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15년간 추진해온 청라 하나금융타운을 완성하며 본격적인 '청라시대'를 열었다. 최근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순이익 4조원대에 올라선 하나금융의 다음 과제는 은행 중심의 이익 구조를 비은행과 신사업으로 넓히는 것이다. 청라 헤드쿼터가 이 같은 전환의 거점이 될지 주목된다.
2일 하나금융은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청라 헤드쿼터 오프닝 행사를 열고 하나금융타운 완성을 공식 선포했다. 이 자리에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청라 헤드쿼터 오픈은 하나금융타운 대장정의 결실이자 전 그룹사와 임직원의 역량을 하나의 방향으로 모으는 대전환의 출발점"이라며 "과감한 도전과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하나금융그룹의 새로운 100년을 열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2012년 프로젝트를 시작해 2017년 통합데이터센터, 2019년 하나글로벌캠퍼스를 차례로 열었다. 지난달부터 지주와 주요 10개 관계사 임직원 약 2200명이 순차적으로 이전 중이다. 기존 통합데이터센터 인력을 포함하면 약 4000명의 금융·IT 인력이 청라에서 근무하게 된다.
하나금융의 실적도 최근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 순이익은 2023년 3조4516억원에서 2024년 3조7388억원, 지난해 4조29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2조4029억원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다만 그룹의 이익 기반은 여전히 은행에 무게가 실려 있다. 올해 상반기 하나은행 순이익은 2조1211억원이었다. 하나증권은 273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5.7% 늘었지만 하나카드 1259억원, 하나캐피탈 1045억원, 하나생명 146억원 등 계열사별 수익 규모에는 차이가 크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이익 기여도는 올해 상반기 18.8%로 주요 금융지주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44%, 신한금융은 35%, 우리금융은 22.3%를 기록했다.
지난 7월 하나금융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2.0'을 통해 ROE 목표를 기존 10% 이상에서 12%로 높였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 실적이 크게 개선된 하나증권의 회복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카드·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성을 높여 은행 중심의 이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청라 헤드쿼터의 역할도 이 목표와 맞닿아 있다. 하나금융은 통합데이터센터의 IT 인프라와 청라 헤드쿼터에 입주한 주요 금융 관계사의 사업 역량을 연계해 금융 현업과 IT·데이터·디지털 조직 간 협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장애 대응이나 신규 서비스 개발 등 현업과 IT 간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사안에도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디지털자산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같은 흐름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5월 약 1조원을 들여 두나무 지분 6.55%를 인수해 4대 주주에 올랐다. 이후 양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과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사업을 비롯해 토큰증권(STO)과 실물자산 토큰화(RWA)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박종무 하나금융지주 CFO는 지난 7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나금융의 경상 체력은 11%에 육박한다"라며 "은행 경쟁력 강화와 비은행 부문 정상화, 두나무 지분투자 등 디지털자산 생태계 선점을 통한 신사업 발굴로 추가 1%포인트를 높여 12%를 달성하겠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이 비은행 수익성 개선과 디지털자산 투자를 ROE 제고를 위한 수익원 확대 전략으로 함께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청라 집결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도 연결된다. 하나금융은 장기적으로 해외 수익 기반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은행에 상대적으로 집중된 해외 네트워크와 인력, 투자 역량을 증권·자산운용·캐피탈 등 비은행 관계사와 공유해 그룹 차원의 해외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공항 접근성이 높고 주요 관계사가 한 공간에 모인 만큼 해외 투자와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계열사 간 협업도 수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간에도 협업 기조를 반영했다. 업무층별 약 1100평 규모의 공간에 부서와 본부, 관계사 간 경계를 낮추고 3~7층과 10~14층을 내부 계단으로 연결했다. 특정 좌석에 얽매이지 않는 업무환경과 스포츠마사지·캡슐룸·피트니스센터 등 복지시설도 마련했다. 스카이파크와 글라스데크 등 일부 공간은 지역 주민에게 개방한다.
청라시대를 안정적으로 안착시키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이전 과정에서 일부 노조는 출퇴근 부담 증가와 교통·생활 인프라, 직원 지원 대책 부족 등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셔틀버스 운영과 복지시설 확충 등 지원책을 내놨지만 대규모 이전에 따른 직원 불편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초기 조직 안정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말 대규모 계열사 인사도 또 다른 과제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을 비롯해 하나증권·하나카드·하나캐피탈·하나생명 등 하나금융 15개 계열사 가운데 13곳의 대표 임기가 올해 말 끝난다. 금융당국이 최근 금융지주에 자회사 CEO 선임 과정에서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를 배제하고 능력 중심의 투명한 승계 절차를 주문한 만큼 인사 부담도 커졌다. 특히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내건 상황에서 주요 계열사 CEO 인선은 향후 사업 전략의 연속성과 조직 안정성을 가늠할 변수로 꼽힌다.
하나금융의 올해 상반기 ROE는 10.62%다. 하나금융은 은행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비은행 수익성을 개선하고 디지털자산 등 신사업에서 추가 수익원을 확보해 중장기 ROE를 12%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 단계 높은 수익성 목표를 내건 하나금융에 청라는 비은행과 디지털·글로벌 사업의 성장 기반을 넓히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하나금융 한 관계자는 "국내에만 머물러서는 장기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어렵고, 일본 금융사들처럼 해외 수익 기반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라며 "은행이 가진 해외 채널과 인력, 자본을 비은행 계열사와 공유하고 디지털·글로벌 등 핵심 기능을 모아 10년, 20년 뒤의 경쟁력을 준비하는 것이 청라 집결의 큰 방향"이라고 말했다.