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금리에 증권가 S&T 직격타…"연말 인사날 때까지 문 닫습니다"
입력 2026.10.01 07:00

국고채 3년물 4% 돌파…시장 "기준금리 3.75%까지 인상 선반영"
대형사 10조원대 채권 북 '손실 눈덩이'…선물 헷지도 '한계'
물타기·손절 모두 불가능…연말 인사 앞두고 "아무것도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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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금 움직이면 터집니다. 가만히 숨죽이고 있는 게 돈을 버는 상황입니다"(한 LP 관계자)

    통상 연말에나 나타나던 증권가의 '북클로징(장부 마감)' 움직임이 올해는 3분기 말부터 감지되고 있다. 가파른 시장금리 상승으로 채권 평가손실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S&T(Sales & Trading) 부문에서는 신규 투자를 줄이고 시장을 관망하려는 분위기가 짙어지는 모습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며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4.076%로 장을 마감해 기준금리(3.00%)를 100bp 이상 상회했다. 9월 초(3.888%) 대비 한 달도 안 돼 20bp 가량 치솟은 수치다. 특히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달 28일에는 미 국채 금리 급등 여파로 하루 만에 3년물과 10년물이 각각 10bp 이상 폭등하는 등 시장 내 불안감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채권 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진 배경에는 금리 상단에 대한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국고채 3년물은 만기 프리미엄(기간 위험 프리미엄)으로 인해 기준금리보다 20bp 안팎 높게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현재 3년물 금리가 4%대까지 튀어 오른 것은 평시 프리미엄 수준을 크게 넘어선 것으로, 시장이 향후 기준금리가 3.75% 수준까지 연이어 올라갈 가능성을 미리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운용 규모가 거대한 대형 증권사들이다. 대형사 S&T 본부의 경우 10조원 이상의 채권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다고 알려진 만큼, 시중금리가 상방으로 열리면서 보유 채권의 평가손실 압박도 상당 수준 누적된 상태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벌써부터 신규 운용을 유보하는 증권사와 운용사가 늘고 있다"며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추가 리스크를 늘리기보다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며 시장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파생상품을 통한 위험 회피(헤지) 노력도 이번 국면에서는 제약을 받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국채선물 매도 등을 통해 현물 보유 손실을 방어할 수 있지만, 실제 포트폴리오 구조상 완벽한 일치는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국채선물 시장은 3년, 10년, 30년물 위주로 거래된다. 반면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은 1년, 2년, 5년 등 만기가 다양해 만기별 금리 변동 폭(커브)에 따른 위험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 더욱이 국고채가 아닌 회사채나 여전채 등 크레딧물은 자체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될 경우 국채선물 헤지만으로는 손실을 방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 관계자는 "파생상품으로 헤지 비율을 높이더라도 구조적 미스매치로 인한 손실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며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는 이자 수익(캐리)을 바탕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의 실익도 크지 않고, 현 시점에서 매도에 나서는 것도 실익이 없어 시장 전체의 투심이 크게 위축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금리 상승 국면에서 매수 단가를 낮추는 '물타기' 전략 역시 신중할 수밖에 없다. 추가 금리 상승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에서 섣부른 매수는 평가손실을 더욱 키울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강세장이나 금리 하락기에 연말까지 적극적인 수익 창출에 나서던 모습과 달리, 최근에는 '추가 손실 방지'에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기관들 역시 만기가 매우 짧은 초단기 채권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만기 보유 전략으로 대응하는 분위기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리 하향 안정화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비중을 늘리면 평가손실이 커질 수 있다"며 "운용역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극단적으로 만기를 줄인 단기물 중심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조기 북클로징 기조는 조만간 진행될 증권가 연말 정기 인사와 맞물려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실적 방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S&T 부문이 리스크 노출을 적극 관리하면서, 채권 시장의 자금 집행 경색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8월말부터 9월초 사이엔 '지금은 일부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채권을 매수할 때'라는 의견도 나왔는데, 9월 중순까지 금리 급등이 이어지며 힘을 잃은 상황"이라며 "30일엔 시중금리가 의미있게 내렸는데, 가격에 연내 한 차례 정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반영된 상황에서 이후에도 인상 시도가 이어질지 시장이 탐색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