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다음 병목은 MLCC'…美 이어 국내도 MLCC ETF 시동
입력 2026.09.30 07:00

美 이어 국내도 MLCC ETF 출격…AI 부품 경쟁 확산
AI 서버 고사양화에 고용량 MLCC 수요 빠르게 확대
GPU·HBM 넘어 전력·기판·부품…AI 투자 영역 세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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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상장지수펀드(ETF) 업계에서도 인공지능(AI) 투자 테마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넘어 전력·기판·부품으로 확산하고 있다. 

    AI 서버 고사양화로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수요가 늘면서 미국에서는 관련 ETF가 잇달아 등장했고, 국내에서도 상품 출시가 준비되는 등 AI ETF 경쟁이 세부 밸류체인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27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키움자산운용은 삼성전기와 일본 무라타·TDK·다이요유덴 등 글로벌 MLCC 업체와 AI 서버용 기판 관련 기업을 담은 'KIWOOM 글로벌MLCC&AI기판TOP4+' ETF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MLCC를 독립적인 투자 테마로 내세운 ETF가 없다.

    MLCC는 전자기기 내부에서 전기를 저장·공급하고 전압 변동과 노이즈를 줄이는 부품이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에도 쓰이지만 최근에는 AI 서버용 고사양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GPU와 주문형반도체(ASIC)의 연산 성능이 높아질수록 필요한 전력량도 늘면서 고용량·저전압 MLCC 탑재량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관련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6월 무라타와 삼성전기, 다이요유덴의 수주 대비 출하 비율(BB Ratio)은 각각 1.30, 1.31, 1.25로 코로나1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부 고용량 MLCC는 AI 보드당 탑재량이 기존 1440개에서 1만544개로 6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식시장에서도 관련 업체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다. '국내 MLCC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전기는 23일 15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며 최근 1년간 630% 넘게 상승했다. AI 서버용 고사양 부품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도 반영된 모습이다.

    ETF 시장에서는 미국이 먼저 움직였다. Defiance가 커패시터와 MLCC 업체에 투자하는 ETF를 내놓은 데 이어 Tema도 MLCC와 전력반도체 기업을 함께 담은 상품을 상장했다. Global X 역시 이달 MLCC와 전자부품을 테마로 한 ETF를 출시했다. 짧은 기간 유사 상품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MLCC를 별도 투자 테마로 묶으려는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상품 구성이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삼성전기를 제외하면 MLCC를 핵심 사업으로 하면서 시가총액과 거래 유동성까지 갖춘 상장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종목만으로 지수를 구성하면 종목 수가 제한되고 특정 기업 비중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

    이에 키움이 준비 중인 상품은 투자 범위를 해외로 넓혔다. 삼성전기와 무라타, TDK, 다이요유덴 등 글로벌 MLCC 업체에 AI 서버와 반도체용 기판 기업까지 함께 편입하는 구조다. MLCC에만 한정하지 않고 AI 서버용 부품·기판을 하나의 테마로 묶는 셈이다.

    이 같은 상품 기획은 국내 ETF 시장의 경쟁 구도와도 맞물려 있다. 그동안 AI 테마 ETF는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GPU·HBM 관련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전력망과 원전, 데이터센터 냉각, 유리기판·PCB 등으로 투자 영역이 넓어졌다. AI 반도체 ETF 경쟁이 이미 치열해진 만큼 운용사들도 기존 상품과 겹치지 않는 세부 영역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다만 MLCC가 반도체나 전력처럼 독립적인 ETF 투자 섹터로 자리 잡을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AI향 고사양 제품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상당수 MLCC 업체 매출은 여전히 스마트폰과 자동차, 일반 전자제품에서 발생한다. AI 투자 확대만으로 업황 전체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AI 투자가 반도체에서 전력과 기판, 부품으로 세분화되면서 MLCC도 운용사들이 공통적으로 들여다보는 영역 중 하나가 됐다"며 "다만 독립적인 ETF 섹터로 자리 잡으려면 AI 서버향 수요 증가가 단기 테마에 그치지 않고 주요 업체들의 실적과 공급 구조 변화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