 논리를 구축할지가 최대 관건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무신사가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선 고성장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서의 프리미엄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최근 무신사의 행보는 오프라인 매장을 대대적으로 늘리는 실체적 유통·리테일 기업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프라인 채널과 직매입·PB 비중이 커질수록 임차료·인건비 등 고정비와 재고 부담이 수반되는 만큼, 주식시장에서 PER 6~10배 수준에 거래되는 전통 패션기업들의 잣대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2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무신사가 지난 7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이후 장외 주가는 초기의 급등세를 뒤로하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심사 청구 전 거래일인 4일 2만2400원이던 장외 주가는 지난 11일 2만6900원까지 20%가량 치솟았으나, 이후 상승세를 반납하며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일 대비 800원(3.33%) 오른 2만4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재 장외 주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4조9000억원 수준이다. 유동성이 제한적인 장외 가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지만, 회사가 염두에 둔 10조원 안팎의 타깃 밸류와는 격차가 작지 않다. 무신사는 지난 2023년 시리즈C 유치 당시 약 3조5000억원, 올해 구주 매각 추진 당시 약 4조원의 몸값을 인정받은 바 있다. 상장 과정에서 단기간에 몸값을 두 배 이상 불려야 하는 셈이다.
이 같은 눈높이를 정당화하려면 성장성이 높게 평가되는 '성장형 플랫폼 기업'으로 분류되는 것이 유리하다는 관측이다. 순이익이 아닌 매출액이나 거래액에 높은 멀티플을 부여받을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무신사의 당기순이익(77억원)을 기준으로 10조원의 몸값을 적용하면 PER이 1300배에 달해 순이익 기반 산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결국 시장과 주관사단이 PSR(주가매출비율)이나 EV/Sales(매출 대비 기업가치) 등 매출 기반 멀티플 카드를 먼저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주관사단이 비교가능기업(피어그룹)으로 검토할 만한 대표적 플랫폼 기업으로는 일본 최대 패션 이커머스 조조타운(ZOZOTOWN)이 꼽힌다. 연간 활성 이용자 1220만 명을 보유한 조조타운의 EV/Sales 멀티플은 5~6배 수준이다. 무신사의 최근 연평균 매출 성장률(37.7%)이 조조타운(11.8%)을 크게 앞선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다만 체급과 수익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지적된다. 무신사의 2025년 연결 매출(1조4679억원) 기준 EV 10조원을 정당화하려면 약 6.8배의 EV/Sales 멀티플이 요구된다. 문제는 조조타운의 영업이익(2026년 3월 결산 기준 약 6500억원)이 지난해 무신사 영업이익(1400억원)의 5배에 가깝다는 점이다. 체급 차이가 뚜렷한 상황에서 조조타운 이상의 프리미엄을 부여받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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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더 큰 걸림돌은 사업 구조의 체질 변화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순수 중개 플랫폼인 조조타운과 달리 무신사는 PB인 '무신사 스탠다드'를 앞세워 직매입과 오프라인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무신사 매출 중 순수 플랫폼 성격의 수수료 매출 비중은 38.8%에 그친 반면, PB 중심의 자체 생산 제품(30.8%)과 직매입 상품(27.3%) 매출 비중은 합산 58.1%로 절반을 넘어섰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올해 연말까지 국내외 오프라인 매장을 60호점까지 늘릴 방침이다.
이러한 실물 매장 확대는 당장의 매출 외형을 키우는 데는 기여했지만, 기업가치 산정 측면에서는 치명적인 감점 요인이 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거래액 증가에 따른 추가 비용이 제한적인 온라인 플랫폼과 달리, 오프라인 및 직매입 구조는 매장 임차료, 인테리어 비용, 인건비 등 고정비 증가와 함께 재고 위험을 회사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장이 늘어날수록 플랫폼보다 오프라인 리테일러의 색채가 짙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무신사가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고, 드럭스토어에 이어 오프라인 신발 편집숍 사업에까지 나서며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상징성은 줄어들었다"며 "고정비용 늘어났으니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더 큰 폭의 매출 성장이 필요한데, 국내 내수 시장의 한계를 고려하면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플랫폼 대신 글로벌 패션 브랜드 기업으로 체질을 재정의해 높은 몸값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글로벌 SPA 대표주자인 유니클로 운영사 패스트리테일링의 경우 EV/Sales 6.2배 수준의 높은 멀티플을 받고 있어 무신사 입장에선 매력적인 피어그룹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역시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수십 년간 축적된 브랜드 파워와 글로벌 오프라인 수익성을 확실히 검증받은 반면, 무신사는 아직까진 국내 플랫폼 지배력을 발판 삼아 PB를 육성해 온 단계에 불과해서다. 자체 브랜드만의 독자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기 전까지 패스트리테일링급 밸류를 적용받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F&F와 미스토홀딩스는 지난해 각각 약 1조9000억원, 4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F&F의 경우 지난해 매출 1조9000억원, 영업이익 5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규모는 무신사(약 1조5000억원)와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무신사(1400억원)의 3배를 웃돈다. F&F의 영업이익률은 24%대로 무신사(9%대)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문제는 이처럼 강력한 브랜드를 바탕으로 높은 수익성을 창출하는 F&F조차 증시에서 적용받는 멀티플(EV/Sales 약 1.4배)은 플랫폼 기업 대비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무신사의 매출 구성과 고정비 및 재고 부담, 그리고 F&F보다 낮은 수익성을 패션기업의 관점에서 면밀히 바라본다면 전통 패션사의 밸류에이션 범주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논리가 성립한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 패션 상장사들의 EV/Sales는 LF 0.4배, 미스토홀딩스 0.7배, F&F 1.4배 수준에 형성돼 있다. 이들의 멀티플을 무신사 매출에 대입할 경우 산출되는 기업가치는 5900억~2조550억원 수준으로 회사의 기대치를 밑돈다. 5~10배 수준에 불과한 국내 패션사의 PER 밴드를 적용하더라도 10조원의 당위성을 찾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상장 예심 청구서 제출 이후 발행사와 주관사단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신사의 상장 추진 자체는 시장의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회사의 눈높이와 시장의 냉정한 평가 사이에서 논리적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