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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가 100조원 안팎의 사상 최대 주주환원을 예고하면서 주주들의 관심이 환원 규모에서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라이프자산운용이 '보통주보다 할인된 우선주를 먼저 소각해야 한다'고 요구한 게 신호탄으로 꼽힌다. 보험사 등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자사주 소각보다 현금배당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환원 방식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약 30조원을 현금배당에 활용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10월 이사회에서 정한다. 나머지 재원은 내년 1월 이사회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놓고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논쟁에 불을 붙인 곳은 라이프운용이다. 라이프운용은 최근 삼성전자 이사회와 경영진에 주주서한을 보내 잔여 재원을 우선주 매입·소각에 먼저 쓰고 남는 재원은 현금배당에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내년 1월까지 기다리지 말고 10월 이사회에서 관련 안건을 논의해 달라는 요구도 담았다.
핵심은 가격 차이다. 29일 오후 기준 삼성전자 보통주는 27만원대, 삼성전자우는 20만원대로 우선주가 약 26% 낮다. 1조원을 투입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보통주는 약 367만주, 우선주는 약 496만주를 살 수 있다. 같은 돈으로 우선주를 약 35% 더 많이 없앨 수 있는 셈이다.
라이프운용은 우선주를 더 많이 소각하면 배당 대상 주식 수를 더 크게 줄여 남은 보통주 주주에게도 배당 확대 효과가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보통주 소각 과정에서 삼성생명·삼성화재의 지분율이 올라 추가 지분 처분이 필요해질 수 있는 금산법 문제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우선주를 먼저 소각하는 데 법적 쟁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정 상법은 이사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규정한다. 특정 종류주를 우선 매입·소각할 경우 이 같은 원칙에 부합하는지가 이사회의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
라이프운용 측은 보통주와 우선주는 애초 권리가 다른 종류주식이고 과거 우선주를 더 많이 매입한 사례도 있어 이를 곧바로 주주평등 원칙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제적 효과를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린다.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주식을 없앨 수 있다는 산술적 효과는 있지만 우선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 직접적인 수급 효과 역시 우선주에 먼저 반영될 수 있다. 보통주 주주의 실익은 실제 소각 규모와 이후 배당액 등에 따라 달라진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우선주를 먼저 소각해야 나중에 보통주 배당도 늘어날 수 있는 논리가 창의적이긴 했다"며 "라이프운용이 삼성전자 우선주에 얼마나 비중을 싣고 있는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시장에는 '돈 잔치가 열렸으니 내 몫 부터 챙겨달라'로 받아들여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기관투자가들의 셈법도 다르다. 일례로 일부 롱텀펌드와 보험사들은 보통주와 우선주 중 무엇을 소각하느냐보다 현금배당 규모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특히 보험사의 경우 보유 지분상품을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FVOCI)로 분류한 경우 공정가치 변동은 기타포괄손익에 반영되는 반면, 투자원가 회수에 해당하지 않는 배당은 당기손익에 반영된다. K-ICS 체제에서 주식 보유에는 시장위험에 따른 요구자본 부담도 있어 현금 유입을 상대적으로 선호할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사 자산운용부서 관계자는 "우선주냐 보통주냐보다 전체 환원액 가운데 현금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소각도 주주가치에는 긍정적이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현금배당 효과가 보다 직접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우선주 우선 소각 가능성에 대해 현재 별도로 밝힐 입장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예정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우선주 소각 여부 자체보다 삼성전자가 서로 다른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할지에 모인다. 우선주는 낮은 가격만큼 소각 효율이 높지만 현금배당을 선호하는 기관투자가도 있어 환원 방식에 따라 주주별 이해득실이 달라질 수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우선주는 같은 재원으로 더 많은 주식을 소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금배당을 선호하는 기관도 있는 등 이해관계가 다양하다"며 "회사 입장에서도 배분 방식을 두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결국 잔여 재원을 배당과 소각에 어떤 비중으로 나눌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