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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주식시장에서 현대차의 질주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올해 초만 해도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였지만,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사그라들며 기업가치는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더할 나위 없는 사업적 배경을 조성했던 환율 효과는 이미 사라졌고, 이제부턴 오히려 원화 강세와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분야에서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고 있다. 미래차 기술의 핵심인 자율주행 분야에서 패권을 잡기까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대외변수를 비롯한 사업환경, 국내외 판매율 부진과 수익성의 정체 속에서 당분간 뚜렷한 호재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국내 증권사들은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하기 시작했다. 한 때 목표주가는 최대 120만원을 기록했지만, 현대차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며 현재는 4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 채 거래되고 있다.
그나마 현대차그룹이 유일하게 기대를 걸어볼 만한 부문은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이다. 올해 소프트뱅크로부터 잔여 지분 전량을 인수하면서 주주간 계약 부담에서 벗어났는데, 앞으론 상용화에 성공해 수익성을 증명하고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쳐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중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언제 턴어라운드 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사업의 영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외부 자본 유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주요 계열사들이 십시일반 출자하고는 있지만 끊임없이 자금을 투입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회사가 나스닥 상장을 검토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 주주였던 소프트뱅크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그리고 정의선 회장의 승계 자금 마련 이란 부수적인 목적 외에 생존 위해선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근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상장을 전제로 한 투자자 유치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2곳을 선정해 외부 투자자를 모집하겠단 소식이 들리기도 했는데, 현대차는 "사실과 다르다"며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투자자를 모집하는 시기와 방식의 문제일 뿐,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 단계는 언젠가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란 평가도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상장을 완료하기 전까지 운전 자본을 확보하고, 수익성 부담이 커진 그룹 계열사들은 자금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투자 유치의 또 한 가지 유인은, 현 시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경쟁력을 자본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판가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치 자금의 규모를 떠나서 지분율과 투자금을 역산하면 어느 정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LG전자가 경영권을 보유한 로봇 계열사 베어로보틱스(Bear Robotics)도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를 주관사로 선정해 나스닥에 상장하기 전 막바지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자 유치의 성공 여부와 인정받는 기업가치는 현대차그룹의 큰 관심사이기도 하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자체적으로 운전자본이 필요해진 시점으로 파악된다"며 "그러나 1조원 내외의 자금은 그룹 계열사들을 통해서도 수혈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외부 투자유치에 나서는 것은 된다면 단순히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보단 글로벌 시장(특히 미국)에서 투자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IPO를 위한 제반 작업을 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초 차세대 휴머노이드로봇 아틀라스(Atlas)가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 공개됐을 당시만해도 로봇 기업들의 열풍은 오랜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만년 저평가 기업으로 치부되던 현대차 역시 아틀라스의 공개 이후 주식시장에서 가치가 급상승하는 모습을 연출했는데, 불과 반년 사이 분위기는 반전했다. 글로벌 주요 주식시장에선 기술력을 갖춘 테크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실제로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로 바뀌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중국의 유니트리(Unitree)다. 지난달 상하이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한 유니트리는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 대비 5배 이상 급등했지만, 현재는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급락한 상태다. 화려한 퍼포먼스로 기술력은 입증됐지만, 제품이 생산 현장에 투입돼 수익으로 연결되는 성과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IB들을 대상으로 비공식 창구지도를 통해 상장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줄줄이 대기중인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의 상장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니트리는 그나마 흑자기업이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상황이 다르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최초로 인수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회사의 누적 손실은 1조7000억원이 넘는다. 손실 폭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물론 아틀라스가 본격적으로 생산현장에 투입되는 2028년부터는 매출이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가정해도 언제 흑자기조로 돌아설 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 노동을 대체하기 위한 로봇 시장은 이미 중국 기업들이 발빠르게 선점하고 있다"며 "고도화된 기술력을 차치하고, 값비싼 휴머노이드 로봇의 효용가치를 찾아내 수익성을 증명하는 것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