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IET 논란과 겹쳐 보이는 솔리다임 상장 추진
입력 2026.09.29 16:14|수정 2026.09.29 16:14

취재노트
솔리다임 IPO 가시화…수백조 기업가치 거론
프리IPO 병행 가능성…상장 전 가치 확인 효과
前 사장 참여할 경우 공정성 논란 불거질 수도
SK IET처럼 단기 회수-장기 성과 엇박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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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플래시 회사 솔리다임의 상장(IPO)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주관사 선정 절차에 나섰는데 벌써 수백조원의 몸값이 거론된다. 시장에선 솔리다임 상장전투자유치(프리IPO) 진행 여부도 주목하고 있다. 두 거래가 단기간에 연이어 진행된다면 프리IPO 투자자엔 막대한 시세차익이 돌아간다. 과거 재무적 투자자(FI)에 기록적인 수익을 안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 사례와 비슷해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5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솔리다임이 이르면 내년 중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안을 검토 중이며,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 상장 주관사 제안 회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솔리다임의 기업가치가 최대 1500억달러에 이르며, 조달 금액은 1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봤다. 반도체 설계업체 ARM(540억달러), AI 반도체 기업 세레브라스(560억달러)의 상장 가치를 훌쩍 뛰어넘는다.

    솔리다임 상장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앞서 거론된 프리IPO 진행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이 막대한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어 프리IPO를 통해 대규모 자본을 조달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IB 사이에선 SK그룹이 솔리다임 프리IPO 진행 여부를 고민하고 있지만 결국 진행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단 재무 여력 보강보다는 상장 전 기업가치 확인 성격이 짙다.

    프리IPO는 연내 투자자의 제안을 받은 후 진행할 것이란 언급이 나오고 있다. 기업가치는 50조원, 조달 금액은 5~10조원으로 거론돼 왔다. 상장 시점은 이르면 내년이고, 기업가치는 200조원 이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예상들이 현실화한다면 프리IPO 이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상장까지 완료된다. 아직 이른 추정이지만 짧은 기간에 막대한 기업가치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있는 셈이다.

    반도체 실적 호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솔리다임은 높은 상장가치를 인정받고, 이후에도 시장의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프리IPO에 참여할 수만 있다면 막대한 차익 회수 기회를 받는 셈이다. 이런 거래에 노종원 전 SK하이닉스 사장이 투자자를 모아 참여할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사정을 잘 아는 인사가 투자자 모집에 관여한다면 이해상충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솔리다임은 프리IPO를 통해 대규모 설비 투자 자금을 조금이라도 일찍 확보하고, 상장에 앞서 투자자 기반을 넓히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증시에 입성할 예정이라면 굳이 특정 투자자에 기회를 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 SK㈜로 거슬러 올라갈 재무적 효과가 중간에 희석되기 때문이다. 프리IPO와 상장 전망이 제기될 때마다 이들 회사의 주가는 출렁였다.

    이런 상황은 과거 SK IET 사례와도 겹쳐 보인다.

    SK IET는 2019년 SK이노베이션의 소재사업부문이 물적분할돼 설립됐다. 2020년 프리미어파트너스 대상으로 3000억원 규모 프리IPO를 진행했다. 프리미어파트너스는 SK서린빌딩에 수개월간 상주하면서 프리IPO 거래에 공을 들였다.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는 보통주 투자긴 했지만 시장 유동성이 폭발하고 SK그룹이 배터리 연관 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던 때라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많았다.

    SK IET는 2021년 상반기 증시에 입성했다. 프리IPO 때 3조원이던 기업가치는 한 때 15조원을 넘었다.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의무보호예수 기간이 끝난 후 두 차례에 걸친 시간외대량매매(블록세일)를 통해 70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첫 투자부터 회수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프리미어파트너스의 '예견된 성공'에 시장에서는 "반년짜리 프리IPO를 대체 왜 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에서는 프리IPO 이후 수개월 만에 상장하는 사례가 흔하다. 2020년 6월 시리즈H 투자를 유치한 도어대시(DoorDash)는 그해 12월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반 년 사이 몸값은 몇 배로 올랐다. 우리나라도 프리IPO와 상장 시기와 관련된 규제는 없다. 그러나 솔리다임 프리IPO는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다. 효용성은 애매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큰 거래에 과거의 특수관계인이 연관되는 것은 두고두고 뒷말을 낳을 수 있다.

    SK IET는 FI의 회수 이후 배터리 산업이 꺾이면서 실적과 주가는 내리막을 걸었다. 상장 당시 우리사주를 샀던 직원들도 주가 부진에 고전했다. 회사는 작년 3000억원 규모 자본을 수혈받았지만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고 결국 모회사와 다시 합병 수순을 밟고 있다. 프리IPO의 성공과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가 일치하지 않았다. 솔리다임 역시 프리IPO 투자자가 큰 성공을 거두고 떠난 뒤 이런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