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판 김앤장’ 굳힌 삼일, 매출 1.6조...어려울수록 1위 찾는다
입력 2026.09.30 10:59

회계법인 별도 3년 연속 매출 1조…삼정과 격차↑
딜 가뭄에도 자문 12.1% 성장…'1위 하우스' 쏠림

  • 삼일회계법인이 연 매출 1조6000억원을 넘어서며 국내 회계·컨설팅 업계의 ‘독보적 1강’ 체제를 굳히고 있다. 회계법인만 떼어놓고 봐도 3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넘었다.

    특히 인수합병(M&A)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거래 성사 난도가 높아진 상황에서도 경영자문 부문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어려운 거래일수록 검증된 대형 자문사를 찾는 수요가 커지면서 업계에서 이른바 ‘회계법인판 김앤장’이 된 삼일로 고객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삼일PwC은 2026 회계연도(2025년 7월~2026년 6월) 매출 1조627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1조5554억원보다 4.6% 증가했다. 이는 삼일회계법인과 별도 법인인 PwC컨설팅 실적을 합산한 수치다.

    삼일회계법인의 매출은 1조1635억원으로 3년 연속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조1094억원에서 다시 500억원 이상 늘었다. 올해 처음 매출 9000억원을 돌파한 업계 2위 삼정회계법인은 컨설팅을 포함해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90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결산 시점에는 차이가 있지만, 컨설팅을 포함해 총 매출 기준 삼일과 삼정 양사의 외형 격차는 약 72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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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일의 성장을 이끈 것은 경영 자문이다. 올해 부문별 매출은 회계감사 3702억원, 세무자문 2914억원, 경영자문 5019억원이다. 세무자문과 경영자문 매출은 전년보다 각각 5.6%, 12.1% 증가했다. 경영자문 매출은 처음으로 5000억원을 넘어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사업 부문이 됐다.

    특히 거래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경영자문이 두 자릿수 성장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는 평가다. 

    최근 M&A 시장에서는 매도자와 원매자 간 눈높이 차이와 자금조달 부담 등으로 거래가 장기화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거래 성사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자문사를 선정할 때도 단순한 실행 능력보다 다양한 상황에 대응한 경험과 트랙레코드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거래 무산 가능성이 커진 것도 삼일로 자문 수요가 몰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을 때 자문사 선정에 대한 내부 책임론을 최소화하기 위해 처음부터 업계 1위 하우스를 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법률 자문 시장에서 주요 사건을 맡길 때 김앤장을 우선 검토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즉, 거래나 소송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자문사 선정 자체가 사후적으로 문제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처음부터 업계 1위를 선택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딜을 시작하면 성사를 전제로 자문사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과 그에 따른 대응까지 함께 고려하는 분위기”라며 “실무자 입장에서는 어려운 거래일수록 시장에서 가장 검증됐다고 평가받는 하우스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반면 삼일의 전통적인 주력 사업인 회계감사는 올해 역성장했다. 감사 매출은 전년 3860억원에서 3702억원으로 약 4% 감소했다. 

    회사 측은 신규 수임 고객에 따른 매출 효과가 이번 회계연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시차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감사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은 가운데 자문과 컨설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윤훈수 총괄대표 취임 이후 삼일의 성장 궤적에서도 나타난다. 2020년 7월 대표에 오른 윤 대표는 1987년 삼일에 입사해 30년 넘게 감사 업무를 담당한 ‘삼일맨’이다. 감사부문 대표를 거쳐 최고경영자(CEO)에 올랐지만 취임 이후에는 세무와 딜을 포함한 경영자문, 컨설팅 등 비감사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힘을 실었다.

    윤 대표 취임 직전인 2019회계연도 6847억원이던 삼일회계법인의 매출은 올해 1조1635억원으로 약 70%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영자문 매출은 2511억원에서 5019억원으로 두 배가 됐다. 삼일은 윤 대표 취임 이전부터 국내 회계업계 1위였지만, 윤 대표 체제에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선두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한 셈이다.

    최근에는 AI와 디지털 전환에 투자의 무게를 싣고 있다. 윤 대표는 취임 이후 감사 업무 자동화와 디지털 솔루션 개발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에는 관련 전문조직과 인력을 확대하고 감사·세무·자문·컨설팅 등 전문 업무 전반으로 AI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별도 법인인 PwC컨설팅도 올해 매출 4637억원으로 전년보다 4% 성장했다. AI 확산에 따른 기업의 시스템 및 업무 프로세스 혁신과 데이터 활용, 디지털 기반 경영관리, 리스크 대응 등에 대한 수요가 실적을 뒷받침했다.

    투자 확대는 단기 수익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삼일PwC의 합산 영업이익은 198억원으로 전년 264억원보다 25% 감소했다. 회사 측은 전문 인력 확보와 교육, AI·디지털 기술 및 서비스 품질 관리 등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AI는 회계·컨설팅 전문가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전문가의 통찰과 역량을 확장해 고객에게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게 하는 핵심 도구”라며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 역량과 우수 인재에 대한 투자를 한층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