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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삼성그룹과 SK그룹의 행보는 여러모로 닮아 있다. 작년부터 온기가 돌기 시작한 반도체 사업은 올해 대호황 구간에 진입했고, 그룹은 이 유동성을 활용하기 위해 적극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상유지'와 '리밸런싱' 국면에서 적극적인 사업 확장 태세로 전환했다. 재무적 투자자(FI)와 거리를 두던 삼성그룹이나 FI 문제로 골치를 썩인 SK그룹 모두 외부 투자를 적극 유치하며 새로운 파이낸셜스토리를 써가는 모습이다.
삼성과 SK의 달라진 행보에 투자은행(IB)들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느냐는 의구심이 없지 않았지만 올해부터 검토를 넘어 실행과 성과까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IB들의 주목도가 높아졌다. 두 그룹의 재무 여력이 당분간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큰 만큼 IB들도 두 그룹과 상대 투자자 측에서 자문 기회를 꾸준히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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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스위스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 계약을 맺었다. 회사는 이전부터 해외 M&A 기회를 물색해 왔는데, 3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거래를 성사시켰다. 인수 대금 상당 부분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증자금으로 마련하는 형국이다. 삼성그룹과 관계가 돈독한 JP모건이 인수 작업을 도왔다. JP모건은 '사내 IB'처럼 삼성에 공을 들여 왔다는 평가다.
삼성SDS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KKR로부터 1조2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삼성그룹이 처음으로 PEF에 문호를 열었는데, 그 대상이 총수가 지분을 가진 곳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삼성SDS와 KKR은 향후 여러 M&A 기회를 물색할 예정이다. KKR을 도운 모건스탠리가 우선적으로 중용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최근 KKR의 AI 인프라 기업 '헬릭스'에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그룹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도 해외 에너지 사업을 위해 투자자를 유치하고 있다. 그룹이 에너지 분야에 힘을 실으면서 삼성물산도 빠른 사업 확장을 위해 실탄 마련에 나선 형국이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는데 미국 IB보다 BNP파리바 뉴욕 오피스를 자문사로 택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화재는 영국 특수보험사 캐노피우스 지분 인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자문사로 거론된다. 지분 인수 규모는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KKR 크레딧 부문이 삼성화재 측의 FI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 정기인사 전에는 결론이 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생명 역시 IB의 도움을 받아 프린시플파이낸셜그룹(PFG)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다.
삼성SDI는 보유 중이던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5%를 삼성디스플레이에 넘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에 빌려줬던 20조원을 2분기 중 모두 상환받은 상황이었다. 삼성은 이전까지 IB 활용에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계열사 간 지분 거래임에도 IB의 도움을 받았다. 객관성을 확보하면서 신속하게 거래를 마무리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전보다 빠르고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꾸준히 M&A와 신사업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작년 삼성전자의 조 단위 거래에선 "2년간 공들여 수십억원밖에 못 받았다"는 푸념이 들렸다. 올해는 더 짧은 기간에 더 후한 자문 보수를 받을 것이란 기대가 감돈다. 삼성을 돕든, 상대 투자자를 돕든 IB의 기회는 더 많아진 형국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이전까지 내부 고민만 하거나 자문을 받더라도 수수료가 박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는 자금을 쓰겠다는 의지가 있고, 성과를 내기 위해 외부 도움도 적극 요청하기 때문에 IB들이 반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SK는 2021년 이후 '파이낸셜 스토리'를 앞세워 신사업을 설정하고 FI를 유치했지만, 이후 여러 난관을 겪었다. 현재는 리밸런싱을 거의 마무리하고 SK하이닉스에서 창출되는 유동성을 어디에 배분할지, 에너지 등 신사업을 어떻게 키워나갈지 고민하는 단계다. SK그룹은 자체 거래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중요 거래에서는 IB의 손을 빌리는 모습이다.
가장 대표적인 행보는 SK하이닉스 ADR(미국 주식예탁증서) 상장이다. 40조원 규모의 이 거래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거래 배수를 인정받겠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비롯한 4곳의 IB가 4000억원가량의 수수료를 챙기며 경쟁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SK하이닉스의 손자회사 솔리다임은 투자유치와 상장(IPO) 등 다양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솔리다임의 사업 및 재무적 성과가 모회사 AI컴퍼니의 주주들에도 퍼지는 효과가 예상된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투자유치 자문사로 거론된다. ADR에서 고배를 마신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본사까지 나서 솔리다임에 공을 들였다. 최근에는 대기업 네트워크가 탄탄한 김석봉 대표를 영입하기도 했다. 솔리다임은 최근 IB들과 상장 주관사 제안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반도체 생태계와 연관된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KKR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합작사를 설립했다. 골드만삭스가 KKR 쪽 자문을 맡았다. 울산의 AI 데이터센터(SK호라이즌) 소수지분은 UBS의 도움을 받아 KKR과 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팔았다. KKR은 JP모건, 컨소시엄은 BofA가 자문사로 나섰다. IB 입장에선 SK그룹의 상대편에서도 일감을 기대할 만하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은 리밸런싱이 거의 마무리됐기 때문에 이제는 새로운 사업 분야에서 거래 기회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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