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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사모펀드(PEF) 업계가 잇따른 사건과 조직 변화로 술렁이고 있다. 모건스탠리에서는 아시아 딜 리스트가 유출됐고, 블랙스톤에서는 30년 가까이 몸담은 핵심 인사가 퇴사를 결정했다. UBS는 스위스의 자본 규제 강화로 해외 이전과 타 금융사와의 합병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들의 변화가 한국 사업 전략과 조직·인사에도 영향을 미칠지 국내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30일 글로벌 IB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아시아 투자은행 부문의 내부 거래 목록이 고객들에게 잘못 발송된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고위급 뱅커가 고객들에게 정기 이메일을 보내는 과정에서 내부 거래 파이프라인이 담긴 파일을 실수로 첨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출된 자료에는 중화권과 한국, 인도,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모건스탠리가 맡고 있거나 추적하고 있는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블록딜 등의 정보가 담겼다. 지난 21일 기준 약 60건의 진행 중인 거래와 50건 이상의 수임 경쟁 거래, 30건에 가까운 보류 거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 거래에는 글로벌·아시아계 PEF와 벤처캐피털(VC)이 포트폴리오 기업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당초 이메일을 보낸 직원은 메일 회수를 시도하고 수신자들에게 첨부파일 삭제와 외부 공유 금지를 요청했지만 자료는 이미 시장 일부에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는 고객 기밀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으며 의도하지 않은 정보 공유 사실을 파악한 직후 대응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대형 IB의 이례적인 정보 유출 사고에 업계가 술렁인 가운데 글로벌 PEF 업계에서는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대형 인사 이동도 나왔다.
블랙스톤의 조 바라타(Joe Baratta)는 올해 말 회사를 떠날 예정이다. 1998년 블랙스톤에 합류한 지 28년 만이다. 바라타는 2012년부터 10년 넘게 블랙스톤의 글로벌 PE 사업을 이끌며 대표적인 바이아웃 딜메이커로 자리잡은 인물이다. 현재 약 4500억달러 규모의 PE 사업에서 직접투자 전략 전반을 관할하고 있다.
블랙스톤은 바라타의 현재 직책에 별도의 후임자를 두지 않을 방침이다. 저금리와 글로벌 자본시장 확대를 등에 업고 PE 산업이 고속 성장하던 시기를 함께한 대표적인 딜메이커가 물러난다는 점에서도 업계의 관심이 크다.
유럽에서는 UBS의 향방이 글로벌 금융권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UBS와 스위스 정부가 자본 규제를 두고 충돌하는 가운데 최근 스위스 상원은 UBS가 해외 자회사 지분가치의 90%를 보통주자본(CET1)으로 뒷받침하도록 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UBS는 해당 규제가 최종 확정될 경우 최대 약 180억달러의 추가 자본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UBS 경영진이 스위스 규제의 적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외신에서는 외국계 대형 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본사를 스위스 밖으로 옮기는 방안도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스위스 현지 언론은 최소 8개 해외 은행이 UBS와의 합병 또는 결합에 관심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UBS는 관련 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실제 UBS의 ‘탈(脫)스위스’가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재무장관은 UBS가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데 드는 비용과 법적 복잡성을 고려하면 실제 이전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을 밝혔다. UBS 역시 공식적으로는 스위스를 기반으로 글로벌 은행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UBS는 증권 IB나 브로커리지보다는 대출·투자와 자산관리(WM) 부문에서 규제 강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며 “경영진은 주가와 주주가치를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반면 정부는 자본건전성을 우선시하는 만큼, 결국 양측 간 힘겨루기 성격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관련 보도를 지켜보며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본사 차원의 전략 변화나 조직 개편이 한국 사업의 투자 방향과 인력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 업계도 글로벌 하우스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하우스들 역시 올해 들어 조직 재편과 수장 교체가 이어지고 있다.
모건스탠리 한국 IB 부문은 리더십 보강에 나섰다. 김석봉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부사장을 한국 IB 부문 공동대표로 영입했다. 김 신임 대표는 씨티증권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며 다양한 거래를 담당한 베테랑 뱅커다. 씨티는 올해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주도했다. 모건스탠리는 해당 거래의 주관사단에 포함되지 못했던 만큼 이번 영입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모건스탠리PE는 최근 국내에 남아 있던 스킨이데아와 라이프앤바이오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국내 포트폴리오 정리 단계에 들어갔다. 앞서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보다 인도 시장에 투자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아시아 전략을 조정하면서 국내 신규 투자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잔여 절차가 마무리되는 연말~내년 초를 전후해 한국 조직의 향방이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글로벌 PEF들도 한국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 EQT파트너스는 올해 서상준 전 인프라부문 한국대표가 회사를 떠난 이후 외부에서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인캐피탈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리더십 공백을 상당 부분 정리하는 분위기다. 이정우 전 대표가 회사를 떠난 이후 한앤컴퍼니의 핵심 투자 인력이었던 배민규 전 부사장을 영입했다. 아시아 사업을 이끄는 일본에서 이 인사에 적극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상 대표가 이끄는 스페셜시추에이션(SS) 부문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등 새로운 리더십 체제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